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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녀가 수조에서 물질을? 아쿠아리움의 ‘이유’ 있는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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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장필수 기자] [편집자 주] 누구나 한 번쯤, 수조관 유리에 코를 박고 자유롭게 유영하는 물고기를 바라본 기억을 갖고 있을 겁니다. 살면서 한번은 찾게 되는 장소인 아쿠아리움. 그런데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모니터 속에서만 봤던 해양동물과 형형색색의 열대어가 시선을 끌지만, 그 순간뿐입니다.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출구로 나서면서 알 수 없는 허전함을 느끼곤 합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우와~와~” 같은 감탄사 너머의 아쿠아리움을 알아보는 연재물을 마련했습니다. 네 번째 주제는 ‘공연’ 입니다. 



물질(잠수 작업) 경력만 58년. 일흔이 넘은 할머니 해녀가 잠수복인 ‘고무옷’을 입은 채 한 손에는 까꾸리(해산물을 채취할 때 쓰는 갈고리 모양의 도구)를 들고 물질을 시작하자,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기 시작합니다.

해녀가 바닥에서 조개부터 시작해 문어를 끌어올리자, 물 밖에선 사람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몇몇은 물질하는 해녀 모습을 스마트폰에 담기 바쁩니다. 지금 제주 해녀가 물질하고 있는 바다는 제주 바다가 아닙니다. 여기는 아쿠아리움 메인 수조. 해녀들은 수조 안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수조 밖에서는 큐레이터가 해녀들의 삶에 대해 관람객들에게 설명합니다. 
큐레이터가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해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한화 아쿠아플라넷 제주에서는 실제 제주 바다에서 활동하는 해녀를 섭외해 잊혀져 가는 해녀의 이야기를 담은 공연을 마련해 관람객들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영상자료, 해녀 인터뷰 등 다큐멘터리적 요소를 가미해 기획한 공연이지요.

해양 생물의 전시와 보존이 목적인 아쿠아리움에서 ‘공연이 굳이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전시 생물은 아쿠아리움의 시작과 끝인데, 공연이라는 다른 콘텐츠를 준비해야 할 필요가 지금까지는 없었지요.

사실 아쿠아리움은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동물 복지와 권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도 전시 생물을 단순히 눈요깃거리로만 바라보지 않게 됐습니다. 이에 발맞춰 전시 생물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아쿠아리움이 전시 시설로서 갖춘 매력도는 점차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수조 속의 산호는 주로 인도네시아에서 수입해오지만, 이제는 환경 보호를 위해 수입의 사실상 하지 않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요인들로 말미암아 나라별로 전시 생물에 대한 감수성이 다른 게 사실입니다. 수족관 문화가 잘 발달된 일본에서는 태평양을 끼고 있어 전시 생물에 대한 수급도 수월하고 전시 생물에 대한 거부감이 적어 다양한 생물자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중국 또한 수급과 공연에서 크게 제약을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반면, 미국과 우리나라는 유럽처럼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시 생물, 특히 대형 어류나 해양 포유류 수입을 줄여나가거나 금지하는 추세입니다.

생물을 통한 교육과 재미라는 전통적인 아쿠아리움의 역할이 점차 축소되자, ‘대안’으로 등장한 게 공연 콘텐츠입니다. 동물 대신 사람이 나오는 콘텐츠를 기획해 기존 아쿠아리움이 전달하지 못했던 가치에 대해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전시 생물이 바다 쓰레기에 대해 설명할 순 없지만, 공연을 통해 관람객에게 바다 쓰레기의 위험함을 전달하는 건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한화 아쿠아플라넷에선 수중 공연 기획 담당자가 그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아쿠아플라넷 제주의 뮤지컬 '아쿠아판타지아'

수종 공연 기획 담당자가 말하길, 수중 공연의 장ㆍ단점에 대해선 “장점은 사람이 나오는 것이고 단점 또한 사람이 나오는 것”이라고 하네요. 그러면서도 아쿠아리움에서 전시 생물이 주는 교육과 치유의 목적 외에 재미를 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요소 중 하나가 공연 콘텐츠라고 합니다. 가까운 미래 아쿠아리움의 먹거리가 곧 공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화 아쿠아플라넷을 비롯한 국내 아쿠아리움도 점차 수중 뮤지컬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도전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적인 내용과 재미를 넘어,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클래식, 마술 쇼, 서커스가 한 데 결합한 복합 문화 공연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아쿠아플라넷의 경우 레미제라블, 미스사이공을 연출했던 전문 공연 기획사와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네요. 우리나라 사람들의 취향에 맞춰 연출과 서사를 강화시켜 공연 다운 공연을 만들어보겠다는 취지라고 합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동물 대신 사람이 공연에 나서게 되면서 아쿠아리움도 점차 관련 장비와 기술을 갖춰나가고 상황이에요. 과거 아쿠아리움이 들어설 때는 전시 생물에 초점을 맞춰 모든 설계가 진행됐지만, 이제는 설계 시작 단계에서부터 공연을 위한 장치들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미술관이나 공연장에서만 봤던 홀로그램, 미디어 파사드(건물 벽을 스크린으로 꾸미는 것), 영상 기술 등을 도입하는 걸 장기 연구 개발 과제로 생각하는 아쿠아리움도 점차 늘어날 전망입니다. 변화하는 사회와 시장의 환경에 맞춰 아쿠아리움도 단순 전시를 넘어 체험하고 즐기는 거대한 공연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essential@heraldcorp.com



사진설명=제주 해녀물질공연, 제주 아쿠아판타지아 공연. 한화 아쿠아플라넷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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