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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오 “멋있는 음악을 재미있게 오래 하고 싶다”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단언컨대 한국에서 데뷔 후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전 방위로 주목을 받은 밴드는 없었다. 혁오는 지난해 9월 미니앨범 ‘20’으로 데뷔 후 데뷔 만 1년차도 맞이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오는 아이유를 비롯해 장기하, 타블로, 빈지노 등 선배 뮤지션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팬을 자처하는 인증 사진 및 추천 글을 남길 만큼 ‘핫(Hot)’한 존재로 떠올랐다. 특히 최근 밴드의 리더 오혁이 프라이머리와 함께 작업한 이후, 혁오는 힙스터(자신들만의 고유한 패션과 음악 문화를 좇는 부류)들의 아이콘을 넘어 대중적인 관심을 받게 됐다.

혁오가 최근 두 번째 미니앨범 ‘22’를 발표했다. 지난 4일 오후 헤럴드경제 인근 카페에서 혁오의 멤버 오혁(보컬), 임동건(베이스), 임현제(기타), 이인우(드럼)를 만나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밴드 혁오가 두 번째 미니앨범 ‘22’를 발매했다. [사진 제공=두루두루AMC]

오혁은 “앨범의 제목인 ‘22’는 서로 동갑내기인 멤버들이 밴드로 모였을 당시 나이를 의미한다”며 “데뷔앨범 ‘20’에는 19~21살 무렵 내 개인적인 경험이 많이 담겨 있는데, 이번 앨범에는 멤버들이 하나의 밴드로 모인 뒤 느낀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앨범에는 익숙해지면 떠나가 버리는 사람들과 그 관계들에 대해 노래한 타이틀곡 ‘와리가리’를 비롯해 ‘세틀드 다운(Settled Down)’ ‘큰새’ ‘메르(Mer)’, ‘후카(Hooka)’, ‘공드리’ 등 6곡이 담겨 있다. 혁오의 음악은 장르를 ‘혁오’라고 정의해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복잡한 결을 가지고 있다. 그런 혁오의 음악이 수많은 힙스터들을 열광시켰던 이유는 특유의 세련미 때문이었다. 여기에 관능적이면서도 깊은 목소리를 들려주는 오혁의 보컬은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다소 거친 질감의 사운드를 들려줬던 전작과는 달리 이번 앨범은 영국 런던의 메트로폴리스 스튜디오에서 마스터링을 진행해 매끄러운 사운드를 완성했다.

오혁은 “우리 스스로도 우리의 음악이 무엇인지 정의해 본 일은 없다”며 “우리의 목표는 하나, 멋있는 음악을 재미있게 오래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밴드 혁오가 두 번째 미니앨범 ‘22’를 발매했다. [사진 제공=두루두루AMC]

이 같은 혁오의 개성은 서로 다른 음악적 배경을 가진 멤버들의 화학적 결합이 낳은 결과물이다. 혁오의 음악을 든든하게 받치는 리듬을 연주하는 이인우는 재즈를, 임동건은 헤비메탈을 중심으로 다양한 음악을 연주해왔다. 임현제는 중학교 때부터 퓨전재즈를 연주하며 연주자의 꿈을 키워왔다. 멤버들의 다양한 음악적 배경으로 도출된 아이디어들은 리더 오혁을 중심으로 정리돼 하나의 음악으로 완성된다.

기타를 연주하다 혁오에 들어와 포지션을 베이스로 바꿨다는 임동건은 “악기는 음악을 연주하기 위한 도구일 뿐, 어떤 악기를 연주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며 “피아노가 필요하면 얼마든지 포지션을 또 바꿀 용의가 있다”고 웃어 보였다. 임현제는 “합주를 한 번 할 때마다 한 곡이 나올 정도로 아이디어가 넘치지만 자신의 주장만을 고집하는 멤버는 없다”며 “서로에 대한 존중이 있기 때문에 결코 갈등이 오래 가지 않고, 결과도 좋은 방향으로 도출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입소문을 탄 혁오의 음악은 많은 동료 뮤지션들을 매료시켰다. 특히 오혁이 프라이머리와 함께 한 앨범 ‘럭키 유(Lucky You)’는 혁오를 단숨에 화제의 중심에 세웠다.

오혁은 “프라이머리와 함께 작업 한 이후 활동의 범위가 넓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피처링 요청이 많아졌지만, 이미지가 지나치게 소비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활동 영역을 확장하려고 한다”고 선을 그었다.
 
밴드 혁오가 두 번째 미니앨범 ‘22’를 발매했다. [사진 제공=두루두루AMC]

혁오의 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시각적 요소이다. 마치 현대미술 작품을 방불케 하는 앨범 커버와 감각적인 영상을 자랑하는 뮤직비디오는 혁오의 또다른 상징이다. 이번 앨범에도 전작의 앨범 커버를 작업했던 류경호, 노상호, 김인엽 작가와 뮤직비디오 영상을 담당했던 정진수 촬영감독 등이 참여했다. 또한 전작의 속지에 담긴 그림은 이번 앨범의 속지에 담긴 그림과 이어져 눈길을 끈다. 그림의 한구석에 숨은그림처럼 담겨 있는 프라이머리의 모습도 잔재미를 준다.

오혁은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이 변화한 이상, 음악이란 콘텐츠만큼이나 그 음악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며 “음악과 미술은 따로 떼어서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팬들은 혁오를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소비한다는 생각으로 즐기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혁오는 오는 20~21일 강원도 춘천 남이섬에서 펼쳐지는 ‘레인보우 아일랜드’, 7월 4~5일 서울 성수동 대림창고에서 마련되는 ‘더 메디치 2015’, 7월 24~26일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 바다향기테마파크에서 열리는 ‘안산M밸리록페스티벌’에 출연한다.

임현제는 “연말께 ‘23’이란 제목으로 정규 앨범을 발표할 계획”이라며 “결코 올해를 넘기지 않고 앨범을 낼 테니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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