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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하는 땅 넓이만 축구장 870여 개, 저는 46억 땅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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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필수 기자의 인스파이어]

내 땅과 내 땅이 아닌 땅.

부동산이 곧 주(主)님인 대한민국에서 사람들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땅은 이렇게 단 두 종류라 한다. 내 땅이 아닌 땅은 그래서 모두 남 땅이다. 

그런데 하나 더 있다. 눈에 보이지 않아 의식하지 못하고 살지만, 곳곳에 존재하는 땅. 토지대장에 대한민국이 주인으로 등록된 ‘우리 땅’이 있다.

이 땅, 누가 관리할까. 도심처럼 사람들이 많이 찾고 목 좋은 땅은 주인이 있다. 주인이 직접 쓰거나 임대해주거나 매각한다. 반면, 국토의 70%가 산지인 우리나라 특성상 ‘우리 땅’은 도시보단 한반도 산등성이 곳곳에 퍼져 있다. 

전남 신안군과 영암군은 섬이 많은 해역을 끼고 있다. 뭍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요즘 신안군의 많은 섬은 다리로 연결돼 있다. 이런 곳에도 ‘우리 땅’이 많고 누군가는 이 땅을 관리하고 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지만, 누군가는 이 땅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버려진 깊은 산기슭 속 자그마한 나대지도 엄연히 소중한 나라의 재산이니까. 그래서 매일 산을 넘고 강과 바다를 건너는 297명이 있다. 드러나지 않아 잘 몰랐던 사람들. 이들 중 한 명을 만났다.



#. 대한민국을 대신하는 땅주인

“이곳에서 국유재산관리 업무를 2009년에 시작했으니까, 딱 9년 넘고 10년차 접어들었더라고요.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황종찬 과장은 2009년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ㆍ캠코)에 입사하고서 계속 국유재산관리 업무에 집중해왔다. 국유재산관리 업무는 쉽게 말해 국유재산 즉, 대한민국 정부가 주인인 땅을 관리(조사ㆍ임대ㆍ매각 등)하는 작업이다.

국유재산은 우리나라 전 국토의 25%. 황 과장과 같은 국유재산관리 업무 담당자 297명이 전체 국유재산 중 일반재산으로 분류된 63만 필지(4억 4392만 1000㎡)를 전담 관리하고 있다. 297명이 맡아 관리하기엔 녹록지 않다.
현장조사를 통해 맡은 필지(땅)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 업무에 활용한다. 사진은 곧 땅의 역사가 되고 국가의 기록으로 남는다. 황 과장이 찍은 이 사진 또한 자료로 남게 된다.

목포사무소에서 근무하는 그에게 떨어진 땅은 전라남도 신안군과 영암군에 있는 국유재산 중 절반. 맡은 토지가 얼만큼 되냐고 묻자,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선 “너무 넓어서 정확하게 잘 모르겠네요”라고 했다. 대충이라도 알고 싶다 하니, “대충 계산해보니까 축구장 870여 개 정도 되네요. 팀에서 제가 맡은 토지가 제일 많아요. 팔면 46억 원 정도 되니까, 제가 46억 원 가진 땅부자라 보시면 됩니다”라고 답했다. 또 다음 질문을 예상한듯한 마디 덧붙였다. “오지에 있는 땅들이 많다 보니까, 뭐 방법이 없어요. 직접 가야 해요.” 
국유지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을 적발하면, 다음과 같은 안내문을 설치하고 돌아온다. “안내판을 빼버리고 그냥 무시해 버리는 분들이 대응하기 제일 힘들어요.” 베테랑인 그지만, 주민들의 협조가 절실하다.

오지일수록 자주 찾아가봐야 한단다. 지켜보는 사람이 없다고 판단해 사전 계약 없이 국유지를 무단으로 점거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정당한 사용료를 내지 않고 건물, 집을 짓거나 농작물을 심기도 한다. 이런 경우 무단 점거자에게 변상금을 부과하고 임대료를 받는다. 조건에 맞으면 공개 입찰 진행해 필요한 사람에게 매각하기도 한다. 모든 과정에서 얻은 수익은 국고로 귀속된다. 사정이 딱한 경우도 종종 접하지만, 땅 앞에선 정직해야만 한다.

기존 토지를 관리하는 업무 외에도 조달청 등 유관 부처와 협력해 주인 없는 토지, 아직 남아 있는 일본인 명의의 땅 등을 현장 조사를 거쳐 찾아내고 소유자를 대한민국으로 바꾸는 작업도 하고 있다. 그래서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끊임없이 돌아다녀야 한다.



#. 산짐승과 트랙터 그리고 300㎞

“얘가 왜 여기서 나오지?”

사람이 발길이 닿지 않아 수풀이 우거진 땅에는 비릿한 풀냄새 말고도 하나가 더 있다. 적어도 이곳에서만큼은 산짐승이 주인이다.

“뱀은 수도 없이 많이 봤고 멧돼지는 한 3번 봤어요. 멧돼지를 처음 봤을 때 얼마나 놀랬는지. 머리카락이 쭈뼛 서더라고요. 나올 만한 곳이 아니었거든요. 아이고 그래도 공격하지는 않더라고요. 그 뒤로는 호루라기 들고 다니며 여기저기 소리 내고 다니죠. 산짐승들 도망가라고. ‘나 간다!’ 표시를 하는 겁니다.” 
황 과장이 맡고 있는 국유지는 비포장도로와 진흙을 빼놓곤 설명할 수 없다. 필지(땅)를 옮겨 다닐 때마다 한번씩 신발을 털어야 한다. 등산화와 운동복을 권하자, “마주치는 주민들에게 깔끔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다른 지역을 맡은 직원들이 가끔 마주치는 들개는 만나지 않아 운이 좋은 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일 무서운 게 뭔지 아시냐”며 “사람이 없어야만 하는 곳에서 사람을 마주쳤을 때에요.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오지에선 사람이 제일 무서워요”라고 말했다.

댐 상류를 조사하다 자동차 뒷바퀴가 진흙에 빠져 마을 이장의 트랙터로 끌어냈던 적도 있었다. “차가 빠지면 긴급출동 부르면 되잖아요. 그런데 그거 모르실 겁니다. 계약서에 깨알 같이 적혀 있어요. 긴급출동은 도서지방 제외라고. 안 옵니다.”

이외에도 하루 300㎞를 차로 이동하며 쏟아지는 졸음과 싸워야 했던 수많은 시간은 이제 추억으로 남았다. 지난 9년간 오지를 오가며 겪은 고생은 이루 다 말로 하기 어렵다고 했다. 
캠코는 렌트 업체과 계약해 업무용 차량을 공급받고 있는데, 렌트 기간은 4년이다. 하루에 300㎞ 이상 달리다 보니 반납할 때가 되면 못 쓰는 차가 된다. 황 과장은 “아마 렌트 업체가 우리를 엄청 싫어할 거다”라며 웃어 보였다.


#. 의미 없는 땅은 없다.

이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그간 힘들지 않았느냐는 말에 “이게 사실 흙 속에서 진주 찾는 거죠. 보물을 찾는 역할을 제가 하게 되는 것 아닌가요”라며 활짝 웃어 보였다. 황 과장 말처럼, 캠코는 올해 대대적으로 보물찾기를 시작했다. 국유재산총조사를 시작해 숨은 나라 땅을 발굴하고 있다. 단군이래 최초로 우리나라 국토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한 셈이다. 
국유재산총조사는 드론으로 위성촬영을 하고 드론이 진입하기 어려운 곳은 사람이 직접 가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드론 가격은 대당 4000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잃어버리면 찾을 때까지 찾는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버려졌던 땅이 필요한 사람에게 임대되거나 낙찰돼 잘 사용되는 걸 지켜볼 때면 국유재산관리 업무에 대한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이 업무를 한번 접한 사람은 자신에게 떨어진 토지에 대한 애착을 쉽게 내려놓지 못한다. 오지에서 짐승을 만나고 온종일 운전을 해야 하는 등 업무 자체가 고되어서 사내에서 인기가 없긴 하다. 하지만, 아직까진 고참들이 건재하다. 황 과장도 이제는 회사 내부에서 알아주는 고참이 됐다.

“의미 없는 땅, 버려진 토지를 찾아서 의미 있는 땅으로 다시 탄생하면 얼마나 좋나요. 쓰는 사람도 기분 좋고 국고 수익도 늘어나고. 우리가 관리하는 토지, 모든 토지 중에 의미 없는 토지는 없을 겁니다. 전부 소중한 국가재산이니까요.” 황 과장이 국유재산 업무를 10년간 하며 얻은 소소한 깨달음이다. 
겨울이 오면 배 위에서 일출을 맞이한다. 새벽 6시 출항하는 배를 타지 못하면 당일 업무를 다 끝내지 못해서다. 황 과장은 “남들은 돈 주고 구경하는 걸 나는 공짜로 구경한다”고 말했다.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한가지 꼽아달라고 물었을 때는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한가지는 확실히 힘들다고 언급했다. 식사 문제였다.

“점심 한 끼 뭐 대강 때우면 어떻겠냐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실제 오지로 가면 밥 파는 식당이 없습니다.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식당이 있겠어요?”




essential@heraldcorp.com

헤럴드의 콘텐츠 벤처 <인스파이어ㆍINSPIRE>가 시작됩니다. 영어로 ‘영감(靈感)을 불러일으키다’라는 뜻의 인스파이어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가치있는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영감을 전달하고자합니다.

스스로에 대한 자극과 영감을 갈망하는 이들이라면, 인스파이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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