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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훅 INSIDE]“이세돌, 자격없다”는 커제 인터뷰...사실 아니다
[HOOC=윤현종ㆍ손수용 기자]지난 10일 이세돌(33)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충격적인 2연패를 당했습니다.

많은 언론들은 이세돌 9단의 충격적인 패배 소식을 전했고 인공지능의 발전에 대한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국내 언론들은이세돌과 오랜 기간 라이벌 관계를 이루던 중국의 커제(19) 9단의 반응을 보도했습니다. 
커제의 독설이라는 제목으로 보도된 국내 언론 기사들

이세돌의 라이벌로 꼽히는 커제 9단의 반응을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했기 때문인데요.

이날 국내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살펴보면 커제 9단이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늘 패배는 처참했고 따분했다. 그를 응원했는데 이제는 야유한다”며 이세돌 9단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여기에 커제가 “인류 바둑기사의 대표 자격이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는데요.

과연 커제의 인터뷰의 내용은 이세돌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이었을까요?

HOOC은 이 인터뷰의 진실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우선 국내 언론들은 중국 써우후(搜狐)를 인용해 커제의 인터뷰를 보도했는데요. 이 써우후는 독립매체가 아닌 중국의 포털입니다. 인터뷰 원문을 보도한 곳은 중국 매체 ‘중국신문망’이었죠. 
중국 신문망을 인용해 보도한 중국 포털 써우후의 원문기사

‘써우후 신문’이라고 보도한 국내 매체들은 바로 여기서부터 잘못된 내용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 인터뷰의 내용을 보실까요? 중국어 원문으로 된 인터뷰를 분석하기 위해 HOOC은 윤현종 슈퍼리치팀 기자에게 번역을 의뢰했습니다. 윤 기자는 대학원에서 중국 관련 학위를 받은 중국통입니다.

우선 보도된 것처럼 2국이 끝난 후 커제가 “이세돌이 0-5로 질 수도 있다” 말한 부분은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인터뷰 어디에도 이세돌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커제는 인터뷰에서 “엄청나게 역겹고 혐오스럽다. 목에 생선가시가 걸린 것 같은 느낌이다”라고 말했으나 이는 이세돌이 아닌 인공지능에게 패배한 충격을 토로한 부분이었습니다. 국내 언론이 보도한 것처럼 이세돌에 대한 역겨움을 표현한 것이 아니죠.

이어 커제는 “나도 상당히 절망스럽다. 이건 완패다”라며 “이세돌이 멘탈이 상당히 강한데도 긴장한 표정이 역력해 보였고, 긴장을 심하게 했거나 간밤에 잠을 못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 같다”고 이세돌을 깎아 내리기보다 안타까움을 표현했습니다.

또 커제는 “평소 이세돌은 매우 강한데 오늘은 매우 괴로운 표정이었다”며 “(알파고와의 대국에서)가장 중요한 건 긴장하지 않고 평상심 유지하는 것...인류가 반드시 이길것이라고 생각해서도 안될 것”이라고 알파고의 강함을 인정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중국에 있는 많은 20대 세계챔피언들은 이번 승부결과에 굴하지 않을 것이다”며 “왜냐하면 이세돌이 경기를 못 풀어나가서 진 것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알파고가 엄청나게 강한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커제

이상이 중국신문망에 보도된 원문을 그대로 분석한 것입니다.

커제가 마지막 부분에서 이세돌의 경기진행을 지적한 부분은 있지만, 어디에도 이세돌의 경기에 대해 역겨움을 표현하거나, 나아가 이세돌이 인류를 대표할 자격이 없다고 지적한 부분은 없습니다.

왜 한국 언론들이 커제의 인터뷰를 ‘왜곡’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이세돌 9단에 대해 국민적인 관심과 응원이 빗발치는 상황에서 라이벌이었던 커제의 입을 빌려, 자극적인 내용을 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라는 추측을 해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원문을 훼손하고 왜곡하면서까지 자극적인 기사를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요?

특히 이런 잘못된 보도를 통해 이세돌 9단이 혹여나 마음의 상처를 받지는 않았을까라는 걱정과 함께, 엉뚱하게 대한민국 국민들의 공적이 돼버린 커제 9단에 대한 미안함도 듭니다.

feelgo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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