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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해도 너무한 어뷰징 기사, 이건 아니잖아요
[HOOC=서상범 기자]지난 15일 방송인 강두리 씨가 22살의 나이로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동시에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이들을 분노하게 만든 일이 벌어집니다.

일부 매체들이 고인의 사망 소식과 함께 낯뜨거운 내용을 엮어 만든 기사를 작성했기 때문인데요. 시작은 모 인터넷 매체였습니다. 이 매체는 지난 15일 오후 “강두리 교통사고 사망, 과거 ‘새빨간 비키니’입고...워터파크 광고 재조명”이라는 이름의 기사를 올렸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

방송인 강두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로 시작하는 이 기사는 이어 고인이 출연한 한 광고가 재조명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사에 등장한 내용은 “강두리는 지난해 6월 18일 자신의 트위터에 “워터파크 촬영할 때 요즘컴퓨터가참...기술이 좋은가 봐”라는 글과 함께 사진 한 장을 올렸다. 공개된 사진 속 강두리는 빨간 비키니를 입고 활기찬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이와 함께 드러난 강두리의 군살 하나 없는 몸매와 새하얀 피부가 보는 이들의 시선을 모았다”였습니다.

그러면서 고인의 비키니 사진을 첨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앞의 한 줄만 빼고 보면 이 기사가 고인의 사망 소식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내용입니다.

그렇다면 이 기사는 왜 등장했을까요? 바로 어뷰징(abusing)을 위해 ‘생산된’ 기사이기 때문입니다.

오용, 남용, 폐해 등의 뜻을 가지는 어뷰징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언론사가 의도적으로 검색을 통한 클릭수를 늘리기 위해 동일한 제목의 기사를 지속적으로 전송하는 행태를 설명하는 용어로 자리를 굳히고 있습니다.

이슈가 되는 인물이나 키워드를 기사에 수차례 연속 등장시키는 것이 대표적인 예인데요. 최근에는 키워드가 되는 인물이라면,아무런 관련 없는 내용을 엮어 만드는 것이 어뷰징의 트렌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때 화제가 됐던 유승옥 어뷰징도 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기승전-유승옥’으로 끝나는 이 형태는 태풍 관련 뉴스에도, 뉴호라이즌호가 명왕성에 접근했다는 뉴스에도 항상 기사의 마무리를 유승옥으로 맺었는데요.

바로 유승옥이라는 이슈의 주인공을 끼워넣어 클릭수를 올리려는 의도였습니다. 故 강두리 씨에 대한 어뷰징 기사 역시, 사망 소식이라는 내용에 과거 선정적인 내용을 의도적으로 덧붙여 웹사이트 트래픽을 올리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매체의 기사가 나간 후 네티즌들은 분노했습니다.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 클릭수를 올리려는 행태에 대한 비난이 SNS를 통해 확산됐고, 결국 이 매체는 기사를 삭제했습니다. 

강두리 사망 소식에 관한 어뷰징 기사들

하지만 다른 매체들이 이 행태를 그대로 따라하거나, 아예 새로운 형태(강두리 교통사고 사망, 과거 19금 방송 내용보니)를 개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분노를 자아내는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들은 어떤 이들일까요? 어뷰징 기사는 바이라인(기자의 이름을 표기하는 것)이 따로 없습니다. 다만 이슈팀, 온라인팀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요. 이는 클릭을 위한 어뷰징 기사를 전담으로 생산하는 조직입니다. 대부분 정식 기자가 아닌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일부 언론사들은 아예 어뷰징 기사를 찍어내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도입해 본격적으로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어뷰징에 대해 척박한 미디어 환경에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행태라는 변명도 존재합니다. 소규모 인터넷 언론사는 물론, 대형 언론사들 역시 여기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물론 저희 회사 역시 마찬가지인 상황입니다.

하지만 결국 이런 행태를 반복하다보면 그렇지 않아도 땅에 떨어진 언론에 대한 신뢰는, 언급하는 것 조차 부끄러울 수준으로 전락해버릴 것임은 자명합니다. 

[사진=123rf]

생존을 위해서라고 해도,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지 않는다면, 기레기(기자와 쓰레기)의 오명을 벗어버리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이런 어뷰징 기사에 클릭을 해주지 않는, 독자 여러분들의 현명한 선택입니다. 클릭 대신, 어뷰징을 하는 해당 언론사에 대한 비판과 나아가 무관심을 가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기자들은 자조적으로 기레기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한탄합니다. 하지만 상상 이상으로 아직도 사회의 도움이 되는 기사를 고민하고, 더 나은 정보를 전달하고자 노력하는 기자들이 많습니다.

그들에게는 따뜻한 격려와, 비난할만한 행태에 대해서는 따끔한 비판을 해주셔야 할 때가 아닐까요?

[+ 사실 이 기사를 작성해야 하냐에 대한 고민도 했습니다. 고인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 만으로도 비판을 받는 것이 아닐까, 아예 무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은 것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행태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저 뿐 아니라, 다른 기자들의 자괴감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여러분께 알려드리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사에 대한 비판은 물론, 어떤 의견이라도 좋습니다. 페이스북 [HOOC] 페이지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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