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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OOC간다]한국에 온 텐가, 기자가 직접 써봤다
 [HOOC=손기자]손에 쥔다. 필요에 알맞게 뿌린다. 조심스럽게 닫는다. 그리고 넣는다.’ 쌈 싸먹는 얘기가 아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어느 성인용품에 관한 얘기다.
아는 사람은 이미 알고 있는 그 이름 ‘텐가’(TENGA). 전세계 45개국에서 5000만개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한 성인용품 전문업체다.

그 텐가가 지난해 11월 한국에 정식 런칭됐다. 한국 진출 소식이 전해지자 인터넷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공식런칭일인 11월1일을 국경일로 지정해야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일본 현지에서 1만원에 불과한 일회용 제품을 재활용 한다는 한국 소비자의 눈물겨운 사연이 마쓰모토 고이치 대표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한국 지점 설립을 결정했다는 그의 행보는 국적은 다르지만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이념을 떠올리게 했다. (국경을 뛰어넘는 인류애에 경의를 표한다.)


마츠코토 고이츠 대표의 모습. 인자한 웃음에서 볼 수 있듯 그는 필히 좋은 사람이다. [사진=텐가 홈페이지]
어찌됐든 현재 텐가의 주요 모델들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조용히 그 이유에 대해서 상상해봤다. 불현듯 뇌리를 스치는 수많은 밤의 조각들. 궁금했다. 사람들을 이끄는 텐가의 매력은 무엇일까?

텐가(典雅,てんが)는 ‘바르고 우아하다’란 뜻이라고 한다. 고객들에게 양질의 제품을 전달하려는 회사의 이념을 담았다고 한다. 담고 있는 의미처럼 얼마나 바르고 우아한지에 대해서는 좀 더 탐구가 필요했다. 


홈페이지에는 수많은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제품 하나하나 눌러보며 모양과 쓰임, 사용법을 정성스레 살펴봤다. 놀라움에 연속이었다. 3D에서부터 진공 기술, 에어 테크까지. 고도화된 하이테크 기술들이 모두 구현돼 있었다. 텐가의 제품들을 보며 4차 산업혁명이 눈 앞에 와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별안간 인공지능이 인간과 바둑에서 승리한 일이 떠올랐다. 그리고 안도의 미소가 세어나왔다. 제 아무리 알파고, 아니 알파고 할아버지가 온들 인류의 지혜를 따라올 수 없으리라. 확신했다.

디자인도 놀라웠다. 먼저 텐가의 상품들은 성인용품에 대한 일종의 편견을 깼다. 미니멀하고 귀여운 디자인은 차라리 장식용품에 가까웠다. 실제로 텐가의 제품들은 세계적 권위의 디자인 대회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실제 기자의 집에서 인테리어 도구로 한동안 머물렀지만 아무도 의심(?)하는 사람이 없었다. 저 늠름한 자태를 보라.
사용후기도 확인해봤다. 홈페이지에는 수십개의 후기가 있었는데 판매량에 비해 터무니없는 수치였다. 그러나 건당 조회수가 수천건에 달하는 것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기들 중 ‘한번도 안 쓴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쓴 사람은 없다’라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소비재 마케팅의 최상의 목표가 재구매율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보다 더 극찬은 있을 수 없다. 과연 무엇이 이런 극찬을 이끌어냈는가? 이 귀여운 물건의 정체를 확인하고 싶었다.
기자가 치열한 고민을 거듭한 끝에 선택한 제품은 텐가의 시그니처 1회용 컵과 에그시리즈다.
텐가 제품의 스테디이자 베스트셀러였다. 많은 사람의 선택이 끊이지 않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으리란 추측이었다. 집단지성의 힘을 믿어보기로 했다. 
‘다음 중 용도가 다른 물건은?’ 달걀로 오해할만큼 아기자기한 디자인이다.
먼저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제품을 회사에 들고 갔다.
제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이어졌다.
‘볼링핀 훔쳐온거냐?’, ‘새롭게 판 도장이냐?’, ‘요새 달걀 값이 비싸다던데’, ‘아이스크림 너만 먹냐?’, ‘유기농이냐?’, ‘나도 한입만.’

다양한 반응이 나왔지만 이것이 성인용품임을 알아채는 사람은 없었다.
기자는 자신을 위해 사용하는 ‘성인용 장난감’이란 설명을 덧붙였다.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앉아서 지켜만 보던 사람들까지 주위로 몰려들었다. 정신없는 품평회를 마치고 주변을 정리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최초 4개였던 제품이 2개로 줄어있었다. 범인을 색출하지 않기로 했다. 저마다 이유가 있으리라.

그날 밤 기자는 경건하고 이성적인 마음으로 체험의 시간을 가졌다. 

디자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기자가 봐도 세련됐다. (볼링핀도, 도장도 아니다. 아이스크림은 더더욱 아니다.)
조심스레 포장지를 벗겼다. 컵의 외벽은 플라스틱으로 되어있었으며 우아한 곡선으로 처리된 디자인은 안정감 있는 그립감을 제공했다. 아래 뚜껑을 열자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내부에 로션이 발라져(?)있었다.

기사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마 여기까지 일 것 같다. 그 후에 단계에 대해서는 생략하려고 한다. 자세한 사용법이라든지 조작법을 이야기하는 것은 사회통념에 어긋나는 일이리라. 독자분들도 이해해주시리라 믿는다. 

‘껍대기는 가라’ 화려한 겉모습에 숨겨진 수수한 본 모습이다. 특히 놀라운 점은 포장지를 벗길 때 하단에 점선이 있어서 다 뜯지 않아도 아래쪽만 뜯을 수 있었다. 디테일에 박수를 보내자.
그래도 아쉬워하는 분들을 위해 몇 자 보태본다.

언젠가 TV프로그램에서 한 연예인이 나와 알몸으로 수영하다가 물미역이 몸을 휘감은 적이 있다고 했다. 당시 상상만 했던 기분이 느껴졌다. 어느순간 나도 모르게 ‘헉!’과 같은 단말마가 튀어나왔다. 집이 원룸인지라 옆집과 괜한 오해를, 소음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한 손으론 입을 틀어막았다.

평소 기자는 꾸준한 스쿼트와 케겔 운동을 통해 누구보다 건강한, 그리고 굉장한 상태라고 자부했다.

그런데 이 녀석, 발칙하다. 그리고 쉽지 않다. 오래 버텨보기 위해 슬픈 생각을 했다. 애국가도 불러봤다. 1절이 끝나기도 전에 상황이 종료됐다. 거울 속에 비춰진 고개 숙인 남자, 핼쑥해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이니라. 


그렇게 체험을 마쳤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깊은 철학적 고찰의 시간. 자괴감이 들었다.
사춘기 시절, 기자는 누구보다 거친 2차 성징을 겪었다. 특히나 ‘성’적 호기심에 관해서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왕성했고 건강했다. 구성애 선생님의 ‘아우성’만으론 부족했기에 수많은 서적과 영상들을 탐닉하며 독학을 했던 기억이 있다. 불타는 학구열에 혹시나 부모님이 걱정하실까 방문을 꼬옥 잠가가며 이어오던 공부가 지금까지 이어졌다. 그렇게 십 수 년을 공부하며 이 분야에 전문가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텐가를 만나게 될 줄이야. 기자는 하룻강아지였다.
‘왜 이걸 이제야 알았을까, 난 30년 동안 무엇을 하며 산 것일까’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첫 사랑처럼 강렬했다.
인류는 도구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했다. 호모 하빌리스가 사냥을 위해 최초로 돌을 사용한 이후 수많은 도구들이 등장했다. 이 위대한 도구의 역사 중 텐가는 기념비적인 일을 했다고 분명히 이야기할 수 있다. 프로메테우스가 인류에게 불을 선물했다면 마츠모토 고이치는 인류에 텐가를 선물했다. 



사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성인용품이라고 하면 괜히 부끄러워지고 숨기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다. 유독 우리나라는 더한 느낌이다. 성인용품을 음란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법원은 남성용 자위기구에 대해 행복추구권 측면에서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아직도 ‘남성 성인용품=음란물’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도리어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번에 기자가 체험한 컵 제품의 경우 정식 가격은 1만원이 되지 않지만 국내에 들어오기 전 3만원에 거래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음지로 숨어드는 유통수단 덕분에 일부 업자들은 이를 통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 이 기사를 기획한 이유 중 하나도 잘못된 인식을 바라잡기 위함이다.(핑계가 아니다.)

시선을 세계로 돌리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가까운 이웃인 일본만 하더라도 성인용품 시장을 야릇한 시선이 아니라 정당한 산업으로 보고 있다. 한 연구기관에 따르면 세계 성인용품시장은 2020년까지 약 27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란 예측을 내놓았다. 성인용품 시장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한 성인용품 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성인용품이 판매되었던 환경이 음침했으며, 출처를 알 수 없는 노골적인 디자인의 제품으로 선뜻 사용하기 어려웠다” 며 “누구나 성(性)을 즐겁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국내에서도 이를 바라보는 인식이 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줄평 : ‘내 인생에 터닝포인트를 만든 한 줄기의 빛’

feelgo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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