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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물왕 정진영> 30. ‘코스모스’ 덕분에 가을은 참 예쁘다
[HOOC=정진영 기자] 8월 말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진 바람은 가을의 기별입니다. 한낮의 기온이 섭씨 30도에 육박하고 살갗에 닿는 햇살은 여전히 따갑지만, 출퇴근길이 견딜만한 이유는 이 가을의 기별 덕분이죠. 처서(處暑)를 지나 요란해진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짜증스러웠던 더위를 쫓으면, 더위에 밀려나있던 주변 풍경이 가시거리 안쪽으로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그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풍경 중 하나가 바로 길가에서 바람에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입니다.

충북 보은군 구병리마을에서 촬영한 코스모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코스모스는 멕시코 원산의 한해살이풀로 6∼10월에 연분홍색, 흰색, 붉은색 등 다양한 색깔의 꽃을 피웁니다. 개화시기에서도 파악할 수 있듯이, 가을 대표 들꽃인 코스모스는 사실 가을보다 먼저 우리 주변에 깃듭니다. 다만 여름 들꽃들이 대체적으로 강렬한 원색을 자랑하다보니, 그 사이에서 튀지 않아 눈에 잘 띄지 않을 뿐이죠.

귀화식물이 대개 그러하듯 코스모스 역시 햇볕을 좋아하고 토양을 가리지 않는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합니다. 한해살이풀이지만 워낙 생명력이 강해 한 번 심으면 그 자리에서 매년 피고지기를 거듭하죠. 마르고 척박한 땅에 생기를 불어넣는데 이만한 꽃도 드뭅니다.

여름 들꽃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비울 무렵, 모든 채비를 마치고 가을을 맞은 코스모스는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우리가 코스모스로 가을을 인식하는 이유는, 가을의 시작이 코스모스의 전성기와 겹치기 때문일 겁니다. 8월의 여름은 가을을 닮았고 9월의 가을은 여름을 닮았습니다. 계절이 오가는 길목에는 차단과 단절이 없죠. 코스모스는 이 길목을 자유롭게 교통하며 가을에 계절감을 더하고 여름을 전송합니다.

코스모스의 사전적인 의미는 ‘우주(Cosmos)’입니다. 왜 이 가을 들꽃이 우주라는 이름을 가지게 됐을까요? 궁금하시다면 꽃을 가까이에서 자세히 들여다보시죠. 우리가 흔히 코스모스의 꽃잎으로 아는 8개의 꽃잎은 꽃부리(화관)의 일부가 변형돼 만들어진 설상화(舌狀花)입니다. 즉 설상화는 생식 능력이 없는 가짜 꽃입니다. 코스모스에서 실제로 생식 능력을 가진 부분은 꽃의 중심부에서 황색으로 빽빽하게 피어나는 작은 관상화(管狀花) 입니다. 이 관상화가 진짜 꽃입니다. 여러분, 관상화의 모양을 살펴보세요. 신기하게도 별 모양이죠? 코스모스는 저마다 꽃송이 속에 수많은 별들을 품은 하나의 우주인 셈입니다.

서울 용산구 후암동 후암시장 부근에서 촬영한 코스모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코스모스의 꽃말은 ‘순정’입니다. 가냘픈 몸으로 바람 따라 흔들리지만 강인한 생명력으로 길가를 아름답게 물들이는 코스모스에게 참 잘 어울리는 꽃말 아닌가요? 맑은 날 코스모스를 위한 좋은 배경음악 하나가 있습니다. 포크 싱어송라이터 박강수의 ‘가을은 참 예쁘다’.

“가을은 참 예쁘다/하루하루가/코스모스 바람을/친구라고 부르네/가을은 참 예쁘다/파란 하늘이/너도 나도 하늘에/구름같이 흐르네/조각조각 흰 구름도 나를/반가워 새하얀 미소를 짓고/그 소식 전해줄 한가로운 그대/얼굴은 해바라기/나는 가을이 좋다/낙엽 밟으니/사랑하는 사람들/단풍같이 물들어”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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