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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비디오 가게와 책방이 있는 ‘더 파크’로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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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장필수 기자ㆍ안경찬 PD] 히치하이킹(Hitchhiking). 어디론가 이동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차를 타는 행동을 말합니다. 헤럴드의 디지털 콘텐트 사내벤처, 인스파이어는 뉴미디어 업계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거나,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이들을 만나, 그들의 현재와, 그리고 꿈에 대해 함께 동승하는 기획을 시작했습니다. 뉴미디어 업계의 다양한 플레이어들과의 히치하이킹을 기대해주세요. 두 번째 동승자는 ‘더 파크(The Park)’입니다.

이제 동네에선 비디오 가게와 책방 보기가 어려워졌다. 영상 콘텐트와 시청자의 매개체가 비디오테이프에서 DVD로, 스트리밍으로 바뀌면서 골목골목 터를 잡았던 비디오 가게는 하나 둘 문을 닫았다. 책방도 마찬가지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온라인 서점이 커지고 대형 서점이 시장을 잠식하면서 작은 책방은 자취를 감췄다.

비디오 가게와 책방에서 일하던 ‘형’, ‘오빠’들도 덩달아 사라졌다. 그래서 “야, 이거 죽여줘. 일단 나 믿고 한번 봐.”라던가 “이거 나온 지 오래되긴 했는데 한번 읽어볼래요?”와 같은, 짧지만 강렬한 추천 멘트도 들을 일이 없어졌다. 지금은 댓글, 블로그, 유투버 등이 역할을 대신하게 됐다. 세상이 바뀌었다. 

두꺼운 TV 모니터, 비디오 테이프는 이제 사회에서 '어른' 소리 듣는 사람들의 추억이 돼 버렸다.

그런데, 더 파크에 가면 우리의 취향을 저격하곤 했던, 그때 그 시절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지난 3월 출범한 미디어 스타트업인 더 파크의 정우성 대표와 임익종 CCO(Chief Creative Officer). 38살 동갑내기 두 남자는 넷플리스 콘텐트와 고전문학 외에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재밌는 것들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리뷰한다. 두 사람의 수다는 오디오클립, 카툰 동영상, 텍스트 등 다양한 방식으로 녹아들어 독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기자인 정 대표는 글을 쓰고 프리랜서 만화가인 임 CCO가 그림을 그리기에 가능했다.

더 파크의 슬로건은 ‘시간이 소중한 우리를 위한 취향공동체’다. 가게에서 무얼 읽을지, 볼지 몰라 갈팡질팡하곤 했던 우리들에게 친근하게, 때론 뻔뻔하게 다가가 즐길 거리를 콕콕 집어주겠다는 뜻을 담았다. “공원에서 산책하듯 부담 없이 들렸다가는 미디어가 됐으면 좋겠다”는 정 대표와 임 CCO를 더 파크 사무실에서 만났다.

#. “우리 이야기가 콘텐트가 될까?” 2년의 실험

더 파크만의 특색 있는 콘텐트가 하늘에서 감 떨어지듯 생긴 건 아니다. 콘텐트의 원천인 ‘이야기’를 놓고 두 사람의 고민이 시작된 시기는 2016년 초. 잡지사 GQ와 에스콰이어를 다니며 자동차 전문 기자라는 타이틀을 단 정 대표와 프리랜서 만화가로 입지를 다진 임 CCO는 특정 주제를 놓고 자유롭게 대화하며 “이걸 그대로 콘텐트로 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각자의 분야에서 오랜 기간 자신만의 시각을 정립해왔기에 한 주제를 놓고도 생각하는 건 달랐지만, 죽이 척척 맞았다. 스스로도 재미있고 유쾌한 순간이 많았다. 특히 각자 ‘글’과 ‘그림’이라는 무기를 들고 있었고 곧바로 콘텐트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더 파크 정우성 대표와 임익종(필명 이크종) CCO의 캐릭터가 더 파크 사무실 쇼파에 앉아 있다. 두 캐릭터는 더 파크가 만드는 모든 콘텐츠의 나레이터 역할을 한다.

이러한 구상은 두 사람의 취향을 눈여겨봤던 업계 관계자들의 협조로 차츰 현실화되어 갔다. 아이콘티비(The ICONtv)에서 ‘정우성 x 이크종 컬쳐 토크’라는 이름으로 콘텐트를 연재했다. 소주, 자동차, 넷플릭스 콘텐트 등을 주제로 두 사람이 정해진 규칙 없이 자유롭게 수다를 떨고 여기에 임 CCO의 카툰이 절묘하게 얹어 재미를 돋우는 방식이었다. 이 동영상은 더 파크의 프로토타입 역할을 했다. 그렇게 2년 동안 간헐적으로 합을 맞춰본 둘은 각자의 업을 접고 메디아티의 투자를 받아 더 파크를 차렸다.

“어떻게든 지속 가능하다고 판단했어요. 일단 저도 익종이도 10년 넘게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남은 프로였고 같이 일을 하면서 재밌는 콘텐트를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스타트업, 두렵지 않았냐’는 질문에 정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 시간을 벗어나고자 선택한 넷플리스와 고전문학

더 파크가 내놓는 콘테츠는 크게 넷플릭스, 고전문학, 리뷰 등 세 갈래로 나뉜다. 리뷰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선 제한이 없다. 지금까지 자동차와 술과 관련된 리뷰들이 올라왔다. 그런데 수많은 영상 콘텐트와 텍스트 콘텐트 중에서 더 파크는 넷플릭스와 고전문학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두 사람이 유행을 타지 않는 비디오 가게와 책방을 꿈꾸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TV 프로그램과 달리 정해진 시간에 맞춰 영상을 볼 필요가 없다. 시청자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수없이 많은 영화 또는 드라마를 선택해 볼 수 있다. 영상 미디어에서 넷플릭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고전 문학도 시간에 쫓기지 않고 오랜 시간 그 가치를 인정받아 앞으로도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 같은 책을 봐도 여러 시각이 나올 수 있고 시간이 지나 다시 보면 새롭게 재해석될 수 있는 고전문학. 꾸준히 소비되는 에버그린 콘텐트. 두 사람이 전하는 더 파크가 넷플릭스와 고전문학에 집중하는 이유다. 
더 파크는 고전문학, 넷플릭스 콘텐트를 선별해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이와는 별개로 임 대표는 에세이, 임 CCO는 카툰으로 독자적인 콘텐트를 만들고 있다. 더 파크 홈페이지 갈무리.

“독자 입장에서는 아카이브(콘텐트 보관소)를 찾아오는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서점 내 베스트 셀러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를 지키고 있는다거나 (다른 매체처럼) 같이 휩쓸리고 싶다는 느낌을 쥐고 가고 싶지 않았어요. 넷플릭스에서는 알고리즘에 맞춰 자신만의 취향에 갇히지 않게 다른 영상을 추천해주는 사람이 필요해요. 더 파크가 만드는 콘텐트는 시간에서 자유로웠으면 좋겠다는 느낌을 주려고 노력합니다.” 정 대표가 그리는 더 파크의 미래다.

#. 꾸준히 자신만의 내공을 쌓는 미디어

이야기를 원재료 삼아 오디오 클립, 영상, 카툰 그리고 글로 표현해내는 미디어스타트업은 더 파크가 유일하다. 두 사람은 더 파크의 그런 독특함이 유쾌하고 꾸준하게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꾸준함이 좋은 콘텐트가 탄생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고 믿어서다.

정 대표는 “우리의 강점은 뻔뻔한 유쾌함이에요. 기분 나쁜 주인이 있는 비디오 가게는 잘 안 가게 되는 것처럼 독자들이 봤을 때 재미있어야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보거든요. 만났을 때 기분 좋고 문턱이 낮고, 한번 보면 나한테 언젠가 도움이 될 것 같은 콘텐트를 계속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임 CCO는 “우리의 콘텐트가 쌓였을 때, 예전에 만든 것이라 해서 폐기처분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나름 내부적으로 기준을 설정해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요. 순간적인 관심을 확 끌어모아서 성공하기보다는, 누군가 1년, 2년 뒤에 저희를 찾아와 ‘설국’, ‘인간실격’과 같은 고전문학에 대해 물어볼 때,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콘텐트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했다.


essentia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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