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바람난과학] 올 한해 과학계를 떠들썩하게 한 10대 연구
[HOOC=이정아 기자] 세계적인 과학저널인 사이언스지가 12월마다 한해 과학계를 떠들썩하게 한 10대 연구를 선정하는데요. 1위로 ‘크리스퍼(CRISPR) 시스템’이라 불리는 유전자 가위가 꼽혔습니다. 지난 2013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주요 과학 성과로 꼽힌 바 있는 이 연구가 올해 유난히 논란이 됐던 이유는 동물을 대상으로 하던 유전자 가위 연구가 우려하던 대로, 인간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4월 중국의 과학자들은 크리스퍼를 이용해 “인간 배아의 유전체(게놈)을 변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유전자 가위는 동식물 세포의 유전체에서 특정 염기서열을 찾아낸 뒤 해당 부위 DNA를 절단하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인간과 동식물 세포의 유전체를 교정하는데 사용되는데요. 세포의 유전자를 잘라서 다른 유전자로 교정할 수 있는 이 연구가 발달되면 난치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농작물이나 가축을 만들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부모의 우수한 형질만 선택해 아이에게 전해줄 수도 있고요. 유전자 조작을 통해 태어날 아이의 운명을 좌우하는 소재를 다룬 SF영화 ‘가타카(Gattaca)’ 속 장면이 어쩌면 눈앞의 현실로 나타날 수 있는 겁니다.

[사진=사이언스]

크리스퍼는 본래 박테리아의 유전체에서 특이하게 반복되는 염기서열 부분을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박테리아들은 이전에 침입한 바이러스의 DNA 일부를 자기 유전체 안에 쌓아두었다가 바이러스 침입을 받을 때 저장한 DNA 정보를 꺼내 바이러스 DNA를 찾아 자르는 방어 매커니즘을 쓰는데요. 이 과정에서 특정 염기서열을 찾아내는 크리스퍼 아르엔에이(RNA)와 찾은 DNA를 절단하는 효소인 카스9이 짝을 이뤄 작동합니다. 그러니까 ‘유도’와 ‘절단’ 기능이 짝을 이뤄 구현되는 것이죠. 이 과정은 기존 유전자 변형 기술보다 아주 쉽게 작동됩니다.

크리스퍼 기술은 광속으로 발달하고 있습니다. 2012년 스웨덴 우메오 대학의 에마누엘레 샤르펜티에르와 UC 버클리의 제니퍼 A. 다우드나가 이끄는 연구진은 크리스퍼를 이용하여 모든 DNA를 절단할 수 있음을 입증했고, 지난해 중국의 과학자들은 원숭이의 배아에 크리스퍼를 적용한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초에는 준쥬황 등 중산대 연구팀이 인간의 인공 수정란의 빈혈 유발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를 바꾸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연구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선두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김진수 서울대 화학부 교수는 “카스9(Cas9) DNA가 단백질을 직접 이용하는 방법을 국내 연구진이 제안해 현재 거의 국제표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전하는데요. 다만 최근 국회에서 개정된 생명윤리법에서는 유전자 교정 연구를 암과 에이즈 등 유전병이면서 심각한 장애를 불러일으키거나 생명에 지장이 있을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유전체 수술은 개인의 DNA를 영구적으로 변형시키기 때문에 이런 잠재력에는 윤리적·과학적 우려가 수반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첨단 유전자 가위 기술이 질병 치료 등 인류를 위한 축복이 될지, 인간 유전자 조작 등 새로운 재앙이 될지 과학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시점입니다.



이하 ‘사이언스’ 10대 획기적 과학 연구 성과

2. 세레스와 명왕성 탐사

뉴호라이즌스호가 촬영한 명왕성 표면 [사진=NASA]

지난 3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무인탐사선 ‘던’이 왜소행성 세레스의 궤도 진입에 성공했습니다. 던은 지구를 떠난 지 7년8개월 만에 지구에서 48억㎞ 떨어진 세레스에 도착해 16개월 동안 세레스를 탐사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NASA의 무인탐사선 ‘뉴호라이즌’은 침잠한 우주를 무려 9년여 동안 나아간 뒤 태양계 끝자락에 있는 명왕성에 근접했습니다. 뉴호라이즌스호는 지구로부터 56억㎞를 날아 명왕성에서 1만2500㎞ 떨어진 지점까지 최근접하는데 성공했습니다.


3. 미국 인디언의 조상 케네딕트맨

지난 1996년 미국 워싱턴주 케네딕트의 콜럼비아 강변에서 발견된 이래 기원을 둘러싼 논쟁과 재판이 일어난 현존 미국 인디언의 조상은 1만5000년 전에 베링해(당시는 육지로 연결)로 건너온 아시안인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케네위크인은 40세 전후의 남성으로 보이며 두개골 모양이 현재의 원주민과 다르고 서유럽인 및 아시아인과 비슷한 특징이 보여 연구자들 사이에서 논의를 불러일으켰습니다.


4. 심리학의 재현성

270명의 국제 공동연구진이 2008년 이후 발표된 심리학 분야 논문 100건의 데이터를 이용해 연구를 재현한 결과 절반에도 못 미치는 47% 정도만 논문에 보고된 것과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5. 300만년 전 새 인류 호모 날레디 발견

2013년 11월과 2014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발굴된 호모 날레디 화석. 1550점에 이르는 엄청난 양으로 아프리카 고인류학 발굴 사상 최대 규모다. [사진=eLife]

남아프리카공화국 가우텡주에 있는 요하네스버그에서 북서쪽으로 50㎞ 떨어진 깊은 동굴에서 300만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새 인류의 화석이 발견됐습니다. 화석의 이름은 동굴의 이름을 따 ‘호모 날레디’로 명명됐습니다. 날레디란 남아공 세소토어로 ‘별’을 의미합니다. 호모 날레디는 키 1m50㎝ 정도며 직립보행을 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호모 날레디는 침팬지보다 조금 더 큰 고릴라 사이즈의 작은 뇌를 갖고 있고 어깨와 골반은 원시인과 크기가 비슷합니다. 연구진은 이마 등 두개골의 형태 상대적으로 작은 치아와 긴 다리, 발의 모양 등은 현대 인류와 상당히 유사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6. 맨틀 융기에 기반한 지도 만들기

미국 연구팀이 진도 5.5 이상 지진 3000개에 관한 데이터를 분석해 유동적인 맨틀 구조를 지도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이미 28개의 맨틀 융기를 발견했고, 맨틀 지도를 깊이 3000㎞까지 작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맨틀 지도는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여러 지각판의 위치를 정확하게 보여주고 지표로 올라와 화산 활동을 일으킬 수 있는 마그마의 위치를 밝히는데도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7. 에볼라 백신

의학전문지 랜싯이 지난 7월 다국적 제약사 머크사가 개발한 에볼라 백신이 75~100% 예방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세계를 전염병 공포에 몰아넣었던 에볼라의 백신 개발에 희망이 생기고 있습니다.


8. 이스트로 만든 진통제

미국 생명과학자들이 이스트를 이용해 진통제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들은 양귀비, 황련, 박테리아와 심지어 쥐 등에서 유전자를 추출해 합성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모르핀’을 제작했습니다.


9. 뇌와 면역체계의 연결

[사진=버지니아 대학교]

뇌에서 면역작용을 하는 림프관이 발견되면서 뇌와 면역체계가 직접 연결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동안 림프계는 몸의 모든 기관계와 연결돼 있지만 두개골 아래쪽에서 끝나는 것으로 생각돼왔습니다. 면역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진 않았다고 여겨졌던 것이죠. 하지만 과학자들은 쥐의 뇌 세포막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던 중 두개골 하단에서 림프관을 발견, 인체도 같은 구조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10. 양자 불가사의 현상 발견

양자이론 중의 가장 기이한 특성으로 알려진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이 실재한다는 강력한 증거가 나왔습니다. 양자 얽힘이란 과거에 서로 상호작용했던 전자와 같은 작은 입자들이 멀리 떨어진 후에도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는 현상인데요. 가령 한 입자의 위치나 운동량, 스핀과 같은 특성을 측정한 순간, 이들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다 하더라도 다른 한 입자의 해당 특성이 ‘즉시’ 바뀌어 입자의 상태를 결정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입자가 오직 즉각적인 주위 환경에 의해서만 직접 영향을 받는다는 표준 물리학의 ‘국소성의 원칙’에 위배되는데요. 이로 인해 이 이론은 물리학적 연구라기 보다는 철학적 연구로 여겨졌고, 아인슈타인도 이 이론을 “유령 같은 원격작용”이라며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dsu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