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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니혼늄, 프랑슘, 아메리슘…주기율표에 숨은 ‘원소이름’ 전쟁
[HOOC=이정아 기자] 최근 일본이 국제순수·응용화학연합(IUPAC)으로부터 주기율표에서 113번 원소를 최초로 찾아낸 성과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이로써 원소를 발견한 이화학연구팀은 113번 원소에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는데요. 연구팀은 일본의 일본어 발음인 ‘니혼(日本)’을 따 ‘니호늄’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일본이 원소에 이름을 붙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아시아권 국가 중에서도 처음입니다.



▶‘일본+늄’ 원소=113번 원소는 규슈대 모리타 고스케 교수와 2001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니시나 요시오 교수를 중심으로 한 이화학연구소 연구진이 2004년과 2005년, 2012년 등 3차례에 걸쳐 원자를 합성하면서 발견됐습니다. 미국과 러시아의 공동 연구팀도 다른 방법으로 113번 원소를 합성했지만 IUPAC는 연구팀들의 연구결과를 심의한 뒤, 일본 모리타 연구팀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원자와 원자를 무려 400조 번 충돌시키는 실험을 거친 일본 연구팀의 데이터 정확도가 높다고 판단한 것이죠.

당초 원소 명명권을 부여받은 연구진은 113번 원소의 이름을 일본의 영어명을 따 ‘자포늄(Japonium)’이라는 이름을 지으려고 했는데요. 하지만 일본을 비하하는 용어인 ‘잽’(Jap, 우리표현으로 ‘쪽발이’)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이 이름은 탈락됐습니다. 연구진은 연구소 이름을 딴 ‘리케늄’과 원소를 발견한 니시나 교수의 이름을 붙인 ‘니시나늄’도 원소이름 후보로 거론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일본의 일본어 발음을 딴 니호늄이라는 이름을 선택했습니다. 원소기호는 ‘Nh’로 정해졌습니다.


▶총성 없는 ‘원소이름’ 전쟁=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들은 때로는 국수적입니다. 원소의 이름은 원소를 발견한 과학자의 이름이나 신화, 고대어 등을 따 다양하게 명명되는데요. 자국에서 발견된 최초의 사례일 경우 국가 발음을 그대로 따 원소의 이름을 짓는 경우가 대체적입니다.

실제로 주기율표에 있는 118개의 원소 가운데 게르마늄(독일), 루테늄(러시아), 폴로늄(폴란드), 프랑슘(프랑스), 아메리슘(미국)이 그렇습니다. 아쉬운 점은 이번 113번 원소의 발견으로 니호늄까지 추가됐지만 여전히 코레아늄이 없다는 것입니다. 왜 코레아늄이 없냐고 묻는다면 왜 우리나라에는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밖에 없네요.

과학 선진국들의 총성 없는 원소이름 전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주기율표 95번부터는 합성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원소가 표를 채우고 있는데요. 미국과 러시아, 독일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미국이 단연 앞서있습니다. 아메리슘(Am·95번) 버클륨(Bk·97번) 캘리포늄(Cf·98번) 로렌슘(Lr·103번) 리버모륨(Lv·116번) 등 전체 인공원소의 3분의 2인 16개를 미국이 찾았기 때문입니다. 이 가운데 8개는 러시아와 공동으로 발견했습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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