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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난과학] ①인간처럼 생각하는 인공지능…과연 가능할까?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인공지능이 빅데이터 기술과 만나면서 수많은 책과 언론에서는 영화 속 로봇이 당장이라도 실현될 수 있을 것처럼 묘사되곤 합니다. 당장 기자 대신 기사를 쓰는 로봇부터 시작해 요리를 하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작곡하는 로봇이 등장하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요.

그런데 한 번쯤 이런 의심이 들곤 합니다. 인간의 뇌와 인공지능의 뇌가 본질적으로 같은 걸까. 다르다면 어떻게 다를까. 과연 인간은 우리의 뇌와 유사하게 생각하고 판단하는 인공지능을 만들 수는 있는 걸까. 만든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이 세상을 어떻게 바꿔왔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 지금의 인공지능 연구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인공지능이 어떻게 세상을 바꿔놓을 수 있을지 생각해볼 수 있겠지요. 기사는 두 차례에 걸쳐 연재됩니다.


지난해 6월 일본 소프트뱅크는 감정인식 로봇 ‘페퍼’를 선보였다.


인공지능의 겨울


‘기계가 생각할 수 있는가?’ 1950년 앨런 튜링은 이런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 논문을 내놓았습니다. 당시 독일군이 사용하던 난공불락의 암호 기계인 에니그마로 암호화된 메시지를 해독하기 위해 시작된 연구였지만 앨런 튜링이 생각하는 기계를 세상에 처음으로 제안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이로 인해 1970년 데스크탑 PC가 출시됐고 이후 보편화되면서 의사가 문진으로 환자를 진단하거나 수많은 판례와 법률을 바탕으로 양형을 결정하는 시스템이 등장했으니까요.

하지만 80년대 후반 들어서 인공지능 연구는 암흑기를 맞이합니다. 영국과 미국 등에서 투입한 막대한 자금이 현저히 줄어들고 인공지능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사라져 연구자들 사이에서 ‘인공지능의 겨울(AI Winter)’이라고 꼽히는 시기입니다. 검색을 통한 추론, 자연어를 분석하고 마이크로 세계에 대한 모델링이 가져올 장밋빛 미래를 장담했지만 정작 이렇다 할만한 업적이 없었던 건데요. 인공지능이 만들어낼 미래에 대한 거품은 90년대 초까지 빠집니다.

하지만 때는 바야흐로 1997년 5월. 당시 상상조차 하지 못한 사건이 벌어지는데요. IBM의 컴퓨터 딥 블루(Deep Blue)가 당시 체스 세계 챔피언이던 가리 카스파로프를 꺾고 세계 1위를 거머쥔 사건입니다. 딥 블루가 세계 랭킹 2위와 4위의 모든 체스 대전 결과를 알고리즘으로 탑재한 뒤 벌인 대국이었으니 인간에게는 불공평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대국으로 인해 인간이 수학적으로 계산하고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영역을 컴퓨터에 내줘야 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생각이 급속도로 번지기 시작합니다. 인공지능이 지식노동자들의 시대의 종언을 고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요.


당시 체스 세계 챔피언이던 가리 카스파로프를 꺾은 IBM의 컴퓨터 딥 블루(Deep Blue).


모라벡의 역설

그런데도 어째 컴퓨터는 잘하는데 인간은 못하고 반대로 인간은 잘하는데 컴퓨터는 못하는 일들이 벌어집니다. ‘어려운 일은 쉽고, 쉬운 일은 어렵다(Hard problems are easy and easy problems are hard)’는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입니다. 인공지능이 천문학적 단위의 수를 계산하거나 복잡한 수식을 쉽게 풀지만 정작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하는 보고, 듣고, 느끼고, 인식하는 모든 일상의 행위를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서 등장한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기분을 묻는 질문에 컴퓨터는 좋은 답을 못하는 편입니다. 인간의 얼굴을 보고 현재 감정 상태를 읽어내는 것도 상당히 힘겨워하고요. 인간과 비교해 맥락을 이해하고 처리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농담을 하도록 입력할 수는 있지만 인공지능이 저장된 정보를 읽어내는 것일 뿐 농담을 농담으로 이해하고 던지는 말은 아닌 것이죠. 한두 살만 되도 엄마와 아빠의 표정을 보고 기분을 읽어내는 아기와 비교하면 이 영역에 있어 인공지능은 한 마디로 속수무책입니다.


컴퓨터와 인간의 뇌, 무엇이 다른가?

컴퓨터는 정답이 있는 문제에 한해 정답을 찾기 위해 계산하는 기계입니다. 답을 맞출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고 그 속도가 빨라지는 방향으로 그 기능이 업그레이드되고 있고요. 반면 인간은 인식을 하는데 있어 오류 투성입니다. 하지만 오류를 경험하면서 머릿속 세상은 정교화됩니다. 쉽게 일반화해 선입견을 가지고 판단하지만 언제든지 틀렸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인공지능 로봇은 인간처럼 사고할 수 없는 걸까요.

그래서 최근 화두가 된 키워드가 ‘상호작용(Interaction)’입니다. 인공지능 로봇이 서비스업에서 활용되려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맥락을 파악해야만 하고 이를 위해선 인공지능의 복잡계가 인간의 뇌처럼 현저하게 늘어나야만 하고 이와 맞물려 개별적인 대응에 대한 행동 범위가 코딩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 인간이 인간의 뇌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있다는 겁니다. 단편적으로 말해 현재 기술로는 1㎝ 정도 길이의 쥐의 뇌를 재현하는 정도에 그칩니다. 1000억 개에 이르는 뇌신경세포를 이해하려면 30만 년이 걸린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입니다.

브레인 계획을 발표하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

인공지능 연구가 발달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신경과학 연구가 더 성숙해야만 한다는 사실에 주목한 사람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3년 4월 2일 집권 2기의 핵심 국정과제로 ‘브레인 계획(BRAIN Initiative)’을 발표하는데요. 이 계획은 ‘뇌 활동 지도(BAMㆍBrain Activity Map)’를 완성하는 연구사업에 10년간 매년 3억 달러의 투자한다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유럽연합(EU)도 ‘인간 뇌 프로젝트(Human Brain Project)’를 통해 2022년까지 인간의 뇌를 재현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연구가 인공지능 분야에 실제로 얼마나 도움을 줄지는 최소한 10년이 지나봐야 판단할 수 있는 문제이고요.

이처럼 인간은 우리의 뇌에 대해 터무니없이 모르고 있는데도 왜, 특히 올해, 인공지능 로봇이 뜨거운 감자처럼 언급되고 있는 걸까요. 그 이유는 최근 진행되는 인공지능 연구를 보면 몇 가지 의미심장한 징후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건 뇌 연구와 상관없이 이뤄지는 일입니다. 인공지능이 더 똑똑해진 게 아니라 그 자체 논리로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죠.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연재될 예정입니다.

(*) 영화 ‘엑스 마키나’ 예고편. 인공지능 분야의 천재 개발자 네이든이 창조한 매혹적인 인공지능 로봇 에이바가 등장하는데요. 에이바 자신과 그를 창조한 네이든 조차 자신의 존재를 의심하는 과정이 영화에 담겨있습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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