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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론女의 맨땅 비행기] 납땜만 3시간, 꼬박 날린 하루
[HOOC=이정아 기자] #. 짙은 안개가 피어오른 파란 하늘, 투명한 바다 위를 수놓은 회색빛 상어들, 자로 잰 듯 시원하게 뻗은 튤립 밭까지. 드론의 시각에서 본 지구의 모습에 반해버렸다. 위에서 사선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는 드론의 앵글은 기존 사진의 평면적 시선과는 완전히 달랐다. 다양한 높이에서 새로운 앵글을 발견하는 즐거움, 드론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었다. 항공사진을 넋놓고 보다가 드론을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각과 오감을 확장시켜 주는 영상을 촬영하고 싶었다.

드론스타그램(Dronstagram) 2015 항공사진 컨테스트 장소 분야 우승작, ‘엷은 안개 위에서’
드론스타그램(Dronstagram) 2015 항공사진 컨테스트 장소 분야 3위, ‘튤립 밭’

#. 어떤 드론을 구입할까 고민하다가 짧은 한숨이 났다. 만만치 않은 가격 때문이었다. 이틀 밤이나 꿈에 찾아온 새하얀 드론의 가격은 무려 130만 원. 이전 기기보다 3분의 1로 내려간 가격이라고는 하지만 그다지 와 닿지 않았다. 취미로 100만 원이나 되는 돈을 투자한다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마음을 일백 번 고쳐먹어 10만 원대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가슴이 턱 막히는 항공사진을 담기엔 2% 부족한 사양이었고, 그러던 차에 잠깐 뭐가 씌었는지 FPV 레이싱 쿼드콥터(4개의 프로펠러가 장착된 헬기) 부품을 구입해버렸다. 그래 이거다. 직접 조립해서 카메라를 달면 되겠다. 아찔한 영상을 찍어야지. 이때까지만 해도 내 손으로 드론을 비행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 기체와 배터리, 변속기, 모터. 모든 부품이 손에 있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중학교 기술 시간에 엄지 손가락 만한 엔진을 분해해 봤던 기억이 전부. 인두기를 만져본 기억도 까마득하다. 니퍼로 연결 부위를 자르고 남땜과 씨름하기를 꼬박 3시간. 완성된 기체를 사지 않은 걸 후회했다. 검은색으로 변해버린 손가락을 보니 눈앞도 깜깜해졌다. 손톱 만한 나사를 조였다 풀기를 반복하다가 ‘이런, 망했다’라고 두어 차례 외쳤던 때였을까.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엔진과 변속기를 이어준 뒤 기체에 부착하는 과정. 이정아 기자 dsun@heraldcorp.com

우여곡절 끝에 조립은 끝냈는데 기체의 머리에 해당하는 CC3D 컨트롤러에 프로그램을 입히는 과정에서 당최 원인을 알 수 없는 에러가 났다. 이번엔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발목을 잡는구나. 잘 모르겠다 싶어 배터리를 켜고 끄기를 반복,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지점에서 삐비빅- 경쾌한 알림음과 함께 컨트롤러에 파란불이 켜졌다. 엉겁결에 드론이 완성이 됐다. 꼬박 하루가 걸렸다. 

기체의 머리에 해당하는 CC3D 컨트롤러(노란색 네모난 부품)를 부착했다. 이정아 기자 dsun@heraldcorp.com

꼬박 하루 걸려 완성된 QAV 250. 가성비 좋은 레이싱용 드론. 이정아 기자 dsun@heraldcorp.com

#. 조종하기가 어렵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레이싱용 쿼드콥터로 RC(Remote Control)를 시작한 건 실수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하늘을 가르며 비행하는 드론은 꿈속에서나 가능하다는 걸. 다음날 자전거를 타고 가까운 비행장으로 향했다. 그날 드론은 로켓 마냥 하늘로 발사됐다.

5초 뒤 드론이 발사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기자의 모습. 이정아 기자 dsun@heraldcorp.com


* [이정아의 맨땅 드론입문기] 매주 화요일마다 연재됩니다. 하늘로 발사된 드론의 프로펠러가 부러진 이야기는 다음화에서 계속됩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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