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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작정 자전거 국토종주] 完.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HOOC=정진영 기자] 자전거 국토종주를 마친 다음 날인 11월 17일 오전, 기자는 지난 밤에 도착했던 부산 낙동강문화관을 찾았다. 이 곳에선 인천 ‘아라서해갑문’ 인증센터부터 부산 ‘낙동강하굿둑’ 인증센터까지 오는 동안 거쳐 온 인증센터에서 수첩에 찍은 인증도장을 확인받을 수 있다.

건물 내부로 들어오면 안내데스크가 있는데, 여기에서 수첩에 찍힌 인증도장을 모두 확인받으면, 수첩에 인증스티커가 붙고, 1~2달 후에는 집으로 인증메달과 인증서가 도착한다. 인증메달과 인증서는 국가에서 무료로 제작해 집으로 배송해준다.

기자의 부인인 배우 박준면 씨가 국토종주 인증스티커가 붙은 종주수첩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박 씨는 기자가 국토종주를 마친 지난 11월 16일 저녁에 촬영을 마치고 기자를 만나기 위해 부산으로 내려왔다. 매우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이날 기자는 수첩에 국토종주 인증번호를 받았는데, 기자의 인증번호 뒷자리 5자리 숫자는 ‘56495’였다. 이는 기자가 56495번째로 자전거 국토종주에 성공해 인증을 받았다는 의미이다. 기자보다 앞서 대장정을 벌인 이들이 이렇게 많았다는 사실에 놀랐다.

‘무작정 자전거 국토종주’라는 기사의 타이틀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기자의 국토종주는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좌충우돌하며 진행된 여정이었다. 기사의 주된 목적인 충실한 정보전달이지만, 국토종주에 대한 정보는 블로그에 전문가들이 올린 글들보다 기사가 충실하긴 어렵다. 대신 기자는 국토종주 중 느낀 점들을 가감 없이 소개하는 방식으로 기사를 구성했다. 이를 통해 국토종주를 떠나기 전에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독자들에게 현실감 있게 전달하고 싶었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생각되는 점들을 마지막으로 몇 가지로 짧게 정리해 소개한다.

기자가 국토종주를 마친 뒤 머물렀던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의 풍경.

▶자전거는 MTB를 타야 한다= 기자는 미니벨로로 자전거 국토종주를 했다. 기자가 미니벨로를 선택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기자가 얼마나 자전거에 대해 무지하고 준비가 없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자는 국토종주 중에 미니벨로를 모는 라이더를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국토종주 구간에는 비포장도로를 비롯해 노면 상태가 고르지 못한 구간이 상당히 많다. 이런 구간은 MTB가 아니면 라이딩이 어렵다. 로드사이클이나 미니벨로로 이러한 구간에서 억지로 라이딩을 하면 타이어 펑크나 자전거 파손을 각오해야 한다. 국토종주 구간에는 오르막이 적지 않은데 바퀴와 기어비가 작은 미니벨로는 아무리 기어로 변속해도 오르막에서 라이딩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기자는 적지 않은 구간을 ‘끌바’로 버텼다. 만약 기자가 MTB로 출발했다면, 최소한 하루쯤은 먼저 도착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숙소를 염두에 두고 페달을 밟아라= 인증센터 주변에 숙소나 식당 등의 인프라가 마련돼 있을 것이란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수도권을 벗어나면 인증센터 주변에서 숙소는커녕 편의점 하나를 만나는 일도 어렵다. 페달을 밟는 게 능사가 아니다. 힘들게 인증센터에 도착했는데, 주변에 아무 것도 없어서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무박이나 비박으로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면 항상 그날의 목적지는 숙박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잡아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숙소는 종주코스와 가까운 곳에 잡는 게 좋다. 가뜩이나 피로한 몸 상태인데 숙소까지 코스에서 멀면 정말 지친다.

▶야간 라이딩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 국토종주 코스에서 벌이는 야간 라이딩은 한강에서 화려한 조명을 바라보며 즐기는 야간 라이딩과 차원이 다르다. 낮에 아름답게 보였던 자연의 풍경은 밤이 되면 음산하게 변한다. 인적도 민가의 불빛도 없는 길 위에서 전조등 하나에 의지해 어둠 속을 뚫고 달리는 일은 결코 낭만적이지 않다.

아무 것도 제대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바람 소리, 낙엽 떨어지는 소리, 새가 날아드는 소리가 갑자기 들리면 꽤 공포스럽다. 여기에 야행성인 고라니가 사람 비명소리를 닮은 울음소리까지 내면 금상첨화(?)이다. 연재 중 언급했지만, 기자는 심지어 멧돼지까지 만났다. 되도록이면 늦잠을 자지 않고 일찍 일어나 출발하는 것이 좋다.

▶엉덩이와 무릎을 위한 대비에 충실하자= 기자의 라이딩을 방해하는 가장 큰 적은 체력이 아니라 엉덩이였다. 오랜 시간 안장 위에 앉아있다 보면, 안장과 닿는 엉덩이 부위의 고통이 심화돼 페달을 밟는 일이 어려워진다. 기자는 길 위에서 국토종주를 시도하가다 엉덩이가 너무 아파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라이더를 목격하기도 했다.

반드시 젤 안장을 기존 안장 위에 장착해야 하고, 패드바지를 착용하는 게 좋다. 기자는 별 생각 없이 국토종주 내내 편한 트레이닝 바지만 입고 달렸는데, 그 대가는 혹독했다. 무엇보다도 국토종주를 시작하기 전에 미리 수시로 자전거를 타며 엉덩이를 장기간의 라이딩에 적응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페달을 장시간 밟다 보면 무릎, 정확히 말하자면 슬개골 아래 부분이 아파온다. 이는 엉덩이 통증보다 더 심각한 문제였다. 엉덩이 통증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익숙해지고 적응도 됐지만, 무릎 부위의 통증은 점점 심해졌다. 무릎이 아프면 페달을 밟는 일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치명적이다. 오르막에서 절대 무리하면 안 된다. ‘끌바’를 부끄러워하지 말아야 한다.

▶현금을 넉넉하게 준비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수도권을 벗어나면 구멍가게 하나 만나는 일도 쉽지 않다. 따라서 가게가 보이면 무조건 물이나 간단한 먹을거리를 보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길에서 의도치 않게 굶으며 페달을 밟아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수도권을 벗어난 지역에선 현실적으로 카드를 내밀기 민망한 가게들이 많다. 카드 결제기가 설치되지 않는 가게들도 부지기수이다. 또한 가능한 한 1000원권을 많이 준비하는 것이 좋다. 잔돈이 필요한 경우도 많을 뿐만 아니라, 거스름돈조차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가게를 만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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