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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은 미술사를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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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아티스트 김태은 작가
“VR영상 제작은 평면 회화를
3D입체화 하는 재창조 작업,
미술사 개념에 큰 변화 줄것”


[HOOC=이정아 기자] 단원 김홍도가 그린 ‘금강사군첩’ 회화 속 깎아질 듯한 절벽과 기암괴석이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집니다. 산 중턱에 단아하게 자리한 전나무들이 두 눈에 고스란히 담깁니다. 나뭇잎이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고 하늘에는 한 무리의 새 떼가 자유롭게 날아갑니다. ‘금강사군첩’을 가상현실(VR) 기술로 재해석한 뉴미디어아티스트 김태은 작가의 ‘조선 일렉트로닉스’ 작품 이야기입니다.

VR 기술이 예술의 영역을 확대시키고 있습니다. 회화가 VR과 접목하면서 새롭게 재창조된 디지털 공간에서 생동감 넘치는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죠. 미술관에 가지 않아도 VR 콘텐츠가 업로드된 온라인 플랫폼에 접속만 하면 작가의 VR 작품을 어디에서든 즐길 수도 있습니다. 기존 수동적인 미술 감상 방식과 크게 달라진 겁니다.

김홍도의 민속화나 풍경화 등 전통회화를 360도 VR 기술에 접목시키는 방식으로 작품을 재창조하는 김 작가를 서울 홍대 인근에서 만났습니다. 그는 관찰자가 여러 시점에서 보고 싶은 모든 것을 보더라도 이를 한 장의 그림으로 풀어내는 조선 전통회화가 여러 대의 카메라로 담아내는 VR 영상의 시점과 맞아떨어진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서양화는 작가의 시점에서 대상을 원근법에 따라 그리는 방식이라 그림을 담아내는 카메라 렌즈가 한 개라고 보면 된다”며 “반면 동양화는 여러 시점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파노라마식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여러 대의 카메라로 360도 촬영을 하는 VR 콘텐츠 제작 방식과 흡사하다”고 설명했죠.

평면으로 된 회화를 3차원 VR 콘텐츠로 입체화해 구현하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평면으로 된 그림 위에 겹겹이 쌓인 스케치부터 채색까지의 모든 층위를 각각 분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2차원 작품에 쓰인 층위별 재료들이 모두 입자 형태로 있어야 3차원 그래픽으로 구현해낼 수 있다”며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회화의 각 층에 쓰인 재료들이 화학적으로 서로 섞였기 때문에 이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깔끔하게 분리해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방법은 프로그래밍 독학과 장시간 노동. 김 작가는 인터넷을 통해 VR 편집기인 언리얼 엔진으로 VR 영상을 제작하는 방법을 익히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코딩을 쉽게 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해 직접 패치를 짜면서 회화 속 그래픽 입자들을 하나하나 찾아냈습니다. 원본의 붓터치 등 질감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도 그림 속 대상들을 심미적으로 재배치한 VR 콘텐츠를 제작하려면 장시간 책상에 앉아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하는 작업이 수반돼야만 했죠.

김 작가는 “VR 기술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새로운 컴퓨터 기술”이라며 “미술시장에 유화가 나오면서 새로운 풍의 그림이 시도된 것처럼, VR 기술이 등장하면서 미디어아트 영역에서 영상을 작업하는 작가들의 작업 방식도 이처럼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는 어떤 작가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장르 간의 파괴가 돼야 융합이 된다. 그런데 이걸 소화하는 게 예술”이라며 “(이런 점에서) VR을 활용한 미디어아트가 하이테크 기술이나 유행에 따라가는 것이 아닌 대중에 아름다움을 줄 수 있는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의 전통을 보여주려고 하다 보면, 어느 지점에서 하이테크 기술과 융합되는 우리 만의 잠재된 기술을 발견할 수 있고, 이를 미디어아트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법고창신(法古創新ㆍ옛 것을 바탕으로 새로움을 창조한다)’ 가치를 강조했습니다.

한편 그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전라북도가 공동으로 주최한 기술인문융합형 지식콘서트 ‘테크플러스(tech+) 전북’에서 예술과 기술의 결합에 대한 강연으로 호응을 얻었습니다. 그의 VR 미디어아트 융합 작품 중 하나인 ‘조선 일렉트로닉스 Vol.1 The Moon’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선정하는 우수문화상품 K-리본에 선정돼 3개월간 해외전시 순회전에 나설 예정입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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