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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난과학] 최대 규모 8.3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
[HOOC=이정아 기자] “우리나라에서 8.3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은 전무합니다.”

23일 오전 11시 미래창조과학부 브리핑실. 4년 전 원자력발전소와 인접한 울산단층에서 최대 규모 8.3의 강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던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질연)이 저 스스로 ‘현실적이지 않은 보고서’라며 이같이 해명했습니다.

정부가 양산단층대를 활성단층으로 결론 내린 2012년. 당시 지질연이 내놓은 ‘활성단층 지도 및 지진위험지도 제작’ 보고서에 따르면 양산단층에서 최대 규모 6.8~7.6, 울산단층에서 최대 5.8~8.3의 지진이 발생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울산에서 경주로 이어지는 약 50㎞ 길이의 울산단층에서 규모 8.3의 지진이 날 수 있고 최악의 사태 땐 인근 월성 원전 등이 위험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전정수 지질자원연구원 박사가 23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관문로 정부과천청사 미래부 기자실에서 지진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그런데 당시 작성된 이 보고서는 정작 국민들에게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보고서를 은폐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크게 일 수밖에 없었죠. 그러자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지질연 연구원인 전정수 박사는 이날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가 ‘사실상 의미가 없다’며 수습에 나섰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보고서를 잘못 해석하고 있다”고 덧붙였죠.

그의 해명 그 핵심에는 ‘변위’가 있습니다. 변위란 쉽게 말해 단층운동에 의해 쪼개져 벌어졌을 때 암석이 움직인 거리를 말하는데요. 전 박사는 이 움직임을 명확히 파악할 수 없어 연구 단계에서 가상의 값을 활용해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울산단층의 경우 원래 위치에서 130m 정도 변위가 있었는데, 이게 한 번에 일어난 것인치 수차례에 걸쳐 일어난 것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서 130m가 한 번에 이동했다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고, 그러다 보니 8.3이라는 수치가 나왔다는 겁니다.

그는 “연구 목적을 위해서 시뮬레이션 수치를 적용했을 뿐”이라며 “활성단층 길이, 변위가 몇 회에 걸쳐 형성된 것인지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정밀한 조사를 진행하면 이 수치는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진에 대한 트라우마는 깊어가는데, 정작 이를 해소할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경주 지진 피해 모습.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 변위가 한 번에 1m 이상 나타난 적은 없었습니다. 지난 2011년 일본 대지진의 경우에도 변위가 33~50m로 나타났습니다. 이로 인해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8.3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지질연의 설명입니다. 학계에서도 길이 50㎞의 울산단층에서 날 수 있는 지진은 최대 규모 7.0 정도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날 지질연의 해명은 2009년 국민안전처(당시 소방방재청)의 의뢰로 20억 원을 들여 3년간 진행한 연구사업이 스스로 부실한 사업이었음을 인정한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정부는 활성단층 길이조차 제대로 측정한 적이 없습니다. 4년 전 보고서를 비공개하기로 결정한 뒤 추가적인 연구조차 이뤄지지 않았죠.

지질연은 이제 와서 “3년 만에 정확한 지진위험 지도를 만들 수 있다면 전 세계에서 이런 지도를 만들지 못하는 나라가 없을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역사서에는 17세기 한반도 동남부 지역에서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던 기록이 담겨 있습니다. 이 점을 고려하면 한반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지진의 규모는 7.4까지 커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전의 내진설계 기준은 현재 6.3~6.9로 돼 있습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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