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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OOC]“이게 다 유전자 때문”...왜 오이를 못 먹냐고 묻는 당신에게
[HOOC=서상범 에디터ㆍ신보경 인턴]오이. 여름철 인기 채소이자 칼륨 및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건강음식이죠. 특히 수분을 비롯해 황산염, 비타민A, C 등 피부에 도움이 되는 영양소가 많아 여성들에게 인기있는 대표 채소인데요. 하지만 이런 오이의 ‘향’을 역겹게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이들에게는 중국집 짜장면 위에 올려진 채썬 오이를 매번 골라내는 것이 당연할 정도인데요.

이러한 오이 혐오자(CUCUMBER HATER)들은 전세계적으로 존재합니다. 세계 최대 검색 사이트 구글에서 오이 혐오(CUCUMBER HATE)를 검색하면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다수 등장하죠. 

이쯤되면 단순한 개인의 취향이 아닌 일반론적인 문제라고도 부를 수 있을 정도인데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순한 편식이 아니냐”며 오이 혐오자들의 고통을 폄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해외 과학자들은 이런 편견에 대해 유전자학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美 유타대학교의 유전 과학 센터에서는‘TAS2R38’라는 유전자를 예로 들어 입맛을 결정하는 데에 특정 유전자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인간의 7번염색체에 존재하는 이 ‘TAS2R38’은 다시 쓴 맛에 민감한 PAV타입과 둔감한 AVI타입이 존재합니다. PAV 타입의 사람은 AVI타입에 비해 쓴 맛에대해 100~1000배정도 더 민감하게 느끼는데요.

바로 오이 혐오자들은 이 PAV 타입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특히 이 PAV 타입의 사람들이 쓴 맛을 함유하는 PTC라는 유기물질을 함유하는 식물들을 접하는 경우, 말할 수 없는 쓴 맛을 느끼게 되는데요.

PTC는 이른바 미맹(味盲)을 판가름하는 실험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물질입니다. 만약 쓴 맛을 강하게 느끼면 슈퍼 테이스터, 약하게 느끼면 보통, 쓴 맛 이외에 다른 맛을 느끼면 미각 이상, 아무 맛도 못느끼면 미맹으로 분류하게 되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PTC 용액의 맛을 약하게 느끼는 보통으로 분류되지만, 강하게 느끼는 슈퍼 테이스터들이 오이 혐오자가 될가능성이 큰 것이죠. 

사진=123RF

이런 PTC는 오이는 물론, 참외나 수박, 멜론에서도 비슷하게 함유가 되어 있는데요. 때문에 ‘TAS2R38’ 유전자가 강하게 발달된 사람들의 경우 이들 음식에서 참을 수 없는 쓴 맛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 유전자는 술(알코올)의 쓴 맛을 강하게 느끼는 이들에게도 적용됩니다. 지난 2014년 미국 펜실바니아 주립대학 감각평가센터 존 헤이스(John E. Hayes)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특정 개인이 술맛을 선호하거나 싫어하는 현상에 대해 연구했는데요.

이들 연구진 역시 술 맛을 느끼는 감각정도를 ‘TAS2R38’ 유전자에서 찾았습니다. 당시 건강한 남녀 93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알코올 도수 16도의 술을 입에 머금어 맛을 보고 뱉어낸 뒤 전체적인 술의 강도와 알코올 농도 50%의 용액을 면봉에 적셔 혀 뒷부분에 댄 후 맛의 느낌을 평가했습니다.

실험 결과 TAS2R38 유전자가 매우 민감한 사람은 쓰게 느끼는 강도가 가장 높았습니다. 반면 민감도가 낮은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쓴 맛을 느끼는 강도가 낮았습니다.

즉 유전자의 특성에 따라 알코올 맛을 다르게 느낀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죠.

물론 개개인의 TAS2R38 유전자 형태에 따라 쓴 맛에 대한 민감도는 달라진다고 합니다. 또 개개인의 입맛은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일 것입니다.

하지만 타고난 유전자의 영향 역시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식사 시간마다 ‘유난스럽다’며 핀잔을 들어왔던 전국의 ‘오이 혐오자’ 여러분들! 이제는 당당하게 말하세요. ‘오이는 맛이 없다!’ ‘내 유전자가 그렇게 외치고 있다!’고 말입니다.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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