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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OOC인터뷰]“며늘아 설거지는 내가 하마” 의신면 이장님들이 나선 이유
[HOOC=서상범 기자]추석. 흩어진 가족들이 함께 모이는 민족의 명절입니다. 도란도란 가족의 정을 나누지만, 한 편으로는 가사일에 대한 갈등도 심심치않게 일어나기도 하죠. 특히 며느리들에게는 제사음식 준비를 비롯한 집안일 때문에 시댁으로 가는 발걸음이 무거울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올해 추석에는 조금 훈훈한 현수막이 화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화제의 주인공은 “애미야 어서와라. 올해 설거지는 시아버지가 다 해주마!”라는 내용의 현수막인데요. 
사진=진도군 의신면 이장단

이 현수막은 전라남도 진도군 의신면의 41개 마을 이장들의 협의체인 이장단협의회가 제작했습니다. 객지에서 먼 길을 오는 며느리의 고단함을 덜어주려는 시아버지들의 훈훈한 마음이 그대로 나타난 이 현수막은 각종 SNS 등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실제 시아버지가 설거지를 해주지 않아도, 이런 마음을 보여준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는 반응에서 이런 시아버지가 있는 의신면 이장댁으로 시집을 가고 싶다는 글들이 SNS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HOOC은 실제 이 현수막을 내건 의신면 이장단에서 단장을 맡고 있는 김양오 씨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자신 또한 20대 며느리가 있는 평범한 시아버지라고 밝힌 김 씨와의 인터뷰를 솔직하게 전합니다.

▷HOOC(이하 H)=전국적으로 의신면 어르신들이 내건 현수막이 화제입니다. 그야말로 ‘하태핫태’라고 부를만한데요. 이렇게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으신가요?

▶김양오(이하 김)=아이고. 그렇지 않아도 여기저기서 이 현수막에 관해 묻는 분들이 많아요. 기자님들은 물론이고, 다른 지역의 친구들까지도 올해 추석은 의신면 시아버지들 덕분에 많이들 웃었다고 연락이 오네요. 시골의 조그마한 마을에서 한 일인데, 많이들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H=맞아요. 의신면 발 현수막이 올해 추석을 훈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훈훈한 현수막은 대체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올해 추석을 특별히 겨냥하신건가요?

▶김=매년 명절이면 고향을 찾는 손님들을 위해 “고향 방문을 환영한다”라는 현수막을 만들고 있어요. 올해가 조금 특이한 내용을 담은건데요. 현수막에 들어갈 문구를 뭘로 할까하다가, ‘매년 먼 길을 오는 며느리들이 고생이 많다’라는 이야기를 이장들끼리 나눴고, 시댁 마을 입구에 들어서는 ‘며느리들의 어깨를 조금이나마 가볍게 해주자’라는 의견이 나왔어요.

우리 집에도 객지에 나가 사는 아들과 며느리가 있는데. 명절 고향에 오는데 걸리는 시간이 거의 10시간 정도에요. 와주는 것만해도 효도고, 고맙죠. 시아버지들이 음식은 소질이 없으니 못하지만, 설거지 정도는 얼마든지 해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이장단 회의에서 올해 추석 설거지는 시아버지에게 맡겨라는 문구를 정했죠.

혹시라도 우리 마음이 잘못 전달될까 봐 ‘현직 며느리’인 의신면 주민센터의 여성 공무원에게 문구 검수까지 받았어요.

▷H=그래도 아직은 어르신들, 특히 남자 어르신들이 주방에 들어가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으실텐데요? 다른 어르신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김=물론 몇몇 분들은 무슨 남자가, 그것도 시아버지나 돼서 설거지냐라는 반응도 있어요. 그 분들의 마음도 당연히 이해하죠.그래도 이장단에서 이렇게 주도해나가서 명절 문화를 조금씩 바꿔가는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다른 집 어른들이 설거지를 해서 며느리들이 웃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그 분들의 마음도 달라지지 않을까요?
진도군 의신면의 모습(사진=네이버 지도)

▷H=어제(15일)가 추석이었는데. 정말 설거지를 하셨나요?

▶김=하하. 당연한 거 아닌가요? 전국적으로 선언을 했는데 당연히 설거지를 해야죠. 어제 뿐 아니라, 추석 내내 설거지를 도맡아서 했어요. 중요한 것은 이게 올해 추석으로 끝나는 1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내년 설은 물론 매년 명절이면 설거지는 시아버지 담당이라는 사실이 자리잡았으면 합니다.

▷H=의신면 어르신들의 솔선수범 때문에 올해 추석이 정말 훈훈해졌다는 사실. 꼭 칭찬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전국의 시아버지와 며느리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계신가요?

▶김=저희 의신면 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시아버지들도 며느리들을 위해 설거지를 해주시라고 말하고 싶어요. 남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가족의 평화와 화목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며느리들에게도 말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요. 사실 요즘 시골 농가가 정말 어려워요. 농산물 가격이 너무 떨어져서 일할 맛도 안나요. 그래도 명절이라고 먼 길 달려와주는 며느리들 덕분에 농촌에 있는 노인들이 웃어요. 고맙고 또 고맙다는 말 꼭 전하고 싶습니다.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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