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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의점 도시락 대해부②] 편의점 3사 도시락 샅샅이 뜯어보기
[HOOC=이정아 기자ㆍ이영돈 인턴기자ㆍ유현숙 인턴디자이너] 우리나라에 편의점이 생긴 뒤로 27년 만에 처음으로 도시락이 편의점 매출 1위 자리에 올라섰다. 1인 가구 증가로 혼자 밥을 먹는 ‘혼밥족’이 늘어난데다 이들의 한 끼 식사를 책임지기 위해 각 편의점들이 영양, 맛, 가격을 놓치지 않은 자체 브랜드(PB) 도시락을 출시했기 때문이다.

편의점 도시락이 꽤 괜찮은 한 끼로 인식된 건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GS25는 나물반찬이 푸짐한 ‘혜자도시락’을 출시했고,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도시락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마더혜레사’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여기에 세븐일레븐이 지난해 3월 먹방으로 화제를 모은 아이돌의 이름을 딴 ‘혜리도시락’을 출시하고 연예인 마케팅을 자제했던 CU도 ‘백종원도시락’을 만들어 반격에 나서면서 3파전 구도가 만들어졌다.



이처럼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는 각 편의점의 대표 도시락의 맛과 구성을 비교해봤다. ‘마더혜레사’의 정성이 담긴 GS25의 ‘김혜자 명불허전 모듬치킨 도시락’, 아이돌 혜리를 내세운 세븐일레븐 ‘혜리의 핫 치킨 스테이크 도시락’, 건강을 고려했다는 CU의 ‘백종원 맛있닭가슴살 정식’을 대상으로 했다. 각 편의점이 내놓은 신제품이다. 평가단은 부모님과 거주하는 20대 남녀, 자취를 하는 20대 남녀, 신혼 6개월 차인 30대 부부 총 6명이다.


도시락 평가에 앞서 6인의 평가단에게 개봉 전 도시락 모습으로 가격을 예상하도록 했다. 그 결과 혜자도시락, 백종원도시락, 혜리도시락 순으로 실제가격과 예상가격 간 차이를 보였다. 개봉 전 도시락 선호도 항목에서도 혜자도시락은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눈에 압도하는 푸짐한 반찬 가짓수가 평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포장지에 붙은 김혜자 씨의 인자한 미소도 평가단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리라. 
 


1. 밥

밥의 양만큼은 혜리도시락의 1승이었다. 흰 쌀밥에 야채와 햄을 섞은 볶은밥이었는데 나머지 두 도시락 보다 20g 양이 더 많았다. 백종원도시락의 밥(209g)과 혜자도시락의 밥(207g) 간 정량 차이는 거의 없었다.

밥의 특성은 세 도시락간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진밥을 좋아하면 백종원도시락을, ‘꼬들밥’ 매니아라면 혜자도시락을 선택하는 게 좋다. 평가단은 백종원도시락에 대해 “농부의 땀이 느껴지는 좋은 쌀”이라고 설명했고 혜자도시락은 “참기름 향이 그윽하지만 쌀뜨물 냄새가 입안에 남는다”고 꼬집었다. 혜리도시락은 밥만 먹어도 될 정도로 볶음밥의 간이 적절히 배 있었다.




2. 김치


도시락에서 빠질 수 없는 김치. 반찬이 단 3찬으로 가짓수가 가장 적었던 혜리도시락이 김치(39g) 양은 가장 많았다. 백종원도시락 김치(22g)와 혜자도시락 김치(21g) 간 정량 차이는 거의 없었다. 백종원도시락 김치는 쉰 김치를 볶은 맛이 강한 반면 혜자도시락 김치는 달았다. 평가단은 “백종원도시락의 쉰 김치가 메인반찬인 닭가슴살조림과 궁합이 잘 맞는다”고 평가했다. 혜리도시락 김치는 단맛과 짠맛이 모두 강해 세 도시락 가운데 맛이 가장 자극적이었다.




3. 나물반찬


백종원도시락의 나물반찬인 호박무침(21g)에는 11조각의 호박과 6조각의 채 썬 당근이 포함돼 있었다. 호박 하나에 추억과 호박 하나에 사랑과 호박 하나에 쓸쓸함과 호박 하나에 동경과 호박 하나에 시와 호박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제가 이것도 세고 있네요. 아무튼 호박무침은 고기로 대부분 구성된 반찬에 한줄기 빛 같은 존재였다. 평가단은 “고기 위주의 반찬인데다가 고기도 기름지고 단맛까지 강해 상큼한 나물 반찬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혜자도시락의 가장 큰 매력은 자취생의 ‘혼밥’에 흔히 등장하기 어려운 나물반찬이 푸짐하다는 점이다. 나물반찬은 콩나물무침(35g), 버섯볶음(29g), 유채나물(33g) 세 가지로 도시락 중 채소가 가장 많았지만 간이 강했다. 평가단은 “기름기가 많아 립밤을 바르지 않아도 입술이 촉촉해진 느낌을 받았다”며 “나물 반찬인데도 조미료를 많이 써서 건강한 맛이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혜리도시락에는 나물 반찬이 없어 마카로니 샐러드를 대상으로 했다. 그런데 분노의 숟가락질 한 번이면 다 먹을 만큼 양이 적다. 평가단은 “크림스프에 담근 뒤 바로 꺼낸 맛이 희한하게도 마카로니에서 난다”며 “스프 맛이 그리운 사람에게 추천한다”고 말했다.



4. 서브반찬


꼬마돈가스(3조각), 구운햄(2조각), 계란말이(1조각)로 구성된 백종원도시락에서 꼬마돈가스에서 추억의(?) 불량식품 향기가 난다. 특히 씹을수록 역한 향이 느껴졌다. 일본식 계란에서는 오래된 계란에서 나는 비린내가 살짝 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반면 구운햄은 짜지 않고 한 입에도 금세 포만감이 느껴졌다. 밥반찬으로 어울리지 않는 혜리도시락의 감자튀김에선 눅눅한 패스트푸드점 감자튀김 맛이 난다. 평가단은 “감자튀김보다 차라리 피클이 나았겠다”고 꼬집었다. 혜자도시락에 있는 햄에그 고로케는 눅눅해진 명태전 같다. 갈비산적은 ‘피카츄 돈가스’ 맛이다.



5. 메인반찬

백종원도시락의 닭가슴살조림(191g)의 외관은 비호감이었다. 흡사 썩은 달걀과 닮았다. 하지만 시식을 해보니 건강한 맛이 느껴졌다. 감자와 야채에도 적절하게 간이 배 있어 밥과 비벼 먹기 좋은 밥도둑 반찬이다. 엄지손가락만한 닭가슴살 9조각 그 넉넉한 양에 감동할 즈음, 혜자도시락의 후라이드 치킨(71g)과 닭고기(63g)를 먹었다. 혜자도시락의 후라이드 치킨은 식감이 좋았지만 씹을수록 짜다. 어째 눅눅한 징거버거 치킨같기도 하다. 반면 닭고기는 후라이드 치킨보다 쫄깃해 식감이 좋았다. 혜리도시락의 치킨스테이크에서는 유가네 닭갈비의 양념 맛이 낫다.



6. 용기


백종원도시락과 혜자도시락은 반찬 간 구분이 잘 되어 있는 반면 혜리도시락은 용기가 작아 감자튀김이 다른 반찬 구역으로 ‘월담’하기도 했다. 혜자도시락은 용기가 너무 커 편의점 전자레인지에 데워먹기 힘들었다. 전자레인지에 도시락이 꽉 끼어 제대로 회전하지 못하다 보니 잘 데워지지도 않았다.




7. 가성비


1g 당 가격은 혜자도시락이 6.70원, 백종원 도시락이 6.86원, 혜리도시락이 9.82원이다. 하지만 각 편의점 도시락을 먹은 뒤 가격을 고려해 인기 순위를 매기니 평가단 여섯 명 가운데 무려 다섯 명이 CU의 ‘백종원 맛있닭가슴살 정식’을 선택했다. 미안하다, 혜리도시락은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다.


▶ [편의점 도시락 대해부] 시리즈 기사보기
③‘엄마맘’ 혜자도시락, 엄마가 먹어봤다(영상)
④ 영양성분 표시 안해…나트륨·당분 주의보
⑤ 건강도 챙긴다고?…영양사가 평가한 도시락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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