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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하는 사람 많다”는 말에 반기를 든 지 5년, 구닥이 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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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필수 기자의 인스파이어] ‘구닥(Gudak)’. 지금은 사라진 일회용 필름 카메라의 아날로그적 감성과 재미를 담은 카메라앱이다.

그런데 조금 불편한 앱이다. 어른 손가락 마디만 한 뷰파인더로 사진을 찍어야 하고 필름 1롤인 24장을 다 찍으면 3일(72시간)을 기다려야 사진을 볼 수 있다. 

구닥을 만든 스크루바. 대표 강상훈씨(사진 오른쪽), 마케팅을 맡는 조경민씨(사진 왼쪽)을 포함해 총 4명의 청년들로 구성된 이 곳은 각자 본업이 있는, 구태여 말하자면 부업으로 스크루바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안경찬 PD)

이 불편한 앱은 제작자의 예상을 뛰어넘고 대박을 쳤다. 지난 7월 7일 애플 앱스토어에 출시된 이래 전 세계적으로 약 114만 명이 무려 유료(1.09달러)로 구닥을 사용하고 있다. 
 
구닥을 만든 스타트업 ‘스크루바’는 구닥만큼이나 흥미롭다. 대표인 강상훈부터 미술 유학원 원장이고 나머지 팀원도 각자 다른 직장을 다니고 있다. 구태여 구분을 짓자면 ‘부업’인 셈이다.

스타트업계의 성공 방정식 중 하나인 ‘존버정신(존나게 버티는 정신)’도 찾아보기 힘들다. “너무 가까워지면 질린다”는 대표의 말처럼 서로의 일에 일체 간섭하지 않고 회의도 카페에서 일주일에 한 번 하는 게 전부다. 

‘평범한 직장인 4명이 부업으로 일주일에 한 번 만나 앱을 만들었고 수억 원을 벌었다’로 요약되는 스크루바의 이야기. 그러나 이 한 줄이 나오기까지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한 손에는 ‘본업’을 다른 손에는 ‘재미’를 붙잡고 늘어졌던 시간이 결국 구닥으로 이어졌다. 

▶강상훈 대표 “재미를 현실화하는데 회사가 필요했다”=미술 유학원 원장인 강 대표는 오래전부터 “숨겨진 가치를 발견하는 사람은 아티스트와 디자이너”라는 믿음을 가진 사람이다. 그래서 입시생을 가르치면서도 틈틈이 학생들과 함께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의 문을 두드렸다. 머릿속에만 있는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눈으로 보이는 가치로 바꿔보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팀을 결성한 계기는 지인의 말 한마디였다. 강 대표는 “옛날부터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생각나서 기획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그런 생각하는 사람은 많다. 실제로 하는 사람은 적지’라는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며 “그때부터 재미난 아이디어를 보여줘야 한다는 간절함과 오기가 생겨났고 언제가 회사를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는 사람이 적지”라는 말을 귀가 따갑게 듣던 2013년 강 대표는 ‘기존의 틀을 뒤집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뜻을 담아 ‘스크루바’라는 프로젝트팀을 결성했다. 첫 작품은 팔찌형 컵 홀더였다. 일회용 종이 컵 홀더를 대체할 상품으로 설계됐기에 환경 보호는 물론이고 휴대용 배터리로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었다. 제안서를 들고 무작정 스타벅스 미국 본사까지 찾아갈 만큼 당차게 시작했지만, 제조 비용과 영업 환경 등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결국 접어야만 했다. 사실상 실패였다. 

이후 강 대표는 소프트웨어 분야로 눈을 돌렸다. 당장 새로운 사업에 투자할 여력은 안 되니, 가상공간에서나마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기 위해서였다. 2014년 의류업계 유통업 종사자를, 2015년 IT 기업의 프로그래머를 차례로 영입했다. 월급을 줄 수 없으니 ‘부업’ 삼아 일주일에 한 번 만나기로 합의했다. “커피랑 식사를 미끼로 매주 모일 기회를 만들었고 이 만남이 아이디어 회의로 발전했다”고 강 대표는 말했다. 지금의 스크루바는 지난해 말 과거 학원 제자인 조경민 씨가 합류하면서 완성됐다.

▶조경민 마케팅 이사 “재미를 줄 수 있으면 성공한 것 아닌가요”=지난해 초 조 씨는 잘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매일 아침 거짓 출근을 하고 있었다. 양복을 입은 채 하루 일과를 카페에서 시작하는 그를 놓고 친구들은 “IMF실직자도 아니고 왜 그러냐”고 핀잔을 줬다. 

그러나 다시 회사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조 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통장 잔고는 줄어들고 죄책감은 가슴을 짓눌렀는데 그래도 그 당시에는 ‘더 늦기 전에 내가 재미를 느끼는 일을 주도적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술회했다. 

강 대표는 그런 조 씨에게 학원 온라인 마케터를 제안하면서 스크루바의 마케터가 되어달라고 부탁했다. “실패해도 괜찮다”, “재미있는 사람들끼리 재미있게 일하자”는 말이 조 씨를 흔들었다.

4명 모두 ‘돈’이 아닌 ‘가치 있는 재미’를 위해 일주일에 한 번 모였다. 게다가 본업은 뒷배로 삼고 있었다. 그렇게 여유로워진 마음에는 절박함 대신 창의력이 들어찼다. 구닥도 잡다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스마트폰으로 서로를 향해 연사를 찍어대던 커플을 보면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사진이 더이상 ‘용량’이 아닌 ‘추억’으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 구닥이란 이름으로 현실화됐다.

조 씨에게 구닥에 쏟아부은 시간을 묻자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대신 “침대에서 자다가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 즉시 노트북을 잡는다. ’재미‘라는 게 동기부여가 되고 그게 본업과는 다른 성공 요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치 있는 재미를 위해 친구들끼리 만나서 무언가를 계속 시도하는 팀”. 강 대표와 조 이사가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스크루바의 모습이다. 

조 이사는 거기에 “사람들이 구닥에 대해서만 많이 알지 구닥을 만든 스크루바에 대해선 많이 모르신다. 하지만, 구닥 이후의 프로젝트가 나오면 ‘아, 여기는 정말 재미있는 것 찾아서 하는 곳이구나’라는 걸 깨닫게 되실 것”이라며 “어떤 분야에서 어떤 것을 하든 앞으로는 저희에게 집중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essentia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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