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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신 여행해주는 남자]9. 오스트리아에서 300년 카페 문화를 맛보다
*[대신 여행해 주는 남자]는 지구별 여행을 떠난 지다원 씨가 독자 여러분의 소원을 직접 받아 수행하고 그와 관련된 여행기를 작성하는 코너입니다.
지구별 여행을 떠난 지다원 씨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20대 청년입니다.
앞으로 1년이 넘는 기간동안 지다원 씨는 지구 구석구석을 찾아다닐 예정입니다. 혼자서 여행을 떠난 ‘대행남’이 외롭지 않도록 여러분의 많은 사연과 소원을 그에게 보내주세요!
[대행남]의 이야기는 매주 금요일에 만나볼 수 있습니다.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 30분이면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도착한다. 오스트리아를 여행하면서 합스부르크 왕가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645년의 가장 긴 역사와 전통을 지닌 합스부르크 왕가는 결혼을 통한 외교로 유럽의 많은 지역을 장악했다. 스페인과 독일 지역부터 동유럽의 헝가리와 오스트리아 지역을 폭넓게 장악하면서 국가간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았다. 역사적 배경을 고려해 본다면 세계 제1차대전 이후에 오스트리아 국민 대부분이 독일연방 가입을 찬성한 이유도 크게 이상하지 않다. 비엔나는 대제국의 수도이기도 하면서 지리적 이점으로 경제와 문화의 요충지였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오스트리아는 세계적인 음악가들을 배출한 음악의 도시이기도 하다. 베토벤, 모차르트와 같은 음악가들이 바로 오스트리아 출신이다.

음악의 도시인 오스트리아가 자랑하는 것이 또하나 있다. 바로 카페 문화다. 누군가는 카페하면 ‘별다방’의 고장 시애틀 아니냐, 한 동네에 기본 10개가 넘는 카페가 있는 한국이 카페의 성지 아니냐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놀랍게도 오스트리아의 카페 문화는 이미 300년을 넘었다.

이번 ‘대행남’에서는 30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오스트리아의 카페 문화를 소개할까 한다. 

비엔나에서 카페 이야기를 하기 전 커피종류를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우리가 한국에서 맛보던 비엔나 커피를 현지에선 멜랑주(Melange)라고 한다. 에스프레소에 따듯한 우유와 우유거품이 들어간다. 프랑스어 ‘멜랑쉬(섞다)’라는 의미에서 유래되었다. 우유 거품 대신 휘핑 크림을 올리는 커피는 아인슈패너(Einspanner)라고 한다.

투명한 유리잔에 에스프레소 위에 휘핑 크림을 얹어주는데 마부들이 마차 위에서 커피가 넘치지 않도록 크림을 얹어 먹은 데서 유래되었다. 커피를 만드는 방법은 가게마다 다르고 커피의 양도 다르다.

그래서 지금부터 카페 문화가 300년이 넘고 150년 이상 영업한 카페의 커피는 어떤 맛인지 비엔나 3대 카페의 따끈한 방문 후기와 정보를 공유해보려 한다.



1)카페 센트럴
1876년도에 개업했다. 히틀러도 방문하여 커피를 마셨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카페 내외부가 가장 인상적인 카페였다. 소박한 테라스를 지나 입구에 들어서면 라이브 피아노 연주가 들려오는 동시에 끝내주는 내부 인테리어와 분위기에 압도 당한다. 정말 끝내준다를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연발하는 나를 발견한다.


멜랑주와 초코 토르테를 주문했다. 작은 커피 잔에 거친 우유거품을 소복히 쌓아 올려주었다. 토르테는 과일잼류를 넣어 만든 케이크를 뜻하는데 내가 먹은 살구가 담긴 초코토르테는 생김새와 다르게 굉장히 퍽퍽했다. 커피 맛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스팀 잘못한 스몰 라떼 한 잔 마시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눈과 귀는 분명히 즐거웠다. 피아노 라이브는 연주자의 니코틴 충전시간을 제외하고는 끊임 없이 이어졌다. 150년 전의 커피 맛을 전혀 변형없이 판매하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Tip : 진열대에서 케이크를 선택하면 직원이 번호표를 줍니다. 음료 주문시 번호표를 보여주면 음료와 케이크를 함께 가져다 줍니다. 계산은 나갈때 한번에!)


2)카페 자허 (Sacher)
카페 자허는 커피보다는 디저트로 유명하다. ‘자허 토르테’는 케이크 사이 살구잼을 발라 초콜릿으로 케이크 전체를 코팅한 케이크로 전세계적으로 수출 될 만큼 인기있는 디저트 메뉴다. 자허 집안와 데멜은 사돈 지간이었지만 토르테 케이크의 원조 분쟁으로 7년간 특허권 분쟁을 거친 것으로도 유명하다. 결국 자허 집안이 원조로 인정받아 ‘자허 토르테’라는 이름으로 전세계에 수출하며 맛을 인정 받고 있다. 그러나 데멜도 토르테를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게 되었다. 자세히 보면 토르테 위의 초콜릿이 두 가게가 다르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자허 카페는 입구에서 15분정도 기다린 후 입장이 가능했다. 멜랑주와 오렌지 주스를 주문했는데 음료를 받기까지 30분 소요되었다. 센트럴카페와 다르게 멜랑주에 휘핑크림을 올려주었다. 휘핑크림 형체는 알아 볼 수 없었고 굉장히 미지근한 커피를 받았다. 멜랑주를 마시기 위해 타지에서 방문하는 손님 입장에선 다소 아쉬운 서비스였다. 내부는 빨강과 흰색이 조화를 이뤄 다른 카페에 비하여 모던한 느낌을 받았다. 멋진 샹들리에가 내부의 화려함을 한층 더 빛내준다.
(Tip : 시내 중심지에 위치하여 있어 언제나 손님이 많아 기다려야 한다는 점 잊지말자!) 


3)카페 데멜 (Demel)
합스부르크시대 왕실에 케이크를 납품하여 20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이 있는 카페다. 모짜르트가 단골이었다던 데멜은 중간문 상단에 울프강 아마데우스의 이름이 걸려있다. 흥미로운 점은 디저트 제조실을 통유리로 만들어 제조 과정을 공개했다. 자허와의 법정분쟁이 있었지만 디저트의 종류가 훨씬 다양하고 전문적이다. 


2층에 앉아 아인슈패너를 주문했다. 마부들이 커피가 넘치지 않도록 크림을 올려먹은 유래를 생각해보면 마차 안에는 이미 커피자국으로 흥건할 만큼 굉장히 넘쳐있는 상태의 커피를 받았다. 생크림은 부드럽고 커피는 굉장히 진했다. 문득 에스프레소 콘빠냐가 떠오른다. 설명을 읽어보니 멜랑주는 적은 양의 에스프레소가 들어가고 아인슈패너는 많은 양의 에스프레소를 넣는다고 되어있다. 커피 맛은 3대 카페중 데멜이 제일 괜찮았다.
(Tip : 디저트 제조실 옆으로는 1층 좌석 대기줄, 2층 좌석 대기줄은 2층으로 올라가야 한다.)


4)J.HORNIG
비엔나에서 가장 끝내줬던 커피를 마셨던 곳이다. 과거로의 여행보다 현재를 즐기고 싶은 분들께 대행남이 추천하는 모던한 카페! 플랫화이트를 주문해서 마셔보자! (한국인들은 많이 모르는 곳) 

비엔나 3대 카페를 방문하며 입 보다는 눈과 귀가 즐겁다는 평을 나 스스로 내려본다. 2017년을 살고 있는 내 입맛엔 큰 감동은 없었지만 150년이상 흘러온 카페 문화를 존중하기로 했다. 카페에 앉아 사람들을 둘러보면 ‘맛’에 예민하여 카페의 가치를 평가하는 문화가 아님을 단번에 느낄 수 있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커피아우제(오후 3~5시까지 커피를 즐기는시간)가 있을 정도로 커피와 공간 그리고 그 시간 자체를 소중히 생각한다. 달콤한 디저트와 커피 한잔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 덕분에 비엔나의 카페문화가 긴 시간동안 사랑받고 있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글=지다원 여행가
정리=손수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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