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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좇았더니, 밥벌이가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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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 기자의 인스파이어(inspire)]
 
-14세 때 종이비행기 접기 시작해 29세에 종이비행기 기네스 기록
-이색스포츠 마케터 창직…종이비행기 국가대표 이정욱, 김영준, 이승훈 씨
-“하고 싶은 일인데 길이 없어요? 그럼 길을 만들면 돼요.”






바람에 몸을 맡겨 자유롭게 나는 종이비행기. 이 장면이 만들어내는 연상은 꿈이다. 그러나 꿈을 담아 하늘에 힘차게 날렸던 종이비행기는 곳곳에 거미줄처럼 얽힌 근심 어린 시선들에 걸려 얼마 못 가 곤두박질치곤 했다. 마음으로만 갈망하던 꿈, 절실하지 않으면 꿈을 이룰 수 없다.

여기 종이비행기에 땀과 열정을 쏟아 부은 사람들이 있다. 2015년 4월 우리나라 종이비행기 국가대표가 된 이정욱(30), 김영준(26), 이승훈(26) 씨다. 이정욱 씨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종이비행기를 접기 시작했다. 그가 지난 15년간 접은 종이비행기만 어림잡아 2만대. ‘버드맨(birdman)’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씨의 종이비행기는 23초를 난다. 그는 지난해 1분 동안 수박에 종이비행기 12개를 꽂아 세계 기네스 기록도 세웠다. 그는 전세계에서 종이비행기를 가장 정확하고 빠르게 날리는 사람이자, 이색 스포츠 마케터라는 직업을 만든 창직가(創職家)다. 그는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종이비행기를 좇아 새로운 길을 만들었더니 밥벌이가 해결됐다”고 했다.



이하 이정욱 씨와 문답.
  
―종이비행기 국가대표가 있나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가장 큰 규모의 세계 종이비행기 대회가 열려요. 에너지 음료회사 레드불 주최로 3년마다 열리는 대회인데, 지난 2015년 대회에 80여 개국 4만6000명 정도의 선수들이 참가했어요. 그때 국내에서 처음 선발전이 열렸는데 제가 ‘오래 날리기’ 종목 우승을 했어요. ‘멀리 날리기’ 종목에는 김영준 씨, ‘곡예 비행’ 종목에는 이승훈 씨가 1등을 했고요. 한국에서는 이렇게 딱 세 명이 파이널 출전 자격을 얻은 거죠.”
 
―왜 종이비행기에 푹 빠졌던 거예요.
 
“인터넷도 케이블방송도 안 들어오던 경북 상주시 산골마을에서 태어났어요. 어머니와 아버지는 일찍이 이혼하셨고, 아버지 혼자 일하시면서 저랑 할머니, 누나까지 먹여 살려야 했는데, 힘들어하셨죠. 전 기초생활수급자였고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공장에 나가서 일을 해야만 했어요. 장난감을 산다는 건 상상도 못했고, 공책 찢어서 종이비행기 접어 날리며 놀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TV에서 오래 날리기 기네스 기록을 가지고 있는 켄 블랙번이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걸 보게 됐어요. 저도 따라 비행기를 접어서 날렸는데 3초 만에 바닥에 처박히더라고요.(웃음)”
 
―‘잘 날지 않네?’ 하고 말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요.
 
“사람마다 지고 싶지 않은 영역이 있잖아요. 게임이 되거나, 축구가 되거나. 전 그게 종이비행기였어요. 잘 날지 않는 비행기를 보면 화가 났거든요. 비행기를 접어서 날리는 모든 과정이 제 손안에서 이뤄지니까, 돈도 안 들고, 그게 종이비행기의 매력이었죠. 종이비행기로 세계 챔피언이 되서 켄 블랙번을 만나고 싶기도 했어요.”

 
―종이비행기를 잘 접고 잘 날리려면 연구를 많이 해야 했을 텐데요.

“처음에는 다양하게 접어보고 숱하게 날려봤어요. 그런데 어느 지점부터 더 잘 날지 않으니까 비행기 원리를 제대로 공부해야겠다 싶었어요. 항공 역학, 유체 역학 원서를 찾아보기 시작했죠. 오래 날려야 하니까 날개 면적을 넓혀야겠다, 무게중심을 조정해야 하니까 비행체 앞 부분을 여러 단으로 접어야겠다, 이게 보이더라고요. 공기저항을 줄이려고 종이 재질도 고민했어요. 그래서 제 종이비행기 ‘버드맨’ 날개에는 우둘투둘한 돌기가 있어요. 이렇게 15년 동안 개발하니까 버드맨은 23초까지 날아요. 처음엔 3초도 안 날았는데.(웃음)”

―학교 다닐 때 과학 잘했죠.

“과학이랑 거리가 먼 학생이었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알파벳도 몰랐어요. J 방향을 반대로 쓸 정도였으니까. 생계를 유지하려면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했어요. 학업은 뒷전이었고. 그런데 지금은 제가 전국 과학고등학교 20곳에 가서 항공 이론을 가르쳐요. 특이하죠. 전형적인 문과생이 과학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니.”

종이비행기를 더 멀리, 오래 날리기 위해서 꼭 알아야 할 점은 두 가지다. 잘 접고, 잘 던지기. 종이를 손톱으로 접어야 할 때도 있고 손바닥으로 살짝 눌러야 할 때도 있다. 종이를 위로 들어서 접어야 할 때도 있고 바닥에 놓고 접어야 할 수도 있다. 종이의 두께, 무게중심 위치, 받음각 정도 등도 고려해서 비행기를 접어야 한다. 비행기를 던지는 방법도 제각각이다. 다트처럼 던져야 하는 비행기가 있는 반면,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날려야 하는 비행기도 있다. 글라이더 비행기는 던지는 게 아니라 손끝으로 비행체를 밀어낸다는 생각으로 날려야 한다. 종이를 보관할 때는 종이가 수분을 머금지 않게 제습제를 케이스에 넣어야 한다. 잘 나는 종이비행기에는 정교한 기술이 있다.
 
  
―종이비행기를 스포츠로 보는 사람이 많지 않았을 텐데.

“예전에는 ‘종이비행기 접어요’라고 하면 절 이상한 사람으로 보더라고요. 세계 종이비행기 대회 나가려고 졸업을 한 학기 미룬 적도 있었어요. 그때 누군가 저한테 ‘미친놈’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대회 나가서 강제로(?) 종이비행기 ‘덕밍아웃’을 하고, 이후 방송도 나오고 하니까, 그때부터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었어요. ‘너가 하던 게 이런 거였어?’ 이렇게 묻기 시작했죠.”

―세계 종이비행기 대회에서 정욱 씨의 영웅을 만났죠. 켄 블랙번.
 
“네, 켄 블랙번이 대회 심사위원이었어요. 제 영웅이 된지 15년 만에 그를 만나게 된 거죠. 그분이 제게 그러시더라고요. 4만6000명 중에 이 자리에 온 것만 해도 너는 한국의 전문가다, 너희 나라에서 종이비행기는 너가 제일 잘 안다, 그러니까 자부심을 가져라.”

 
이후 이 씨는 세계 종이비행기 대회 파이널에 참가했던 김영준, 이승훈 선수와 함께 이색 스포츠ㆍ문화이벤트 기획사 위플레이(WEPLAY)를 세웠다. 잘 날고 있는 종이비행기만 봐도 미소를 머금는 셋이 똘똘 뭉쳐 지난해 9월 만든 회사다. 위플레이는 종이비행기처럼 돈과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이색 스포츠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당신도 올림픽 선수가 될 수 있다는 ‘아월림픽(Ourlympic)’이 회사의 경영 모토다.
  
―종이비행기로 밥 벌어먹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한 게 언제였나요.
 
“세계 대회 참여하면서 일상에서 즐기는 놀이를 스포츠화시킬 수 있다는 관점이 생겼어요. 켄 블랙번도 미국 50개 주 다니면서 종이비행기 관련 강연하고 대회도 열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종이비행기를 가지고 이색 스포츠 마케팅을 하는 회사가 없었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인데, 길이 없던 거죠. 그런데 길이 없다고 안 갈 수 없잖아요. 목적지가 확실한데. 그래서 이색 스포츠 마케터라는 직업을 만들고, 이 일을 하는 회사를 차렸어요. 길을 만들었죠.”
 
―꿈을 포기하지 않고 ‘덕업일치’를 했어요.

“꿈이 밥을 먹여주냐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요. 그러면 제가 반대로 이렇게 물어봐요. 꿈을 포기하고 밥 먹고살다 보니까, 밥이 꿈을 먹여 주더냐…. 그러면 대부분 아무 말을 못해요. 오히려 이제는 정말 좋아하는 걸로 돈을 벌 수 있어서 부럽다고 해요. ”


창업 6개월째. 현재 이 씨는 월평균 1000만 원 이상을 거뜬히 올리고 있다. 그는 창업 멤버인 김영준, 이승훈 선수와 함께 진로 창직 강연도 한다. 개인적으로 다니는 강연료 등 부수입까지 합치면 그의 연수입은 대기업 과장급 수준.
 
위플레이는 지금까지 한국과학창의재단, 한국생산성본부, 화천군, 완주군, 부산광역시영재교육진흥원, 한강사업본부 등과 함께 이색 스포츠 프로그램과 과학캠프 등을 기획했다. 그동안 농산어촌 교육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사회공헌 활동을 인정받아 한국사회적기업가진흥원이 주관하는 ‘2017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도 최종 선발됐다. 올해 6월에 개최되는 제1회 무림페이퍼배 코리안컵 종이비행기 대회 기획과 운영도 위플레이가 맡는다.
 
“켄 블랙번이 강연도 많이 다니고 종이비행기 대회도 열어요. 저도 그렇게 살고 싶어요. 켄 블랙번이 저를 키워준 작은 영웅이었듯, 저도 아이들의 작은 영웅이 되고 싶어요.”
 


헤럴드의 콘텐츠 벤처, HOOC이 첫번째 프로젝트 <인스파이어ㆍINSPIRE>를 시작합니다. 영어로 ‘영감(靈感)을 불러일으키다’라는 뜻의 인스파이어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가치있는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영감을 전달하고자합니다.
 
스스로에 대한 자극과 영감을 갈망하는 이들이라면, 인스파이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세요. 인스파이어 페이스북 바로가기클릭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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