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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를 기록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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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 기자의 인스파이어]

참사가 일어난 지 1091일, 육상 거치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세월호의 지난한 여정은 끝났다. 그러나 진실을 향한 세월호의 항해는 이제 시작이다. 세월호의 사라진 7시간과 아직 돌아오지 못한 9명을 이야기하며 맞은 세 번째 차가운 봄, 목포신항을 에워싼 철망에는 ‘잊지 않을게’라고 적힌 플랜카드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여기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그날의 기억을 기록하는 사람들이 있다.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플랫폼 개발자 조합인 ‘빠띠’·온라인 직접민주주의 방식으로 캠페인을 진행하는 ‘우주당’의 개발자와 디자이너,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 한겨레21 기자, 변호사다. 이들은 지난 1월 ‘세월호 아카이브’(sewolarchive.org)를 구축했다. 세월호 아카이브는 세월호 참사 관련 자료를 디지털 형태로 저장하는 온라인 자료실이다.




# 1 우리 모두의 자료실

세월호 아카이브에는 왜곡되지 않은 원자료가 업로드 된다. 박은지 빠띠 브랜드 매니저는 “그날로부터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알고 있는 것, 말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며 세월호 아카이브 구축에 참여한 이유를 설명했다.

“수많은 자료들이 쏟아졌고, 서로 섞이면서, 정보가 왜곡이 됐어요. 누구나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정확한 자료를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멈춰있는 세월호의 시간을 우리 모두의 시간으로 끌어오기 위해서라도 세월호 아카이브는 반드시 필요했다.

현재 세월호 아카이브에는 세월호 승객들의 신고 전화, 해양경찰청 주파수공용통신(TRS) 교신 기록, 해경·청와대 핫라인 음성 등이 시간 순으로 배열돼 있다. 여기에는 과거의 사실들 뿐만 아니라 앞으로 밝혀질 진실도 담길 예정이다. 조영신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은 기사와 책이 나왔지만 인용되는 원자료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며 “누군가의 주관이 배제된 원자료를 보고 각자 해석을 해보고 스스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고 전했다. 




# 2 우리는 여전히 알고 있는 게 없다

세월호의 침몰 원인은 여전히 불명확하다. 정부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과적, 고박 불량, 급변침 등이 그 이유로 꼽히지만 법원은 선체 결함 가능성을 열어뒀다. 책임자 처벌도 미진하다. 현재까지 법적 처벌을 받은 해경은 현장에 출동한 김경일 전 123정 정장 단 한 명이다. 검찰의 세월호 수사를 방해한 것으로 지목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검찰의 기소는 기각됐다.

“취재를 하면서 만난 유가족, 미수습자 가족분들은 세월호의 진상이 아직도 거의 밝혀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강조하셨어요.”

정환봉 기자가 바닷소리, 파도소리가 섞인 음성자료를 수십 차례씩 듣고 소중한 말 한마디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이 세월호는 그날에 멈춰 지금으로 오지 못하고 있으니까. 정 기자는 “각 기관이 제출한 녹취록은 오류투성이었다”며 “녹취록을 모두 뜯어고쳤고, 다시 정리한 기록을 세월호 아카이브에 공개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세월호 아카이브가 망각의 속도를 늦추는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소설가 밀란 쿤데라가 권력에 대한 투쟁이란, 망각에 대한 기억의 투쟁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잊지 않기 위해서는 기억을 해야 되고 기억하기 위해서는 기록이 필요해요. 세월호 아카이브는 이 참담한 참사에서부터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 3 머나먼 세월호

행여 ‘기록 행위’가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을 자극하진 않을까, 세월호 아카이브팀은 자료를 업로드할 때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이들은 ‘세월호가 바다에 빠지는 장면은 가급적 쓰지 말 것’, ‘유가족이 흐느껴 울고 있는 사진은 사용하지 말 것’ 등 내부 원칙을 세웠다. 아카이브 페이지를 디자인하는데 있어서도 선체나 파도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쓰지 않는다. 박은지 매니저는 “유가족에게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고통스럽게 묘사되는 문구나 사진 등을 활용하는 건 지양하고 있다”고 했다.

세월호 아카이브를 구축하는데 어려운 점을 묻자, 정진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은 ‘비공개된 자료들’을 꼽았다. 그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는데 필요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거나, 어떤 자료가 남아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미스터리다. 정 사무국장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지금까지 공개된 기록은 전체의 10%도 안 된다”며 “세월호 참사에 대해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아직도 초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했다. 이는 그가 세월호 아카이브 구축에 참여한 이유이기도 하다. 

# 4 다시, 봄이다

광화문에서, 목포신항에서, 안산시 단원구에서, 세월호 아카이브팀 구성원들이 일하는 공간은 저마다 다르다. 그러나 이들이 바라보는 곳은 같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각자의 기억은 다 달라서, 기억이 기록되지 않으면 다 흩어져버리고 말아요. 기억이 역사가 되려면 기록이 돼야 됩니다. ” 정진임 사무국장은 계속해서 말했다. “매일 생각하기는 어렵겠지만, 문득 생각이 나서 무언가 하고 싶을 때, 세월호 아카이브가 그 길잡이가 됐으면 좋겠어요.”

조영신 변호사도 바람을 밝혔다. “세월호는 3년 만에 뭍으로 인양됐어요. 진상이 밝혀지려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모릅니다. 유가족의 마음은 진상 규명을 한 뒤에야 치유되기 시작할 겁니다. 해경과 선원, 정부의 민낯을 마주하는데 세월호 아카이브가 보탬이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습니다.”

다시, 봄이다. 세월호 아카이브는 2017년에도 잊지 않고 있다. 2014년 4월 16일, ‘잊지 않겠다’는 그날의 약속을. 그리고 이들은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자신들의 비용과 시간과 노력을 들여, 어제도 오늘도 자료를 모으고 있다. 

“시간이 많이 흘러도 그날을 기록했던 사람들이 있었고, 그날을 잊지 않고 있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세월호 아카이브 자료는 이후 최소 6개월 이상 축적될 예정이다. 





헤럴드의 콘텐츠 벤처, HOOC이 첫번째 프로젝트 <인스파이어ㆍINSPIRE>를 시작합니다. 영어로 ‘영감(靈感)을 불러일으키다’라는 뜻의 인스파이어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가치있는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영감을 전달하고자합니다.

스스로에 대한 자극과 영감을 갈망하는 이들이라면, 인스파이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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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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