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작가 지망생이었던 기자는 두 번째 장편소설 집필 여부를 고민 중이었습니다. 바로 전해에 기자는 20대 초반에 3년여에 걸쳐 쓴 첫 장편소설로 뒤늦게 모 대학교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수상에 고무된 기자는 본격적으로 다른 작품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이 기자의 발목을 붙잡았습니다. 기자는 당시 휴학을 밥 먹듯이 한 터라 서른을 코앞에 둔 나이 든 대학생이었습니다. 졸업도 늦어졌는데 취업 준비 없이 아무런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소설을 쓰는 일이 정상적인 선택은 아니었죠. 번민 끝에 기자는 스스로를 극한 상황으로 밀어넣고 질문을 던져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가에서 촬영한 개망초.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
개망초는 이름 때문에 많은 설움을 받는 꽃이죠. 북아메리카 원산의 귀화식물인 개망초는 국내에 들어와 퍼진 시기가 일제강점기와 겹친다는 이유로 ‘나라 망하게 하는 풀’이란 무시무시한 이름을 얻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귀여운 구석이 많아 ‘계란꽃’으로도 불리는데 참 억울한 이름이죠. 또한 개망초는 끈질긴 생명력으로 농사를 방해하니 고운 취급을 받을 리 없었을 겁니다. 비록 귀화식물이지만 개망초는 오랜 세월 이 땅의 사람들과 함께 하며 미운 정을 쌓아 여린 잎은 나물로, 전초는 비봉(飛蓬)이란 이름의 한약재로도 쓰이고 있죠.
대전 대덕구 송촌동 정수장에서 촬영한 개망초.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
길 위에서 만난 개망초의 모습이 기자를 닮은 것 같아 문득 뭉클해지더군요. 흔한 개망초가 일궈낸 흔하지 않은 장관에 압도된 기자는 다시 걸어갈 힘을 얻었고, 그로부터 이틀 후 무사히 고향에 도착했습니다. 이후 기자는 한 사찰로 들어가 계획한 장편소설의 집필을 마쳤습니다. 그 작품은 기자가 기자로 일을 하게 된 이후 2년 만에 모 문학상을 수상하며 뒤늦게 빛을 봤죠. 돌이켜보면 개망초의 공이 결코 적지 않았습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버거울 때 개망초의 앙증맞은 꽃 뒤에 숨겨진 생명력을 한 번 들여다보세요. 개망초는 포기하는 법이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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