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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환경 제품? NO! 무늬만 ‘그린’…“과학적으로 검증해야”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천연 향균성분 피톤치드가 함유된 치약’ ‘에코서트 인증, 솔잎수를 사용한 내추럴 보습 크림’ ‘자연의 생명력이 피부에 전달되는 발효화장품….’

유기농과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녹색(친환경)’을 강조하는 제품이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친환경 수식어를 내세운 제품 중 46%가 허위 또는 과장된 표현을 사용했다. 치약에 치톤치드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 천연 원료가 얼마나 제품에 첨가된 것인지 구체적으로 표시되지 않았던 것이다.

지난 20일 한국을 방문한 UL 환경사업부 리사 마이어 부사장


▶ 마트 제품 절반이 무늬만 ‘그린’ = “기업들이 강조하는 친환경 수식어나 각양각색의 이미지로 인해 녹색으로 위장한 그린워싱(Green-Washing) 제품을 가려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한국을 방문한 UL 환경사업부 리사 마이어 부사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우리나라 기업들의 친환경 제품에 대한 검증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린워싱’은 전혀 생태적이지 않은 제품에 친환경이라고 쓰거나 혹은 그렇게 혼동할 수 있도록 치장하는 행위를 말한다. 좋게 말하면 위선이고, 정직하게 말하면 사기다.

먼저 그는 “조사 결과 10명 가운데 7명이 ‘구매 제품에 대한 친환경 정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그린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는 글로벌 시장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0년과 2012년 환경산업기술원이 실시한 조사에서도 국내 소비자들의 친환경 제품의 구매 경험은 39.6%에서 56%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친환경 마케팅이 제품 판매에 주요 변수가 되면서 경제적 이익을 위해 녹색 제품으로 위장하는 그린워싱 사례도 만연해졌다. 슈퍼맨처럼 ‘지구를 살린다’거나 ‘환경을 보호한다’는 식의 모호하고 막연한 상술이 소비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한국의 많은 제조사가 녹색 제품을 생산한다고 홍보하지만,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며 “이처럼 타당성 검증을 받지 않은 기업들의 주장이 소비자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UL 환경사업부 자문 서비스 안젤라 그리프스 이사


▶ 그린워싱 감독 강화하는 선진국 = 그렇다면 그린워싱에 대한 정부 차원의 규제와 단속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현재 주요 선진국들의 그린워싱 관리는 국내보다 앞서가고 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1992년 첫 그린워싱 가이드라인 도입을 발표한 뒤, 수차례의 개정 끝에 지난 2012년 개정된 그린가이드 시행령을 발표했다. 법적인 지위를 가지진 않지만 지침을 어길 경우 수백만 달러 수준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다. 미국을 비롯한 캐나다, 호주, 일본, 영국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이를 녹색 마케팅 지침으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부 차원의 그린워싱 위반 제품 단속이 이뤄졌다. 환경부는 허위광고 표시가 의심되는 경우 해당 업체에 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데 해당 기업이 이를 제출하지 않으면 최대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친환경 위장 제품을 걸러낼 구체적 기준을 마련해 단속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여전히 단속 여력이 부족하고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1894년 미국에서 설립된 UL은 제품 안정에 관한 표준을 개발하고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안전과학 회사다. UL 마크가 미국에서 안전에 관한 가장 높은 신뢰를 얻고 있기 때문에 국내 전기, 전자, 소방 제품 기업들이 미국에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UL 마크를 필수적으로 취득해야 한다.

이날 UL 환경사업부 자문 서비스 안젤라 그리프스 이사는 “UL은 제품의 설계부터 마케팅까지 기업과 협력해 친환경 검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UL 환경성 주장 검증(ECV) 마크는 소비자와 제조사 간 신뢰를 구축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UL ECV 마크에는 구체적인 검증 내용에 관한 정보가 적시돼 있다. 마크에 표시된 URL에 접속하면 해당 제품의 친환경적 특성에 관한 보다 구체적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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