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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문이 지진을 몰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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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OC=이정아 기자] 14일 20시 21분경. 21세기 들어 가장 크고 환한 보름달이 뜹니다. 올해 가장 작았던 보름달(4월 22일)보다 14% 더 크고 밝기도 30% 더 밝습니다. 68년 만에 보는 ‘슈퍼문’입니다. 그런데 슈퍼문이 뜨는 13일 밤부터 14일 새벽 사이에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 연안에  규모 7.8 강진이, 충남 보령에서는 규모 3.5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슈퍼문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왜 지진 이야기를 하느냐, 최근 수년 사이에 ‘슈퍼문이 뜨는 시기에 대재앙이 닥친다’는 설이 파다하게 번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런 설은 과연 사실일까요?

슈퍼문이 지진을 몰고 온다고? [사진=위키피디아]

답을 바로 전하기에 앞서 슈퍼문이 뜨는 이유부터 말해드리겠습니다. 그래야 왜 이런 설이 나왔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인데요. 슈퍼문이 뜨는 건 달이 지구를 돌고 있는 궤도면이 타원형이기 때문입니다. 달이 지구를 가장 가깝게 지날 때 달과 지구의 거리는 35만7000㎞, 가장 멀리 떨어져 있을 때 달과 지구의 거리는 40만6000㎞입니다. 그 차이만 무려 5만km 정도. 달-지구-태양이 일직선상에 놓이는 이날 밤이 바로 달과 지구의 거리가 최소화되는 날입니다.

달이 지구와 가장 가까워지는 만큼 지구와 달 사이의 인력(끌어당기는 힘)은 가장 커집니다. 이로 인해 해수면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은 슈퍼문이 뜨는 이날 남서해안과 제주의 해수면이 지난달보다 27㎝ 가까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관측했는데요. 이 정도면 침수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높이입니다.

그런데 인력이 최근 해수에서뿐만 아니라 지층에도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 하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1974년 크리스마스에 사이클론 ‘트레이시’가 호주의 다윈을 휩쓸어 초토화시키고, 2005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에서 진도 7.7의 강진으로 쓰나미가 닥치고, 2010년 칠레에서 발생한 규모 8.8의 지진이 일어나던 그 시기에 모두 슈퍼문이 떴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1년 3월 진도 9.0의 동일본 대지진 이후에도 8일 만에 슈퍼문이 떴고요.

오늘밤 달과 지구의 거리가 가장 가까워진다.

자, 그럼 결론이 뭐냐. 한 마디로 이야기 하면 ‘마냥 낭설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과학적으로 규명된 이론은 아니다’ 입니다. 학계에서 보는 시선이 이렇거든요. ‘보름달과 지진 발생 사이에 개연성이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하나의 이론으로 정립하기엔 구체적인 과학적 데이터가 부족하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달이 단층을 움직일 정도로 거센 활동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게 정설이었습니다. 당시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슈퍼문과 지진활동이 관계가 있다는 어떠한 구체적인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일축했고, 영국의 국립해양센터의 연구자인 케빈 호스버그도 “어디서 그런 아이디어를 얻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지진은 수백 년간 지각에 응력이 쌓여서 나타나는 것이지 달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과학자들이 보름달과 지진의 연관 관계에 대해 ‘터무니없다’고 보고 넘기기 어려운 이유가 생겼습니다. 지난 9월 이데 사토시 교수의 일본 도쿄대 연구진이 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 때문인데요. 논문에 따르면 최근 20년간 규모 5.5 이상으로 발생한 12차례의 지진 가운데 9차례의 지진이 보름달, 즉 만월에서 발생했습니다.
지난 2011년 진도 9.0의 동일본 대지진 이후에도 8일 만에 슈퍼문이 떴다.

해당 논문에는 1976년부터 2015년까지 세계 각지에서 일어난 규모 5.5 이상의 지진 1만1397건에 대해, 발생 직전 2주간 태양과 달, 그리고 지구의 위치 관계 및 조석변형력(tidal stress)에 대한 기록이 담겨 있습니다. 조석변형력이란 밀물이나 썰물 같은 바다의 조류가 해저 지면에 가하는 힘을 말하는데요. 사토시 교수는 “21세기 들어 대표적인 지진들이 발생했을 때는 조석변형력이 최고조에 다다랐을 때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사토리 교수의 논문은 전 세계 일어난 지질현상을 토대로 통계학적으로 분석한 ‘일반적인 예측’입니다. 각 지역별, 각 단층별 정량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기술한 구체적인 연구자료가 아니라는 점에서 하나의 과학적 이론으로 정립하기에는 아직 그 근거가 부족한 것이죠.

예를 들어 이번 보령의 지진을 보면, 그 원인이 경주 지진으로 지하에서 증가한 응력(외부 힘을 받아 변형된 물체 내부에서 발생하는 힘)이 멀리까지 퍼졌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움직임이 없었던 단층이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의 지질 환경 변화로 활동을 시작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마냥 ‘슈퍼문 때문’이라고만 하기 어려운 게 이런 이유에서인 겁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창국 지진연구센터장도 “슈퍼문이 뜨는 시기에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경향성 자체에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사토리 교수의 연구가) 우리나라의 데이터를 가지고 정밀하게 한 연구가 아니다 보니까 지질학자들에게 실질적인 데이터로 받아들여지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금까지 12매가 넘는 원고지에 글자를 빼곡하게 적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슈퍼문이 지진을 몰고 오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기자도 이렇다 할 답을 전해드리지 못해 ‘그래서 어쩌라고’ 댓글이 달릴 것만 같은 섬뜩한 기분이 드는데요. 분명한 건 이날 밤하늘 휘영청 밝게 떠 있는 보름달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더 섬뜩한 기분에 휩싸일 것만 같은 사실입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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