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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가 박물관 대신 수족관으로 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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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장필수 기자] [편집자 주] 누구나 한 번쯤, 수족관 유리에 코를 박고 자유롭게 유영하는 물고기를 바라본 기억을 갖고 있을 겁니다. 살면서 한번은 찾게 되는 장소인 아쿠아리움. 그런데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모니터 속에서만 봤던 해양동물과 형형색색의 열대어가 시선을 끌지만, 그 순간뿐입니다.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출구로 나서면서 알 수 없는 허전함을 느끼곤 합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우와~와~” 같은 감탄사 너머의 아쿠아리움을 알아보는 연재물을 마련했습니다. 세 번째 주제는 ‘학예사(큐레이터)’ 입니다. 

아쿠아플라넷 일산 중앙 수조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사실 아쿠아리움 정도 되는 수족관은 박물관입니다. 일정 조건(생물 100종 이상ㆍ 200㎡ 이상 전시실 등)을 갖추고 학술적ㆍ교육적 가치를 보유한 아쿠아리움은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따라 제1종 박물관으로 등록돼 있어요. 그래서 잘 드러나진 않지만, 당연히 전담 학예사도 있습니다.

박물관과 미술관이 1년 365일 똑같은 전시회를 하지 않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꾸릴 수 있는 이유는 소속 학예사가 새로운 것을 찾아 꾸준히 기획을 하기 때문이에요. 전시를 기획하고 교육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아쿠아리움도 상황은 비슷하지요. 아쿠아리움에선 어떤 교육이 이뤄지고 있을까요. 아쿠아플라넷 일산에서 교육을 기획하는 유가은 학예사를 만났습니다. 


#. 박물관 큐레이터와 수족관의 첫만남 


학예사로서의 시작은 국공립박물관이었다. 서울역사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교육 관련 경력을 쌓았고 2015년, 그림과 유물과 같은 무정물 대신 살아 숨 쉬는 생물을 다뤄보고 싶다는 호기심에 아쿠아플라넷 일산에 지원했고 덜컥 합격했다.

미술ㆍ박물관 교육 쪽으로만 공부하다 보니, 생물에 대해선 아는 바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입사 후에 아쿠아리스트들의 조언을 참고삼아 6개월간 생물 공부에만 몰두했고 일본과 미국 아쿠아리움 교육 프로그램을 살펴보며 자신만의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수족관을 제대로 구경해본 적도 없던 박물관 학예사가 아쿠아리움에 취직했지만, 교육의 지향점이 크게 다르진 않다고 판단했다.

교육 담당자로서 세운 목표는 단 하나. 단순 전시를 넘어 체험을 통해 생물의 소중함을 스스로 깨우칠 수 있도록 하는 것. 유 학예사는 아쿠아리움에서의 교육이 “앞으로 우리 수족관이 강화해나가야 할 길”이라고 정의했다.
유가은 학예사가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고민의 결과물이 취학 전 아동을 위한 ‘바다별 생태체험 교육프로그램’과,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바다별해양단 방학 특별 프로그램’이다. 아쿠아리움을 돌며 물고기를 보고 끝나는 게아닌, 학생들을 강의실에 모아 각 생물이 지닌 독특한 특성과 그에 따른 과학적인 이론을 탐구했다. 또 아쿠아리움에서 교육할 수 없는 분야에 대해선 서대문 자연사 박물관ㆍ서울대 수의학과와 연계해 현장체험 학습을 떠나기도 했다.

“아쿠아리움은 생물 전시 외에 생물 연구, 보존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는데, 관람객들이 눈에 보이는 물고기만 지켜보는 게 아쉬웠어요. 수족관을 좀 더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봐주길 원했거든요.” 최근 유 학예사가 수족관 생물을 넘어 해양생물에 초점을 맞추려는 이유다. 전국 유명 아쿠아리움은 정부와 협업해 해양보전사업을 병행하기도 한다. 아쿠아플라넷 일산은 바다의 나무라 불리는 잘피 보존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학생들이 수족관 백야드에서 아쿠아리스트의 설명을 듣고 있다.


#. 살아있는 생물과 함께한다는 것

사실 교육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아쿠아리움에 큰 도움이 되진 않는다. 유 학예사는 “이곳에서 이뤄지는 교육이 이윤만을 따졌다면 지금까지 이어지기 어려운 사업”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수업이 끝난 후 해양생물에 관심을 둔 아이가 수의사가 되고 싶다고 말할 때는 보람이 생겨요”라고 말했다.

여타 박물관과 달리, 아쿠아리움 학예사는 항상 조심하고 또 경계해야 할 게 있다. 살아있고 감정이 있는 생물을 생각해야 한다는 점. 박물관과 미술관과의 구분되는 가장 큰 차이점이다. 동물 복지와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증진된 만큼, 체험 교육 프로그램도 아쿠아리스트, 수의사 등과 협업해 정교하게 설계하고 있다. 
학생들이 조리실에서 해양생물 먹이와 관련해 설명을 듣고 있다.

“교감의 수위를 조정하는 게 중요해요. 민감한 생물이면 교육을 할 수 없어서 여러 전문가와 협의하는 과정을 거쳐요. 제가 교육 생물을 정하더라도 전문가분들의 동의가 필요한 부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아쿠아리움에서 소화할 수 없는 생물이나 교육은 외부 기관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는 경우도 있어요.” 생태체험교육이 주를 이루지만, 아이들에게 생물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지 않으면 체험의 의미가 반감된다고 유 학예사는 강조했다.

과거 유 학예사가 그랬던 것처럼, 많은 사람이 아쿠아리움을 단지 ‘한번 가봤다’로 정도로 끝낸다. 전시 문화가 발달한 일본처럼 다양한 취향에 맞춰 설계된 수족관이 많지 않은 탓도 있지만, 교육 프로그램이 다양하지 않은 영향도 크다. “관람객과 아쿠아리움이 일회성 만남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요. 아쿠아리움에 들어선 관람객이 더 풍부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아쿠아리움과 관람객 간 소통 창구 역할을 하려고 노력하려구요.” 4년차 아쿠아리움 학예사의 작은 소망이다. 

essentia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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