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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단 하나뿐인, 할아버지 장난감 박사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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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범 기자의 인스파이어]
“장난감은 우리가 수십 트럭 고쳤지. 타이니러브, 뽀로로, 장난감 피아노.전국에서 올라와.
남는게 뭐가 있어. 우리는 그지야. 돈보고 한 게 아니니까. 애들이 사랑하니까. 그래서 고쳐줘야 하는거잖아.”

국내 유일의 장난감 수리 연구소. 무료로 아이들의 장난감을 고쳐주는 이 곳의 6명의 할아버지 박사님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사이에서, 유명한 연구소가 있다. 인천광역시 남구에 위치한 이 연구소가 연구하는 것은 바로 장난감이다. 연구소의 박사님들은 백발이 성성한 6명의 할아버지들이다.

연구소에는 하루에도 수십개의 고장난 장난감들이 전국에서 올라온다. 아이들의 손 때가 묻은, 그러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아픈 장난감들은 할아버지 박사님들의 손을 거쳐 다시 생명을 얻는다. 이 모든 수리에 대한 비용은 공짜다.

무료로 장난감을 고치는, 국내 유일의 장난감 연구소. 뚝딱 장난감 수리 연구소의 이야기다. 
할아버지들은 장난감을 다 고쳤을 때가 가장 뿌듯하다고 한다

#교장선생님, 퇴직 공무원...장난감 박사가 되다

연구소에는 모두 6명의 장난감 박사님들이 있다. 맏형 격인 최병남 씨는 정석 항공 과학고등학교에서 교장 정년 퇴임을 했다. 역시 고등학교 교장 선생님 출신인 권영섭 씨, 해군원사로 정년퇴임한 김성수 씨, 최병남씨와 함께 정석항공고에서 교편을 잡았던 장희철 씨. 해경 간부 출신인 우종하 씨, 그리고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하국환 씨. 올해로 64세가 된 어르신이 여기서는 막내다. 
할아버지 박사님들은 수리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장난감은 연구의 대상이자, 결과물이다

다들 정년을 하고, 제2의 인생을 장난감 수리(라고 쓰고 연구라고 읽는다)에 바쳤다.

“정년하고 놀면, 그냥 산에나 댕기고 하면 큰 의미가 없다고. 얼마까지 살 지는 모르지만 사회에 조금이라도 공헌하고 가야하지 않겠나. 그런 의미에서 이런 걸 시작한거지. 다들 같은 마음이에요“

연구소가 운영되는 과정은 이렇다. 고장난 장난감을 고치려는 이들은, 인터넷 카페에 고장난 장난감의 증세를 올린다. 이후 연구소로 택배를 보내고, 박사님들은 증상에 따라 연구를 해, 장난감을 살린다. 이후 택배로 다시 아이들의 품으로 돌려보낸다. 이 과정에서 박사님들은 돈 한 푼 받지 않는다. 장난감 운송을 위한 택배비용을 제외하고는, 
할아버지에게 온 감사 편지

박사님들은 장난감 수리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나다. 장난감마다 증상과 원인이 천차만별이기에, 매번 장난감이 올 때 마다 머리를 맞댄다.

“장난감이란 개념을 넘어섰다고. 연구안하면 못고쳐. 그래서 우리가 연구소라는 명칭을 넣은거야. 고치다가 안되면 집에가서 생각하고. 어떤 장난감이든 95%는 고쳐. 여기서 못고치는 장난감은 다른데서도 못 고친다. 이런 목표로”

#공짜로 장난감을 고친다는 것

무료로 장난감을 고치지만,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비용은 수반된다. 할아버지들의 인건비는 생각하지도 않지만, 배터리를 갈아끼우는 것에서부터, 고칠 수 없는 부품은 채워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할아버지들은 말한다. 
돈 생각하면 절대 이 일을 할 수 없다고 하는 할아버지들

“돈 생각하면 절대 이런거 못해. 장난감이란 게. 애들한테는 분신이라고. 애들이 이걸 사랑하니까. 애들 위해서 우리가 고쳐줘야 하잖아. 의무감. 책임감. 그리고 쟁이로써의 꼭 고쳐야 한다. 그게 기본이지.”

이렇게 할아버지들이 아이들의 장난감 연구에 집착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아이들을 위해서라고. 그리고 그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 그 중에서도 형편이 어려운 엄마들을 위해서.

“강남 같은데서는 장난감이 안와. 버리나봐. 그런데 어려운 엄마들, 특히 어린 엄마들은 어려워. 시골 같은데서는 몇 대를 물리는지, 아주 낡은 장난감도 오고. 장난감도 고가야. 그걸 고쳐주면 도움이 되잖아. 아이들은 장난감을 고쳐서 좋고, 엄마들은 장난감을 가지고 즐겁게 노는 아이들을 보니까 좋고. 뭐 그런 기쁨으로 하는거지. 또 환경적으로도 재활용하니까 도움도 되고”

#할아버지들의 꿈

할아버지들의 작업 공간은 발이 시렵다. 난방을 제대로 틀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 일을 하는 2평 남짓한 공간은 인천 지역의 독지가의 도움을 받아 사무실 한 켠을 빌려 사용하고 있다. 남의 집 더부살이를 하는 입장에서, 장난감을 고치는데 사용하는 전기를 쓰는 것도 감지덕지다. 시려운 발을 녹여줄 작은 난로를 쓰는 것은 사치다. 이마저도 곧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 
2평 남짓한 할아버지들의 작업 공간은, 낮에도 두꺼운 옷을 입지 않으면 한기가 돈다.

수리에 드는 비용은 커녕, 공짜로 일을 하다보니 사무실을 마련할 엄두를 내기도 어렵다. 카페를 통해 후원을 받고 있지만, 운영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어쩔 수 없이 장난감 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수리의뢰를 받는 것으로 겨우 부품비 정도만을 마련하고 있다.

할아버지들은 최근 인천시의 사회적 기업 예비 인증을 받았다. 이들이 사회적 기업을 하려는 이유는 단순하다. 지금처럼 아이들의 장난감을 무료로 고쳐주고, 나아가 은퇴한 사람들을 교육해서 이 일이 끊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우린 다른 거 필요없어. 공무원 퇴직했으니 우리 밥 먹을 정도는 형편이 돼. 그냥 지금처럼 아이들, 엄마들이 좋아하는 일을, 더 많이, 더 잘하고 싶어. 그래서 넉넉한 공간만 있었으면 좋겠어. 지금도 전국에서 택배가 몰려드는데, 더부살이를 하는 처지에 미안하고, 죄송해. 얼마든지 아픈 장난감들이 와도, 연구해서 보내줄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우리와 함께 일을 할 수 있는 친구들을 교육하고, 그 친구들과 함께 장난감을 더 많이 연구하고 고치고 싶어”
할아버지들은 말한다. 장난감은 마음놓고 가지고 놀고, 아프면 보내달라고. 우리가 다시 고쳐서 아이들에게 보내겠다고.


“장난감이잖아. 고장날까봐 애지중지 하면 되겠어? 신나게 가지고 놀다가 아프면 우리한테 보내. 우리가 다 고쳐서 보내줄게”

+인천시청은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은만큼, 뚝딱 연구소에 대해 앞으로 신규 고용하는 인력에 대해 인건비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수익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지원을 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결국 많은 이들의 관심과 후원이 할아버지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할아버지들은 부탁을 하나 했다. 만약 수리를 맡겼는데 고칠 수 없는 장난감의 경우, 맡기신 분들이 되찾아가기 보다는, 연구소에 기증을 해줬으면 한다고. 고장나지 않은 다른 부품을 재활용해 다른 장난감들을 고치는데 도움이 크게 된다는 것이다. 더 많은 장난감을 연구할 수 있도록, 다른 아이들의 웃음을 위해 고장난 장난감을 할아버지들에게 맡겨 달라고. 

<뚝딱 할아버지들 영상으로 보기>



tiger@heraldcorp.com


헤럴드의 콘텐츠 벤처 <인스파이어ㆍINSPIRE>가 시작됩니다. 영어로 ‘영감(靈感)을 불러일으키다’라는 뜻의 인스파이어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가치있는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영감을 전달하고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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