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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난과학] 밤하늘 수놓은 별빛?…‘드론 불빛쇼’ 입니다
300대 드론 동원 성조기 연출
단 한사람이 20여분간 조종에 ‘깜짝’

인텔, 아티스트ㆍ크리에이터 협업 실험
“7월3일 美독립기념일 라이브 드론쇼”
다양한 기술적 한계극복 현재 진행형


[HOOC=이정아 기자] 인기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노래와 함께 화려한 LED(발광다이오드) 불빛들이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밤하늘을 수놓습니다. 쉴 새 없이 어둠을 밝히며 춤추는 형형색색의 불빛들. 그런데 불빛들이 오와 열을 맞춰 이동하기 시작하더니 밤하늘을 캔버스 삼아 성조기를 표현합니다. 올해 슈퍼볼 하프타임쇼를 장식한 바로 이 이색 불빛쇼의 주인공, 다름 아닌 드론입니다.

성조기를 연출하는데 동원된 드론은 모두 300대. 스티로폼 소재를 활용해 디자인한 280g의 쿼드콥터 드론으로 몸체에는 LED 램프가 달려 있는데요. 무려 40억 가지에 이르는 색상 조합이 가능합니다. 최대 비행시간은 20분. 

(*) 올해 슈퍼볼 하프타임쇼를 화려하게 빛낸 주인공은 레이디 가가만이 아니었다. 밤하늘을 수놓은 별빛의 주인공, 다름 아닌 드론이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300대의 드론을 한 사람이 조종한다는 점입니다. 다수의 드론을 동시에 비행하는 이 기술은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 인텔이 개발했습니다. 인텔은 “아티스트와 크리에이터가 무인항공 기술을 어떻게 새로운 방식으로 통합시키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인텔은 지난해부터 드론 동시비행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의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월 국제가전전시회(CES) 발표회장에서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에 맞춰 100대의 드론이 하늘에서 춤을 추는 영상을 공개한 것이 그 시작이었죠. 영상에 등장한 드론은 인텔이 인수한 독일의 ‘어센딩 테크놀러지스’사 제품이었습니다.

이어 8월 인텔은 2016년 CES 최고의 드론으로 선정된 ‘타이푼’을 개발한 중국의 드론 회사 유닉(Yuneec)에 6000만 달러를 투자합니다. 그리고 그 해 11월, 인텔은 무려 500대의 드론을 띄우고 동시에 제어했는데요. 이 기록은 기네스북에 등재됐습니다. 이후 인텔은 “1만 대 드론을 동시에 제어해 비행시킬 수 있다”고 발표했죠. 스마트폰에서 기회를 놓친 PC의 제왕 인텔이 모든 드론에 자신들의 칩을 장착하는 ‘인텔 인사이드’를 다시 한번 꿈꾸고 있는 겁니다.

밤하늘을 수놓은 300대의 드론. 올해 슈퍼볼 하프타임쇼를 장식한 드론쇼 [사진=youtube영상 캡처]
인텔은 지난해 11월, 500대의 드론을 하늘에 띄웠다. 이 기록은 기네스북에 올랐다. [사진=intel]

올해 슈퍼볼 하프타임쇼에서 인텔이 선보인 드론 동시비행 기술은 구글, 페이스북을 필두로 한 글로벌 IT 기업과 록히드마틴과 같은 군사용 업체 모두가 주목하는 신기술입니다. 다수의 드론이 협업하면 한 대의 드론으로 할 수 없었던 복잡한 임무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4대의 드론이 동서남북을 기준으로 군집비행을 하되 서로 겹치지 않게 도로를 수색해 나간다면, 1시간 내에도 정밀 수색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10대 정도의 드론을 일정한 공간에서 군집비행 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드론의 전파대역 차이와 드론 상호 간 주파수 간섭 문제로 드론 본체와 조종기 사이의 신호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이는 조종자가 의도하지 않은 곳으로 드론이 비행하거나 추락하는 상황을 만듭니다. 이를 두고 소위 ‘노컨(No Control)’ 상태라고 하는데요. 제어가 되지 않는 ‘노컨’ 드론은 흉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넘어야 할 산은 더 있습니다. 다수의 드론을 동시에 띄우려면 드론의 GPS 값을 각 드론의 컨트롤러에 프로그래밍해야 하는데요. GPS의 위치 오차로 인해 비행 중인 드론의 전역 좌표계가 초기 프로그래밍한 값과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오차범위는 최대 5m에 달합니다. 또 드론 몸체에 있는 기압계(대기의 압력을 측정하는 장치)는 바람과 같은 환경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을 해 정밀한 고도 측정을 방해하기까지 합니다.

인텔이 올해 드론쇼에서 보여줬지만, 이런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각 드론에 서로 다른 이동 시나리오를 사전에 프로그래밍해 지상국과 수시로 통신하지 않아도 드론이 GPS 정보에 따라 비행하는 방법, GPS 기반의 전역 좌표계를 사용하지 않고 각 드론의 상대 위치를 예측해 정밀도를 개선하는 방법 등이 제안되고 있고요. 민간용 드론 시장 세계 1위 업체인 DJI의 경우, GPS가 작동하지 않는 환경에서도 기체가 다른 곳으로 흐르지 않고 떠 있는 위치에 멈춰있는 상태가 유지되도록 하는 초음파 센서를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 지난해 11월 문성태 KARI 선임연구원 등 연구진이 유튜브에 공개한 영상. 실외 정밀 위치인식 기술이 군집비행에 적용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문성태 선임연구원은 “드론의 위치를 얼마나 정확하게 인식하고, 드론과 얼마나 많은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통신할 수 있고, 또 드론을 얼마나 잘 제어하는가 여부가 드론 군집비행 기술의 핵심”이라고 설명합니다.

드론은 마치 새가 되어 나는 것처럼 지금까지 인간이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관점을 제공합니다. 드론은 이미 영화 촬영이나 예능 제작에 없어서는 안 될 귀한 몸이죠. 그런데 밤하늘을 수놓은 드론쇼를 보고 있노라니 드론은 시점의 변화만 가져온 게 아닌 듯합니다. 새로운 꿈과 상상력이 놀라운 비즈니스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하늘 위 혁명’이 한창인 건데요.

성조기를 연출한 인텔의 이번 슈퍼볼 드론쇼는 안전, 기상 등을 고려해 사전녹화로 진행됐지만, 인텔은 “라이브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인텔은 오는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 밤하늘에도 드론 영상쇼를 펼칠 계획이라고 전했는데요. 하늘의 비즈니스, 움직이는 사물인터넷 시대는 이미 우리 앞에 성큼 와 있습니다. 생각보다 미래는 훨씬 빠른 속도로 날아오고 있습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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