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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출산휴가, 조선시대 30일 vs. 2016년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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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여성 출산휴가는 출산 전 1개월과 출산 후 100일, 남성은 출산 후 30일’.

어느 나라의 부러운 얘기인가 하신 분들 계실텐데요. 700여년 전 우리나라의 얘기입니다.

‘조선왕조실록’ 세종 64권(1434년)에는 “여종이 아이를 배어 산삭(産朔)에 임한 자와 산후 100일 이내에 있는 자는 사역을 시키지 말라 함은 일찍이 법으로 세웠으나, 그 남편에게는 전연 휴가를 주지 아니하고 그 전대로 구실을 하게 하여 산모를 구호할 수 없게 되니, 한갓 부부가 서로 구원하는 뜻에 어긋날뿐 아니라 이 때문에 혹 목숨을 잃는 일까지 있어 진실로 가엾다 할 것이다. 이제부터는 사역인의 아내가 아이를 낳으면 그 남편도 만 30일 뒤에 구실을 하게 하라”고 기록돼 있습니다. 부부가 서로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여성이 출산할 경우 남편에게 30일동안 출산휴가를 부여해 산후조리와 육아를 돕도록 한 것입니다.


30일도 그리 긴 기간은 아니지만 지금에 비하면 훨씬 나아 보입니다. 2016년 현재 대한민국 남성에게 법적으로 허용되는 출산휴가는 최대 5일(유급 3일)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마저도 형식적으로 존재할 뿐 현실은 또 다릅니다. 12일 서울시가 발간한 ‘2015 성(姓) 인지 통계: 통계로 보는 서울 여성’에 따르면, 서울시에 거주하는 남성 중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제도를 아는 사람은 70% 이상이었지만 실제로 사용한 사람은 3%에 그쳤습니다. 남성 100명 중 3명만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한 겁니다.

최근 살기 힘든 우리 사회를 가리켜 ‘헬조선’이란 신조어가 생겨났는데, 어쩌면 조선이란 표현은 부적절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일ㆍ가정 양립 정책에 있어서는 조선시대가 대한민국보다 더 앞서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700여년이란 긴 세월이 흐르면서 복지 정책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가지 못하고 오히려 퇴보했다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정부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강조하지만 법과 제도, 사회 분위기가 달라지지 않는 이상 공허한 메아리일뿐입니다.

출산한 여성이 ‘경단녀’(경력단절녀)가 되지 않으려면 남성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확대돼야 합니다. 권장만 하지 말고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해야 합니다.

정치인이나 기업인들의 솔선수범도 필요합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2개월 간 출산휴가를 떠난 것은 좋은 사례입니다.

오늘날의 한국 사회도 700여년 뒤 후손들이 부러워할만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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