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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드뉴스]계란 하나, 마음놓고 먹지 못하는 대한민국

[HOOC=서상범 기자ㆍ홍윤정 디자이너]달궈진 프라이팬에 계란 하나를 까서 만드는 계란 후라이. 서민들의 고단한 삶 속에서도 위로가 됐던 음식입니다.

수학 여행을 갈 때, 어머님이 정성껏 삶아주신 계란을 먹으며, 행복함을 느끼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서민들의 곁에서 자리를 지켜왔던, 계란. 그러나 이제는 계란이 아닌, 금란(金卵)이 돼버렸습니다. 1판(30개)에 3000~4000원 하던 소매가격은, 29일 기준으로 8000원을 넘겼습니다.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기도 합니다. 각 대형마트들은 1인당 1판만 구입할 수 있다는 판매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심지어 지역에 따라 품절이 된 곳도 있습니다.

계란 하나도 마음놓고 못사먹는 나라, 원인은 무엇일까요?

역시 직접적인 원인은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조류인플루엔자(AI)입니다. 발생 40일이 넘은 현재까지, AI로 인해 살처분 된 가금류만 2600만마리. 이 중 산란이 가능한 닭은 7000여만 마리 중, 30%에 달하는 2000여만 마리가 사라졌습니다. 계란의 수가 부족할 수 밖에 없죠.

그렇다면 이 계란 대란은 천재지변일까요?안타깝게도 현재까지의 상황을 종합하면 인재(人災)로 보입니다. AI가 발생하자마자 열었어야 할 정부 차원 대책회의는 발생 2일이 지나서야 열립니다.

가금류 차량과 인력에 대한 이동 중지 명령은 대책회의가 열린 지 3일 뒤에 내려졌죠. 위기 경보 중 최고 단계인 ‘심각’ 경보를 발령한 것은 살처분된 가금류가 1600만 마리를 넘어선 한달 뒤였습니다. 범정부 태스크포스가 구성된 것도 한달 뒤였죠.

결국 그 사이에 AI는 유유자적 전국을 휩쓸고 다녔습니다.

이처럼 정부의 늦은 대응이 아쉬운 것은 그만큼 계란과 닭이 서민들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하게 계란 하나에 대한 문제가 아닌, 계란이 소재로 사용되는 빵, 계란말이 등 서민식탁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죠.

더욱 아쉬운 장면도 있습니다. 바로 옆 나라 일본의 경우도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AI가 발생했는데요. 그러나 일본은 발생 당일 아베 총리가 긴급 회의를 소집했습니다. 한 밤중이었지만 신속한 위기 대응이었고, 이후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죠.

정부는 계란 파동의 후폭풍이 커지자 뒤늦게 관련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이에는 항공기를 통해 계란을 수입하겠다는 것도 포함됐죠. 그러나 제반비용을 따졌을 때, 오히려 비용이 더 늘어난다는 비판이 즉각 제기 됐죠.

국민이 정부에게 기대하는 것은 일이 벌어지고 난 후의 현실성 없는 대책이 아닙니다. 계란 하나, 마음놓고 먹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달라는, 가장 단순하고 기본적인 요구입니다.

부디 이번 계란 파동으로 정부가 큰 교훈을 얻을 수 있길 간절히 바랍니다.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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