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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OOC간다]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 대구 민심 탐방기
[HOOC(대구)=손수용 기자, 한상혁 인턴]지난 25일 일명 ‘최순실 파일’과 관련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가 나온 후. 국민들의 반응은 급속히 얼어붙었습니다. ‘루머’수준으로 떠돌던 이야기가 언론 보도를 통해 진실로 밝혀졌고 이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가 결국 일련의 사건들을 시인하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동안 일명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불리며 박 대통령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내왔던 대구ㆍ경북 지역의 민심에도 변화가 생겼을까요?

HOOC은 직접 대구 지역을 방문해 과연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불리며 열렬한 지지를 보내왔던 유권자들에게도 변화가 있을지 ‘민심 탐방’에 나기로 했습니다.



“가봤자 어르신들한테 욕만 먹을 낀데, 뭐하러 갑니까?”

지난 26일 대구 달성 공원에서 ‘바닥 민심’을 확인하기 위해 서울에서 왔다는 기자에게 50대 택시 기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그 곳 어르신들은 아직도 박근혜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하고 있을텐데 괜히 사서 고생하지 마소”라고 우려 섞인 조언도 잊지 않았습니다. 과연 그의 말처럼 여전히 바닥 민심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향하고 있을까요?

도착지인 달성 공원이 가까워질수록 두려워졌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축구대항전이 열리고 있는데 일본 축구대표팀의 유니폼을 입고 한국 응원단에 섞여 일본을 응원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시끄러운 상황에서 괜한 민감한 질문에 뭇매를 맞고 돌아오는게 아닌가 하고 걱정됐습니다.



마침내 도착한 달성 공원은 기자의 복잡스러운 심경을 아는지 모르는지 평화롭기만 했습니다. 가족 단위 나들이 인파들이 공원을 거닐었고 손을 맞잡은 연인들도 산책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공원에 마련된 벤치 곳곳에는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어울려 담소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시끄러운 나라 상황과는 다른 너무나 평화로운 모습이었습니다. 괜히 평화로운 이곳에 뜬금 없는 질문으로 벌집을 쑤시는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을 안고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앞선 택시 기사의 확신과 기자의 두려움은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단단해 보이던 ‘콘크리트’에 균열이 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누가 나오든 상관없이 ‘1번’만 찍었다고 자신을 소개한 박 모씨(74)는 “이번 일로 실망이 너무 크다”며 “알다시피 대구 경북지역을 새누리당의 텃밭이라고 불리는 지역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개인이 국정운영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 어떻게 나라인가”라며 분개했습니다. 이어 “이제는 더 이상 박 대통령을 믿을 수 없다.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도 거둬들일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인터뷰를 곁에서 한참동안 지켜보던 김 모씨(84)도 “아무리 대구라고 해도 이제 무조건 박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철썩 같이 믿었던 오랜 친구에게 배신당한 기분”이라고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하지만 탄핵과 하야 관련된 질문에는 “그래도 국민이 뽑아준 대통령인데 도중에 끌어내리는 것이 옳은가란 의문이 든다”며 “일단은 끝까지 임기를 마치게 하고 그 후 선거로 변한 민심을 보여주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최순실 파문’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했습니다.



자신을 6.25참전용사라고 소개한 김 모씨(87)는 최근 발생한 ‘최순실 파일’과 관련된 생각을 묻자 “자기(박 대통령)가 살려고 한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 여러 의견을 듣던 중 발생한 실수가 아니겠느냐”며 “물론 잘한 일이라고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비난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이번 일로 해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거나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를 거두진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공원 벤치에서 라디오를 듣고 있던 변 모씨(80) 역시 비슷한 의견을 밝혔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큰 문제없이 국정수행을 해왔는데 한번의 실수로 너무 비난하는 것을 옳지 않다”며 “박 대통령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최순실인가 하는 사람을 처벌하면 될 문제”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모씨(75)도 여전히 박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씨는 “이전 대통령들은 아마 이것보다 더 한 잘못도 저질렀는데 박 대통령이 여자라는 이유로 너무 몰아세우고 있는데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사과도 지켜봤는데 ‘순수한 마음’에서 그랬을 것이라고 이해하고 지금까지 잘했던 것처럼 앞으로 더 잘해줬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 과정에서 어떤 부분을 잘해왔는지 설명 부탁드린다는 기자의 물음에는 “그냥 다 잘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이미 많이 격앙돼 있는 어르신의 심기를 건드려봐야 좋을 것 없다는 판단 하에 황급히 자리를 떴습니다.

대구에 직접 방문해 확인한 민심은 확실히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새누리당 깃발만 꽂으면 무조건 당선이라는 얘기와도거리감이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의 대구ㆍ경북 지지율은 일주일 만에 9.7%p 폭락했습니다.

이미 많은 국민들은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깨진 상황입니다. 한번 깨진 그릇은 다시 완벽하게 돌릴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깨진그릇 조각에 더 이상 다치는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수습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입니다.

과연 박근혜 정부가 ‘최순실 파문’을 어떻게 해결하고 수습할지 대구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feelgo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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