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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의점 도시락 대해부④] 영양성분 표시 안해…나트륨·당분 주의보
[HOOC=이정아 기자ㆍ이영돈 인턴기자] #.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사는 김빛나(30) 씨는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편의점 도시락을 구입했다. 평소 지갑이 얇아 번번이 식당에 가기에는 부담스럽고 배달 음식을 기다리기엔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씨는 편의점에서 구입한 도시락의 열량과 영양성분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그는 “반찬이 대부분 짜고 달달한 편인데 정작 영양성분을 표기한 도시락이 하나도 없다”며 “제품 비교가 되지 않아 눈대중으로 칼로리가 낮아 보이는 반찬을 보고 도시락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각 편의점이 요리와 관련된 스타를 내세워 편의점 도시락 이미지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 어머니상인 김혜자 씨의 마음과 정성이 담긴 도시락”(GS25) “예능 프로 ‘진짜 사나이’에서 보여준 ‘건강하고 잘 먹는’ 혜리의 도시락”(세븐일레븐) “집밥처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백부주가 만든 도시락”(CU) 이미지를 앞세워 3000원대 저렴한 가격으로 편의점 도시락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혜자스럽다(저렴하면서도 구성이 알차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영양성분과 칼로리가 표기되지 않는 편의점 대표 인기 도시락. 혜리도시락만 유일하게 칼로리를 표시했다.

하지만 정작 편의점 도시락의 열량과 영양성분을 확인할 길이 없다. 각 편의점 홈페이지에도 해당 정보는 제공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각 편의점은 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는다. 즉석섭취식품으로 분류되는 편의점 도시락은 영양성분 표기가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열량이나 알레르기 주의사항 등에 대한 정보도 마찬가지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에 따라 영양성분을 표시해야 하는 편의점 판매 식품은 김밥, 햄버거, 샌드위치 등에 한정돼 있다.

문제는 ‘집밥스럽다’고 평가되고 있는 편의점 도시락이라도 자주 먹게 되면 영양 불균형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편의점 도시락 메뉴가 대부분 육류 위주로 치우쳐있는데다 열량이 높다. 1회성이라서 나트륨ㆍ당류 등 일부 영양성분은 하루 권고량을 초과하는데 반해 비타민ㆍ칼슘은 미흡하다. 중견기업 구내식당에서 3년째 근무 중인 임유선 영양사는 “나물은 가공 처리하는 과정에서 비타민이 쉽게 파괴된다”며 “편의점 도시락 나물반찬이라도 영양적인 부분을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 [편의점 도시락 대해부] 시리즈 기사보기

①‘어엿한 한끼’…편의점 도시락 전성시대
② 편의점 3사 도시락 샅샅이 뜯어보기
③‘엄마맘’ 혜자도시락, 엄마가 먹어봤다
⑤ 건강도 챙긴다고?…영양사가 평가한 도시락


편의점 매출 1위로 자리매김한 도시락을 구입하는 대다수는 20대(31.1%)와 30대(27.5%)다. 10대도 10%대에 이른다. 혼자 사는 20대 자취생이나 30대 싱글족, 중ㆍ고등학생이 주린 배를 안고 간편하게 때우는 한 끼가 편의점 도시락인 셈이다. 원광대 이영은 한국식생활문화학회장은 “1인 가구가 증가하고 편의점 도시락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시락 구매층을 기준으로 영양소를 표기해야 한다”라며 “영양표시는 건강한 식생활을 위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도시락에 영양성분을 표기하지 않은데 대해 각 편의점 측은 “소비자 요구가 있으면 검토하겠다”는 미온적인 답변만 내놨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관계자는 “법적인 강제가 없는 상태에서 영양성분을 일일이 표기하기도 힘든 일”이라며 “다만 요구가 있으면 검토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고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 관계자는 “(영양성분 표기를) 검토하고 있으나 세부내용이 논의되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검토를 할 수는 있지만 거래처와 협의가 진행돼야 하는 부분”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식약처는 지난달 26일 즉석섭취식품에 대한 영양표시를 의무화하고 소비자의 알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가칭)식품정보표시법’ 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소비자의 건강한 식생활을 보장하고 알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계속해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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