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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커피찌꺼기는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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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 기자의 인스파이어]


‘커피 한 잔’이라는 말에는 뜨거운 태양이 머물다 간 흔적이 있습니다. 노트나 컴퓨터에 무언가를 쉼 없이 끼적이는 누군가의 눈빛도 스며 있고요. 나른한 오후를 즐기려는 누군가의 시간도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커피 한 잔의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온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요.

“쓰레기요.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에는 쓰레기로 버려지는 약 14g의 커피찌꺼기가 있어요.”

하루 서너 잔씩 꼭 커피를 마신다는 박유진 이니스프리 신성장동력개발팀 담당. 그는 버려지는 커피찌꺼기에 의미를 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9월, 이니스프리는 커피찌꺼기에서 추출해 낸 커피오일이 함유된 커피 업사이클링 라인 제품(바디워시·젤리마스크·버블바디스크럽·립스크럽·배쓰파우더)을 출시했는데요. 기획부터 상품 개발까지 2년 반 동안 해당 프로젝트를 총괄했던 박유진 이니스프리 신성장동력개발팀 담당을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커피 한 잔에는 당신이 놓친 99.8%가 있다.


# 그 많던 커피찌꺼기는 어디로 갔을까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대단합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7년 1년 동안 지난해 기준 전체 한국인이 마신 커피는 265억 잔.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512잔에 달합니다. 커피 공화국이라는 이름이 허언이 아님을 보여 주는 통계입니다.

“그런데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을 내리는데, 원두의 0.2%만 사용돼요. 다시 말하면 나머지 99.8%가 커피찌꺼기로 배출된다는 것이죠.”

박 담당은 추출하고 남은 커피찌꺼끼가 활용도를 찾지 못해 쓰레기로 버려지는데 주목했습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커피찌꺼기의 양은 12만4000t이나 됩니다. 특히 커피전문점이 몰려 있는 서울에서는 매일 140t의 커피찌꺼기가 쓰레기로 배출되고 있습니다.

“커피찌꺼기에는 약 10~15% 정도의 오일 성분이 포함돼 있어요. 오일 성분은 화장품의 원료뿐만 아니라 친환경 원료로 쓸 수 있는데, 이걸 모두 종량제 봉투에 담아 쓰레기로 버리고 있었던 거죠.”

대부분의 커피전문점은 커피찌꺼기를 따로 모아뒀다가 다른 생활쓰레기처럼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버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모인 커피찌꺼기는 매립하거나 소각 처리됩니다. 지역별로 종량제 봉투 가격은 300~800원 정도(20L)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전국 커피전문점의 종량제 봉투 구입비만 연간 27억 원으로 추산됩니다.

박 담당은 “그래서 커피전문점 앤트러사이트와 손잡고 커피찌꺼기를 활용한 스페셜 케어 화장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니스프리는 업사이클링 라인 개발을 위해 제주 앤트러사이트에서 2000㎏의 커피찌꺼기를 수거했습니다.

이니스프리는 커피전문점 제주 앤트러사이트에서 버려지는 커피찌꺼기를 활용해 스페셜 케어 화장품을 개발했다.

# 버려지는 것에 의미를 더하다

자료 조사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을 묻자 박 담당은 “관련 자료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국내 커피찌꺼기 재활용 통계는 없습니다.

“시장에는 업사이클링 화장품이라는 개념 자체가 DIY(Do It Yourself) 제품 말고는 찾을 수가 없었어요. 자료 조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게 사례 분석인데 이번 프로젝트에서 연구해 볼 수 있는 사례가 없어서 어려웠죠. 커피 원두를 활용해서 만든 화장품은 있었지만, 한번 사용하고 난 원두로 제품을 만드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었거든요.”

이니스프리는 원료사의 추출 공법으로 오일 함량을 최대 16.93%까지 올리고 추출된 오일로 업사이클링 라인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열풍 건조와 분쇄, 멸균 공정을 거쳐 아주 고운 커피 파우더 입자를 만들어 내 각질 제거에 도움을 주는 식물 유래 스크럽제도 개발했습니다. 2년 남짓 기간동안 원료화 테스트부터 제품 안정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는데 주력했다고 박 담당은 설명했습니다.

“업사이클링 라인 제품마다 조금 다르지만 한 제품에 100~1000ppm 정도의 오일이 포함돼 있어요. 오일 함량 약 1000ppm 정도면, 업사이클링 제품은 이니스프리의 일반적인 제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어요.”

수많은 사회적 가치 중에서 왜 업사이클링(Upcycling) 가치를 추구했는지 묻는 질문에 그는 ‘착한 소비’를 꼽았습니다.

“업사이클링은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리사이클링(Recycling)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버려지는 자원에 디자인 가치를 더해 새로운 제품을 창조하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에 기업이라면 소비자의 구매욕까지 자극할 수 있도록 제품을 개발해야 하죠. 아무래도 버려지는 것에서 원료를 찾아내 상품을 개발하니까 기존 상품 개발 과정보다 챙겨야 할 사항이 많았고 비용도 더 많이 들었는데요. ‘당신의 착한 소비로 자연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고객에게 전하고 싶었어요.”

커피 업사이클링 라인 프로젝트를 총괄한 박유진 이니스프리 신성장동력개발팀 담당.


# 건강한 아름다움

국내 최초 자연주의 브랜드로 태어난 이니스프리는 자연의 혜택을 담아 고객에게 건강한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건강함을 지키기 위해 친환경 그린라이프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피부에 휴식을 주는 섬’을 뜻하는 이니스프리는 청정 자연의 깨끗하고 순수한 에너지를 담아 건강한 아름다움을 전한다는 브랜드 콘셉트가 특징인데요.

이니스프리는 직영으로 관리하는 제주 서광차밭에서 건강하게 재배한 무농약 녹차를 그린티 라인의 주요성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동백 원료와 비자 원료는 공정 구매를 통해 제주 지역 사회 할머니들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동시에 땅에 떨어진 원료만을 활용해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고요.

브랜드 콘셉트에 맞게 2003년부터는 ‘공병수거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이니스프리 제품의 용기를 매장에 비치된 공병 수거함에 가져오면 매장에서 사용이 가능한 뷰티 포인트를 적립해주는데요. 2003년부터 2016년까지 총 1460만 개의 이니스프리 공병이 수거됐으며, 이는 7300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은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박 담당이 총괄한 이번 커피 업사이클링 라인 개발은 공병수거 캠페인에 이은 두 번째 업사이클링 프로젝트입니다. 그는 내년에도 새로운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많은 기업이 사회공헌 활동(CSR)을 하고 있는데 얼마나 진정성 있게 하는지 의문을 갖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이니스프리의 철학은 단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깨끗한 자연을 담아서 건강한 아름다움을 전하자. 사람과 자연이 행복하게 공존하는 제품을 만들기 담당자가 진짜 노력을 해야, 그리고 담당자 스스로 ‘당당하다’ 말할 수 있어야 브랜드가 진짜 당당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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