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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디오 되감듯…시간 역행하는 거울 나왔다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거울은 들어오는 빛을 반사시키는 광학 도구입니다. 일반적으로 ‘빛의 반사’란 들어오는 모든 빛에 대한 모든 반사를 말하고요. 아래의 그림과 같은 형태의 반사 역시 큰 범주에서 ‘빛의 반사’라는 개념에 포함됩니다. 

일반적인 의미의 반사
그런데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에서 등장할 법한 이런 특수거울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거울 반사면에서의 반사 법칙이 엄격하게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들어온 빛의 위상을 거울 반사면에서 보존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이미 정해진 거울 표면의 형태에 따라 빛의 반사형태가 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과학자들은 반사 법칙에 따르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거울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위상 공액 거울’입니다. 위상 공액 거울은 기존 거울이 거울 반사면에서 입사빛의 위상을 보존하는 것과 달리 입사빛 위상의 부호를 뒤집어서 반사시키는 거울이죠. 반사된 빛이 입사빛이 겪어온 광 경로를 되돌아나가게 만들기 때문에 반사빛은 입사빛이 겪었던 반사, 산란, 굴절효과를 거쳐 원래 상태로 되돌아갑니다. 이는 빛의 시간을 역행하는 것입니다.

20세기 말, 특수 매질로 이같은 위상 공액 거울을 제작하기도 했지만 연구실 외부에서 구현되기가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복잡하고 민감한 광학시스템을 이용해 위상 공액 현상을 증명하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어려웠던 건데요. 그런데 5일 카이스트(KAIST) 물리학과 박용근 교수 연구팀이 복잡한 물리현상의 도입 없이도 녹화된 비디오를 되감기하듯 빛의 시간을 역행하는 거울을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a: 일반 거울이 빛을 반사하는 원리. b: 과학자들이 구현하고자 했던 시간 역행 거울, 현재 기술로 불가능. c: 빛의 파면과 거울의 표면이 평행하다면 시간 역행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그림. d: 연구팀이 파면 제어 기술을 이용해 구현한 시간 역행 거울. 빛의 파면과 거울 표면을 일치시킴.

연구팀은 파면제어기라 불리는 수많은 미세 거울로 이루어진 장치를 활용했습니다. 파면제어기는 입사하는 빛의 모양에 맞춰 거울의 표면을 변경시켜 평행 상태로 만드는 원리를 가지고 있는데요. 기존의 일반적인 거울과 같이 들어가는 빛, 반사되는 빛으로 이뤄져 주변환경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이라는 점이 장점입니다. 이를 통해 복잡한 물리현상의 도입 없이도 빛의 시간 역행 거울을 구현할 수 있었지요.

체조직, 닭가슴살, 광섬유를 산란체로 활용한 뒤 시간역행 거울로 원래 이미지를 구현한 사진. 오른쪽 위는 산란 전의 빛 모양, 왼쪽 아래는 산란 후의 빛을 일반적인 평평한 거울로 반사시켰을 때의 사진, 오른쪽 아래는 파면제어기술을 통해 제작한 시간 역행 거울로 반사시켰을 때의 사진.

또 연구팀은 구현된 시간 역행 거울을 활용해 모의 생체조직 샘플, 생 닭가슴살 등에 의해 심하게 산란된 빛을 집약시켜 산란 전의 모양으로 재현했습니다. 연구팀에 의해 구현된 시간 역행 거울은 그 구현방법이 쉽고 주변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아 빠른 시일 내에 실제 응용에 접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빛 뿐 아니라 소리, 전자파, 라디오 등 일반적인 파동에서도 나타납니다. 물리학이나 광학, 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연구 성과는 물리학분야 학술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 6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습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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