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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론女의 맨땅 비행기] 위, 아래, 위위, 아래…드론이 춤을 춘다
[HOOC=이정아 기자] #. 조종하기가 어렵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레이싱용 쿼드콥터로 RC(Remote Control)를 시작한 게 실수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하늘을 가르며 비행하는 드론은 꿈속에서나 가능하다는 걸. 다음날 아침 자전거를 타고 가까운 비행장으로 향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조종기의 엘리베이터 스틱을 앞으로 밀었고 드론은 2초 만에 로켓 마냥 하늘로 발사됐다.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저 가고싶은 대로 가던 드론은 그대로 나무와 부딪힌 뒤 10m 아래로 추락했다. 20초 만에 프로펠러 두 개가 부러졌다. 
2초 만에 하늘로 발사된 드론. 이정아 기자/dsun@

#. 두세 번 더 띄웠다가는 기체가 온전히 남아있지 않을 것만 같은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고이 방안에 모셔두고 저렴한 연습용 기체를 구입해야 하나. 잠시 망설이다 이내 마음을 접었다. 이래 봬도 한때 게임 ‘카트라이더’에 5년을 바쳐온 몸이다. RC조종이라도 순발력과 섬세함만 있으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는가. 적절한 타이밍에 드래프트 기술을 선보이는 정교한 내 운전 실력을 믿어보기로 했다. 일단 새처럼 훨훨 날아다니겠다는 야무진 꿈은 접어두고 호버링(Hoveringㆍ일정한 고도를 유지한 채 움직이지 않는 상태) 연습부터 차근차근 시작하기로 했다.
수풀에 떨어진 드론. 드론의 프로펠러에는 길쭉한 풀잎이 감겨있었다. 이정아 기자/dsun@

#. 첫 비행 신고식부터 순탄하지 않았던 탓에 두 번째 비행에서는 더 섬세하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0.5㎜ 정도만 스틱을 밀어올려도 즉각 반응하는 게 레이싱용 드론이었던 터라 모든 신경이 손끝에 집중됐다. 조심스럽게 이륙한 드론이 4m 정도 위로 뜨자, 더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게 엘리베이터 스틱을 아래로, 그리고 다시 위로 미세하게 움직였다. 바늘에 실을 꿰듯 아주 천천히, 조심스럽게. 이따끔씩 드론이 위아래로 춤을 추긴 했지만, 하늘로 발사가 되지 않은 것만도 감지덕지었다. 어느 고도에서 드론이 정지하는지 감을 익히기 위해 5분간 조금 더 위, 아래로 스틱을 움직였다. 두 번째 비행은 꽤 성공적이었다. 물론 갑자기 바람이 불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비행 7분만에 마모된 프로펠러. 이정아 기자/dsu@

#. 뜨겁게 내리쬐는 여름 햇살보다 더 무서운 건 매서운 바람이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처럼, 바람에 몸을 실은 가벼운 레이싱용 드론은 순식간에 10 여m를 미끄러지듯 비행한다. 그럴 땐 좌우 조종으로 드론을 제어를 해야 하지만 위로 부드럽게 띄우는 것만도 버거웠다. 이내 공중에 가만히 떠있던 드론이 바람에 그대로 휩쓸려 비행장으로 지정된 지역을 벗어나려고 한다. 아차차, 안되겠다 싶어 엘리베이터 스틱을 있는 힘껏 아래로 내렸다. 우거진 수풀 사이로 드론이 퍽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졌다. 콘크리트 바닥을 50㎝ 차이로 비켜갔다. 억수로 운이 좋았다. 이번에도 프로펠러만 망가졌다.

끝내 반으로 부러진 프로펠러. 이정아 기자/dsun@

* 이전기사 보기 (1) 납땜만 3시간, 꼬박 날린 하루

* [이정아의 맨땅 드론입문기] 매주 화요일마다 연재됩니다. 드론 앞면에 반짝이는 LED를 달고 배터리를 2팩 더 구입한 이야기는 다음화에서 계속됩니다.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취미용 드론은 얼마든지 흉기가 될 수 있습니다. 비행은 지도조정사의 지도 하에 진행됐습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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