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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물왕 정진영] 26. 한여름 화단의 팔색조 ‘수국’
[HOOC=정진영 기자] 남자 분들께 묻겠습니다. 곰 같은 여자와 여우같은 여자 중 어느 쪽으로 더 마음이 쏠리시나요? 이 질문은 남자들의 술자리에서 단골 화젯거리이기도 한데, 의견은 대체로 후자로 기우는 편입니다. 호기심과 환상을 자극하는 여자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나요? 이 같은 남자의 심리는 “여우와는 살아도 곰과는 살 수 없다”는 옛말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여우같은 여자가 만약 꽃으로 태어난다면 그건 아마도 수국(水菊)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주시 노형동 넥슨컴퓨터박물관에서 촬영한 푸른색 꽃을 피운 수국.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수국은 매년 여름이면 화사하면서도 청량한 색으로 화단과 정원을 채우는 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여러분은 수국이 원래 무슨 색의 꽃을 피우는지 아시나요? 푸른색 아니냐고요? 맞습니다. 붉은색 아니냐고요? 그것도 맞습니다. 흰색 아니냐고요? 그 또한 맞습니다.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다니 황당하게 들리겠지만, 수국은 그렇게 변덕스러운 매력을 가진 꽃이거든요. 수국은 마치 눈화장 하나만으로도 인상이 확 달라지는 여배우의 모습을 닮았습니다.

수국은 독특하게도 산성 토양에서 푸른색, 염기성 토양에서 붉은색, 중성토양에서 흰색 꽃을 피웁니다. 흰 꽃을 피운 수국의 뿌리 주변에 산성인 백반을 뿌려두면 꽃이 점점 푸르게 변합니다. 반대로 염기성인 석고를 뿌리 주변에 뿌려두면 꽃이 점점 붉게 물들죠. 정말 신기하죠? 색에 따라 꽃말도 다채롭습니다. 푸른 꽃은 ‘냉정’ ‘무정’ ‘거만’, 붉은 꽃은 ‘소녀의 꿈’, 흰 꽃은 ‘변덕’ ‘변심’입니다. 수국은 그야말로 한여름 화단의 팔색조라고 부를 만 한 꽃입니다.

제주시 노형동 넥슨컴퓨터박물관에서 촬영한 붉은색 꽃을 피운 수국.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꽃이름에서도 드러나듯 수국은 물을 좋아합니다. 수국은 조금만 건조해져도 바로 시들어버리거든요. 그런데 시든 수국은 다시 물을 만나면 금세 생기를 보입니다. 그렇다고 너무 물을 많이 주면 뿌리가 썩어버리죠. 토라졌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생글생글 미소를 보여주는 모습이 마치 연애의 밀당과 비슷하지 않나요? 

아무리 여우같은 여자도 정말 사랑하는 남자 앞에선 일편단심에 억척이가 돼 버리곤 하죠. 수국은 변덕스러워 보이지만 키우기 까다롭지 않아 어디에서나 잘 자라는 편입니다. 수국이 뿌리내릴 곳을 가리는 식물이었다면 이맘 때 이토록 흔히 보이지 않았을 테죠. 또한 수국은 아낌없이 탐스럽게 그리고 오랫동안 꽃을 피웁니다. 결혼식장에서 수국이 부케로 많이 쓰이는 이유이죠. 수국은 여우 같은 여자인 척할 뿐 실은 허당입니다. 그래서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꽃입니다.

서울 연남동에서 촬영한 흰색 꽃을 피운 수국.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수국 잎은 차로도 마십니다. 수국차를 흔히 ‘이슬차’라고 부르죠. 수국차는 은은한 단맛과 박하를 닮은 향을 내는데, 카페인과 칼로리가 없어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가격은 조금 센 편이지만 한 번 마셔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기분 좋은 맛을 자랑하죠. 또한 수국차는 혈액순환 효능을 가지고 있어 더위를 이기는 데에도 효과적이라더군요.

남자 분들 중에 혹시 토라진 연인이 있거든 이번 주말에 편안한 자리를 만들어 함께 수국차를 마셔보시죠. 따뜻한 말로 달래주며 함께 차를 마시다보면, 어느새 마음을 풀고 수국처럼 화사한 미소를 짓는 연인의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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