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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큐리오시티…오늘도 화성을 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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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파르르 떠는 꽃잎 한 장이라도 볼 수 있기를 기대했다면 지나친 사치였을까. 말라버린 강바닥. 군데군데 반짝이는 모래 돌. 땅은 척박하다. 하지만 나 ‘큐리오시티’(Curiosity)는 오늘도 화성의 샤프산을 오른다.

▶ 화성의 모래 언덕을 누비다= 2012년 8월. 화성에 착륙한 나는 2년 동안 샤프산 기슭까지 등정했다. 여기서 보이는 태양의 크기는 지구에서 보는 것의 8분의 5 정도. 지구에 비해 태양의 빛을 40% 밖에 받지 못하기 때문에 해가 지면 하늘이 지구보다 훨씬 더 어둡다. 태양에서 1억4151만km에 떨어진 이 땅의 평균기온은 섭씨 영하 66도로 지구와 비교하면 매우 추운 편이다.

큐리오시티가 카메라로 담아낸 화성의 일몰 모습

하지만 나는 10개월 째 지그재그로 산을 오르고 있다. 몸무게가 900kg이나 되지만 여섯 개의 바퀴가 있어서 모래 언덕을 넘는 건 가뿐하고, 또 머리 꼭대기에 100만 화소의 360도 입체화면을 제공하는 4대의 내비캠(Navcam)이 장착돼 있어 드넓은 화성 땅을 망 보듯 훑어볼 수도 있다. 나에게는 고화질 컬러의 사진을 담아내는 카메라, 100만W의 적외선 레이저를 발사해 최대 7m 밖의 암석성분을 파악하는 카메라, 모래 먼지에도 보호되는 광원카메라 등이 8대나 더 있다.

큐리오시티가 화성의 광물을 채집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킴벌리 지역에서 바위 ‘윈드자나’를 찾아 구멍을 뚫어 관련 데이터를 지구로 전송했고, 과거 강이 흘렀던 흔적으로 추정되는 게일 크레이터 인근에서 완벽한 사진도 담아냈다. 하얀 점의 지구 모습이 찍힌 화성의 밤하늘 사진도 내가 찍어낸 사진이다. 이 모습을 담기 위해 1m의 모래 언덕을 오르며 80분 동안 기다려야했지만.

게일 분화구 중심에 위치한 샤프산 남서쪽 절벽의 모습.


큐리오시티가 화성에 착륙하는 모습을 담은 이미지. 안전한 착륙을 위해 분사가 사용되고 있다.

물론 고비도 있었다. 화성에 착륙한 이래로 부지런히 곳곳을 누비던 내가 지난해 7월 발을 다쳤기 때문이다. 어느 날 보니 내 오른쪽 바퀴에 동전만한 크기의 구멍이 뚫려있었다. 움직이는 바퀴의 특성상 이 구멍은 더 커질 것 같은데, 이 문제에 발목이 잡혀 탐사가 사실상 종료가 될 일은 없을 듯 하다. 아니, 없어야만 한다. 나를 만든 과학자들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나머지 다섯 개의 바퀴로도 무사히 탐사를 하도록 제작했다며 안심시켰다. 문득 화성 먼지로 인해 태양전지 기능이 심각하게 떨어져 임무를 종료할 뻔한 선배 오퍼튜니티의 경험담이 떠오른다.

화성 탐사 중에 바퀴에 구멍이 난 큐리오시티

▶ 선배들의 ‘타향살이’= 지금까지 화성에는 4대의 로버가 착륙했다. 먼저 가장 몸집이 작은 선배인 소저너는 1997년 화성에 도착한 뒤, 화성일로 83일 간 임무를 수행했다. 본래 목표인 7일을 훌쩍 뛰어넘은 결과였다. 

긴 팔을 이용해 찍은 큐리오시티의 셀카 사진

이어 2004년 1월. 화성의 메리디아니 평원에 ‘스피릿’과 ‘오퍼튜니티’ 형제가 도착했다. 이들의 목표는 90일 정도 화성을 누비며 탐사하는 것이었는데, 스피릿은 2010년 3월 22일 교신을 끝으로 무려 2269일을 견뎌냈다. 오퍼튜니티는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나는 이 선배가 척박한 화성에서 11년이나 버텨줄 것이라고 상상조차 못했다.

화성탐사 로봇 ‘로버’. 소저너(하단), 스피릿/오퍼튜니티(좌측), 큐리오시티(우측) 로버의 모습.

어쨌든 미 항공우주국(NASA)는 2조8000억 원을 들여 선배들을 대신할, 더욱 정교한 로버를 만들었고 그게 나 큐리오시티다. 나는 선배들보다 훨씬 덩치도 크고 힘도 좋다. 그래서 내 수명은 90솔(SOLㆍ화성의 하루 단위로 1솔은 24시간 37분 23초로 지구보다 조금 더 길다)로 기대됐는데, 모두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 화성에서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산을 오르고 언덕을 누빈다. 당신에게 지구의 ‘이웃 행성’의 신비로운 수수께끼에 대한 답을 주기 위해서 말이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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