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무작정 자전거 국토종주] 4. “어서와, 이런 ‘헬게이트’는 처음이지?”
[HOOC=정진영 기자] “왜 내가 이러고 있나~ 아! 아! 아! 아이고~~”(무키무키만만수 ‘투쟁과 다이어트’ 中)

11월 13일. 이 날 일정은 시작부터 온 몸에 긴장감이 돌게 만들었다. 자전거 국토종주 구간 중 ‘지옥코스’로 유명한 이화령이 바로 이 날 일정에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밤 충주 수안보에 도착한 기자는 이날 아침 일찍 일어나 숙소에서 온천수로 몸을 풀었다. 수안보는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숙박업소에서 온천수를 즐길 수 있다. 온몸에 쑤시지 않은 곳이 없다보니, 온천수가 약수처럼 느껴졌다. 


‘새재자전거길’은 지나온 코스에 비해 상당히 열악한 편이다. 자전거 전용도로 구간보다 국도와 지방도를 공유하는 구간이 많고, 농로 사이를 지나가는 구간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화령으로 향하는 구간은 시작부터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이다. 이화령 전에 만나게 되는 소조령을 오르다보면 어느새 충주에서 괴산으로 넘어간다. 기자가 가진 미니벨로로는 소조령을 넘기 어려워서 ‘끌바’로 고개를 넘어야 했다. 다시 한 번 기자는 MTB를 마련하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했다.

소조령의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행촌교차로에서 뜬금없이 인증센터 하나를 만나게 되는데, ‘이화령 휴게소’ 인증센터가 아니니 반가워 할 필요는 없다. 이 인증센터는 괴산군과 세종시를 연결하는 ‘오천자전거길’의 시작점에 위치한 인증센터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들른 게 아까워서 수첩에 인증도장을 찍었다.


행촌교차로에서 이화령 방향으로 틀자마자 만나게 되는 오르막길에서 이 구간의 어려움이 느껴졌다. ‘이화령 휴게소’ 인증센터로 향하는 구간에선 완경사가 약 6㎞에 걸쳐 계속 이어진다. 국토종주를 마친 후에 느낀 점이지만, 이 구간이 사실 대단한 난이도를 가진 구간은 아니다. 상황이 지치게 하는 부분이 많다. 자전거 국토종주를 하는 라이더들이 이 구간을 만날 시점은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끝도 없이 이어지는 완경사를 만나니 힘들 수밖에 없어 라이더들로부터 악명을 얻은 듯하다. 기자는 당당하게 ‘끌바’로 이화령을 올랐다.

기자는 이화령에서 유독 많은 라이더들을 목격했다. 라이더들은 하나 같이 힘겹게 페달을 밟으며 정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이 구간이 라이더들에게 일종의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는 장소인 듯했다. 이 구간에서 ‘끌바’를 하는 라이더는 기자 외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끝도 없이 이어지는 완경사에서 ‘끌바’를 하는 일 또한 죽을 맛이었다.


기자는 거의 2시간 반 가까이 ‘끌바’를 한 끝에 ‘이화령 휴게소’ 인증센터에 도달했다. 이날 온전히 ‘끌바’로 긴 시간에 걸쳐 이화령으로 올라온 이는 기자 외엔 없는 듯했다. 이화령의 높이는 548m이다. 어지간한 낮은 산보다 훨씬 높다. 고개 아래를 굽어보니 높이가 느껴졌다. 페달을 밟는 동안 ‘셀카’를 촬영할 여력이 없었는데, 이 곳에선 도저히 ‘셀카’를 촬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자는 근처에 있던 한 라이더에게 부탁해 이화령 등정(?) ‘인증샷’을 촬영했다.

이화령은 충북 괴산군과 경북 문경시의 경계에 위치해 있다. 이화령을 벗어나면 영남지방이다. 힘들게 고개를 올라왔다면, 내려갈 일이 기다린다. 내리막은 오르막 길이와 비슷하게 6㎞에 걸쳐 이어진다. 내리막길에서야 비로소 주변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늦가을의 풍경은 아름다웠다.


이화령에서 힘을 많이 뺀 기자는 해가 저물 때가 돼서야 겨우 다음 인증센터인 ‘문경 불정역’에 도착했다. ‘문경 불정역’은 열차를 활용한 펜션을 운영했으나, 현재 운영이 중단된 상태이다. 지도를 살펴보니 가까운 숙소는 다음 인증센터인 ‘상주 상풍교’까지 가야만 닿을 수 있었다. ‘상주 상풍교’ 인증센터까지의 거리는 31㎞에 달했다. 또 야간 라이딩 당첨!

이화령을 벗어나니 라이더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계절이 계절이다 보니 국토종주를 하는 이들이 거의 없기 때문인 것 같았다. 자전거가 잘 다니지 않는 듯, 문경 시내 자전거길의 많은 부분이 낙엽으로 뒤덮여 있었다.

어둠속을 정신없이 달리다보니 느닷없이 상주 시내로 진입했다. 문경과 상주 모두 대체적으로 자전거 도로의 노면 상태가 좋은 편이다. 다만 조명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은 구간이 대부분이어서 아쉬웠다. 야간 라이딩에는 무리가 있는 구간이었다.


정신 없이 달리다보니, 기자는 어느새 낙동강변을 달리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페달을 밟고 있었다. 서해안에서 출발해 자전거로 낙동강까지 도달하다니……. 어둠에 잠긴 낙동강의 물소리가 예사롭지 않게 들렸다. 해가 지고 난 뒤 한참 뒤에야 기자는 ‘새재자전거길’의 종착지인 ‘상주 상풍교’ 인증센터에 도착했다. ‘새재자전거길’은 이전 구간에 비해 힘들었지만, 볼거리가 많은 구간이었다. 


‘상주 상풍교’ 인증센터에는 다양한 곳을 가리키는 교차로가 있다. 낙동강 종주를 위해 안동댐으로 향하는 방향, ‘새재자전거길’ 방향, 국토종주 방향이 모두 이 곳의 교차로에서 갈린다. 순간의 선택이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던가. 잘못 선택하면 후회하기 십상이다. 이 날의 선택은 잘못된 선택이었다. 상풍교에서 가까운 곳에는 라이더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가 있었다. 그런데 지도에서 경천대관광지가 눈에 띄었다. 경천대관광지는 상풍교 바로 다음 인증센터인 ‘상주보’와 가까웠다. 기자는 ‘관광지’라는 단어에 혹한 나머지 경천대로 향했다. 막연하게 수안보와 비슷한 화려한 관광지이겠거니라고 생각하며.

경천대관광지로 향하는 길에서 기자는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경천대로 향하는 길의 오르막은 그야말로 살인적인 난이도를 자랑했다. 이 곳의 오르막은 ‘끌바’를 하는 것조차 힘겨워 기진맥진하게 만들었다. 이화령 구간보다 길이는 훨씬 짧지만 충격은 컸다. 조명조차 없는 이 구간에서 기자는 핸드폰까지 분실했다. 어둠 속에서 도저히 핸드폰을 찾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힘겹게 도착한 경천대관광지에서 기자는 다시 한 번 다리가 풀렸다. 숙소도 거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음식점도 오후 9시면 영업을 끝내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멀지 않은 곳에 모텔 하나가 있었다. 기자가 잡은 모텔은 식당을 함께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이 곳 역시 이미 영업을 마친 상황이었다. 


저녁을 먹지 못해 난감해 하는 기자를 본 모텔의 주인 할머니는 그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기자에게 두부와 막걸리를 한상 차려줬다. 정말 꿀맛이었다. 역시 시장이 반찬이다. 이제 겨우 자전거 국토종주 코스의 절반을 소화했다. 나머지 절반은 낙동강 코스이다. 낙동강은 정말 긴 강이다.

123@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