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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애가 왜 탈락?”…‘캥거루맘’에 시달리는 기업 인사팀
[HOOC] 가을 채용시즌이 시작되면서 기업 인사팀에 ‘캥거루맘’ 비상이 걸렸습니다. 단순 상담을 넘어 읍소형, 협박형까지…. 인사팀 직원들이 상담 및 항의 전화에 땀을 흘리고 있다는데요. 삼포시대에 칠포시대, 자식을 위하는 어머니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상담형: “명문대 나온 우리아들 뭐가 부족해서….”



인사담당자들에 따르면 부모들과의 통화는 주로 ‘자식 자랑’으로 시작한다.

“죄송한데요, ○○대학 나온 우리 아들이 떨어진 이유가 뭔가요?”

A기업 인사팀에서 근무하는 김모(30ㆍ여) 씨는 최근 신입사원 공채 중 한 중년 여성으로부터 항의 전화를 받았다.

당황한 김씨는 해당 지원자의 서류를 검토했고, “제2외국어 점수가 기대에 못 미쳤던 것 같다”고 답했다.

김 씨는 “요즘 대학에서 수강신청은 물론 학점 정정도 부모가 나서서 한다는 얘기가 있더니 취업시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읍소형: “우리 아이가 죽고 싶다고 한다.”



상담형은 그래도 양반. “아이가 힘들어하는데 뽑아주면 안되겠느냐”며 읍소하는 부모들도 더러 있다고 한다.

한 조선업체 인사담당자는 “불합격자의 어머니가 전화를 걸어그러자 이 여성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아들이 낙담해서 죽고 싶다고 하니 도와달라”며 하소연 하기 시작했다.

B 기업 인사 담당자도 “‘우리 아이가 계속 취업이 안돼 한강에 가서 죽고 싶다’고 말했다며 뽑아달라고 하소연했다”며 “전화를 끊지 않고 계속 부탁해 난감하고 힘들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협박형: “합격자 스펙 공개하라”



인사 담당자들이 가장 난처하게 만드는 것은 협박형. 상담을 하다가 읍소를 하고, 결국 ‘합격자 스펙을 공개하라’고 항의하기도 해 인사담당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한 금융권 기업 인사 담당자는 “많은 부모들이 불합격을 재차 확인하기 위해 전화하지만, 일부는 ‘내 자녀가 이렇게 좋은 스펙을 갖고 있는데 불합격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 기초적인 합격자 스펙을 공개하라’고 항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식품 회사인 C기업 관계자는 “어떤 어머니는 불매운동을 언급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경우 인사팀 직원들은 “면접 점수가 낮은 것으로 보인다”는 형식적인 대답을 할 수밖에 없다. 채용 점수를 세세하게 밝힐 수는 없기 때문이다. 





▶캥거루맘의 열성, 오히려 방해


이런 부모의 열정은 실제 채용에는 별 도움이 될까? 인사 담당자들은 “헬리콥터맘은 구직시장에서 오히려 짜증을 유발하는 존재”라고 말했다.

한 대기업 반도체 계열사 인사 담당자는 “서류전형에서는 스펙이 중요하지만 면접 당락을 좌우하는 건 직무분석”이라며 “학벌, 토익점수 등을 나열하며 떨어진 이유를 대라고 하니 난감하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중견 제약회사 인사 담당자 역시 “중견급 기업의 경우 인사담당자가 1~2명에 불과한데 채용시즌에 부모의 전화까지 받으니 업무에 큰 지장이 있다”며 “이 경우 오히려 아직도 부모의 품을 벗어나지 못한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생겨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hoo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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