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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물왕 정진영-특별편> ‘눈꽃’이 많이 피어야 다가올 봄이 풍성해진다
[HOOC=정진영 기자] “끝없이 내리는 새하얀 눈꽃들로/우리 걷던 이 거리가/어느새 변한 것도 모르는 채/환한 빛으로 물들어 가요”(박효신 ‘눈의 꽃’ 중)

꽃이라고 불리지만 꽃이 아닌 것들이 있습니다. 웃음꽃, 불꽃, 열꽃 등등……. 이맘때에는 눈꽃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겨울에 밤새 빈 가지에 소복이 쌓인 눈보다 아름다운 풍경은 많지 않죠. 이번에는 눈 이야기를 하며 잠시 쉬어가려고 합니다.

서울 후암동에서 촬영한 눈의 결정.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겨울에는 눈꽃을 보는 일이 많을수록 좋습니다. 눈은 식물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눈의 역할은 단순히 겨울 가뭄을 덜어주는 정도에 그치지 않습니다. 눈은 결정 사이에 공기를 품고 있어 단열효과가 높아 마치 이불처럼 땅을 덮어 급격한 온도 저하를 막아주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눈은 물보다 질소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비료 역할까지 해준다는군요. ‘눈은 보리의 이불이다’라는 속담이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뭇가지에 눈이 쌓인 모습을 보면 눈꽃이 피었다고 표현을 합니다. 눈의 결정 모양을 자세히 살펴보면 눈꽃이라는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눈의 결정은 바늘모양, 기둥모양, 둥근모양 등 수천 가지의 모양을 가지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모양은 별을 닮은 육각형 구조이죠. 하지만 놀라운 사실은 서로 닮았을지언정 완전히 같은 모양을 가진 눈송이는 없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윌슨 벤틀리(1865~1931)는 이 사실을 최초로 사진으로 입증해 보여준 인물이죠.

벤틀리는 15세 때 생일 선물로 받은 현미경으로 눈의 결정을 관찰하며 그 아름다움에 빠져들었습니다. 지난 1885년, 그는 현미경에 카메라를 달아 세계 최초로 눈의 결정 사진을 촬영하는데 성공했죠. 이후 그는 평생에 걸쳐 눈의 결정 사진 6000여 점을 남겼습니다. 이를 통해 그는 서로 완전히 같은 모양을 가진 눈송이는 없다는 사실을 세상에 보여줬죠. 손에 닿으면 순식간에 녹아버리고 마는 눈송이가 실은 사람처럼 저마다 개별적인 존재였다니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서울 한강로1가 삼각지역 부근에서 촬영한 빈가지에 쌓인 눈.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안타깝게도 올 겨울에는 눈꽃을 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기상청은 지난달에 발표한 ‘3개월(2016년 12월~2017년 2월) 기상 전망’을 통해 “차가운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맑고 건조한 가운데, 평년보다 춥고 갑자기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고 예보했죠. 기상청 관계자들에게는 조금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올 겨울에는 이 같은 예보가 살짝 빗나가길 기대해봅니다. 눈꽃을 보는 일도 즐겁지만, 눈이 많이 내려야 다가올 봄에 만날 수 있는 식물들이 많아질 테니 말입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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